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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코로나 국난’ 속 국가 정보기관이 보이지 않는다

국정원,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국민 지켜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정보기관의 대처 방식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창궐 등 새로운 위협에 맞설 창의적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국정원이 사실상 존재감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정보기관의 대처 방식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창궐 등 새로운 위협에 맞설 창의적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국정원이 사실상 존재감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홈페이지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오늘로 53일째를 맞았지만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확진자가 8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60명 선을 넘었다. 정부가 ‘방역 모범 사례’ 운운하며 셀프 칭찬을 이어가는 동안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도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이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고, 국무총리는 아예 대구에 머물며 방역 전선을 지휘하고 있다.
 

코로나 창궐에 국민 고통 커지는데
국정원은 “8500만원 성금 기탁” 뿐
미 FBI는 마스크 비축 등 선제 조치
기민한 대응으로 인간 안보 챙겨야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을 자처해온 국가정보원(원장 서훈)이다. 국가 위기 국면에서 국제 정보와 국내 동향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 안보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공복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예방 정보’란 기치를 내걸고 뒷수습이 아니라 위기 사태를 사전에 막아내는 스마트한 정보기관이 되겠다던 대국민 공약은 어디로 갔을까.
  
포털에서 국가정보원과 코로나를 연관 검색어로 찾아보면 제일 먼저 뜨는 기사 하나가 있다. 서훈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취약 계층에게 8535만8000원의 성금을 지난 6일 기탁했다는 소식이다. 그 외에 코로나 창궐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의 움직임이나 대안제시 등을 전하는 뉴스는 없다. 벌써 몇 달째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국가 경제는 물론 정치·안보 상황에 미칠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는 비상사태 속에서 국정원이 ‘성금 모으기’ 말고 할 일이 없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다.
 
북한의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동향을 국정원 측이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는 내용은 확인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7000~8000명의 주민을 격리조치 했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국회 보고 이틀 전 보도한 내용이다. 대북정보 수집이라기 보다는 언론에도 전해진 공개 정보를 보고한 셈이다. 북한 상황이 궁금해진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북한 보위부가 2월 8일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외국에 알린 혐의로 한 여성을 체포했다’는 등의 첩보성 전언이 사실인지 알려달라 요청했지만, 국정원의 답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정보 능력이 없어 몰랐거나, 코로나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가 북한에 미운털이 박힐까 봐 눈치를 보는 경우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는 부정적 정보인데 어느 I.O(intelligence officer, 정보 수집 요원)가 눈치 없이 적극적으로 뛰겠는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복지부동(伏地不動)에 가까운 이런 난맥상은 해외파트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지난해 12월 첫 환자가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올해 들어 한국으로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국정원이 이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는 미지수다. 중국 현지 실태뿐 아니라 한·중 간의 인적·물적 교류 상황, 우리 교민에 미칠 파장이나 정부 대책 등 꼼꼼하게 챙겨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 현지에 외교관 등으로 합법 체류하고 있는 국정원 소속 화이트 요원들이 나서고, 필요할 경우 추가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선제적으로 정보 대처를 했어야 한 사안이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는 “우한 현지를 오간 신천지 교인 등의 동향은 국정원 요원들이 영사 보호나 한·중 갈등 소지를 사전에 막는다는 차원에서라도 챙겼어야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신천지가 집단 감염의 진원지로 돼버린 상황에서 국정원의 정보 수집과 보고 역할에 궁금증이 가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법에 명시된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이외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이나 이를 지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 했다. 각 기관이나 학원·노동·언론 분야에 출입하며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담당관을 폐지했다. 이른바 국가정보기관의 ‘탈 정치, 탈 권력’을 선언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나 신천지 동향 등에 대해 챙기지 못한 건 이런 직무 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에 얽매여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국격을 손상시킬 수 있는 사태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면 국가 정보기관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미 FBI(연방수사국)의 기민한 대처를 국정원이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BI는 지난달 20일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다량 구매해 비축했다. FBI는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고, 미국 전역에 널리 퍼졌을 때 보급하기 위해 전국에 보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는 미국 전역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5명에 불과했고, 사망자가 없던 시점인데도 정보 당국이 나선 것이다. CNBC 방송이 FBI의 마스크 구매에 대해 “코로나가 대유행 병이 될 가능성에 정부 기관이 어떻게 대비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한 대목을 국정원을 곱씹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취임한 서훈 국정원장은 2년 9개월을 보냈다. 초기엔 이른바 적폐청산의 칼날 속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직 원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수십 명에 이르는 실·국장과 단장급 전직 간부의 경우 보수단체에 광고비 등을 지원한 관행이 문제시되면서 ‘국고손실죄’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다. 파렴치범으로 몰리고 변호사 비용 부담에 연금마저 박탈되면서 삶이 파탄에 이른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상관들의 명을 받아 벌어진 일을 왜 우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 김여정(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의 청와대 특사 방문과 같은 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9·19 평양 공동선언은 국정원의 역량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대북 특사 파견 때 서훈 원장 등 일행이 김정은 앞에서 받아쓰기 하는 듯한 의전 모양새엔 실망감이 나오기도 했다. 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가수 현송월의 남한 행차에 과도하다 싶은 대우를 한 점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존재감이 없는 듯한 국정원의 모습은 국가 위기상황에 국가 정보기관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교조적이고 비현실적인 ‘직원 복무규정’에 얽매여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전대미문 새로운 종류의 인간 안보(human security) 위협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스스로의 규정에 얽매여 획일화된 조직보다는 창의적 해법과 적극적, 선제적 대응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국가 정보기관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로 문 닫은 북한, 자력갱생으로 내부 단속
우리의 것이 제일이야

우리의 것이 제일이야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의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발전시켜 보물로 만들자”며 자력갱생을 통한 사상 교양의 고삐를 당겼다. 이 신문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자력갱생으로 흥하는 길을 열어 나가자’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이른바 ‘자력갱생’형 공산품의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국경 폐쇄 조치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생필품 부족이나 가격 폭등이 우려되자 내부결속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북한은 국산품 애용도 독려하고 있다.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우리의 것이 제일이야』(사진)라는 제목의 화첩을 발간했다. 이 책자는 북한에서 최고로 인기가 높다는 화장품·신발·건강식품·학용품 등의 북한 자체 생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너도나도 찾는 민들레 학습장” “세계와 경쟁하는 은하수 화장품”과 같이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광고성 카피도 눈길을 끌었다.
 
화첩은 “현대적으로 꾸려진 생산기지들에서는 명 제품, 명 상품들이 대량 생산돼 인민들에게 자기 힘, 자기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안겨주고 있다”면서 “우리의 것이 인민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셀프제재에 돌입한 고립 상황 속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것”이라며 “체제 결속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지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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