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70대는 주저 앉았다…공적 마스크가 더 키운 ‘사각지대’

“오늘 내가 마스크를 살 수 있나 한 번 봐줘요.”

“손자 것도 한꺼번에 살 수 있나요.”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의 한 약국 앞에서 오간 말이다. 낮 12시 무렵부터 약국 앞에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출고되는 공적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층이다. 유모차를 지팡이처럼 의지하고 걸어오는 노인도 눈에 띈다. 비가 온 탓에 약국 앞에는 30여 개의 우산이 늘어섰다. 

 

노인, 정보 소외 계층일수록 불편

마스크 5부제 둘 째날 서울시 광진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구매 행렬이 늘어서 있다. 허정원 기자.

마스크 5부제 둘 째날 서울시 광진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구매 행렬이 늘어서 있다. 허정원 기자.

1947년생 정 모 할머니(73)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몇 번째 숫자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가르쳐달라”며 “내 손자(2011년생) 것도 오늘 살 수 있나”고 물었다. 10일 화요일은 생년월일 끝자리가 2·7인 사람들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다. 

“본인은 살 수 있지만, 손자는 주말에 오거나 다음 주 월요일(출생연도 끝자리 1·6 구매 가능)에 와야 한다”고 안내하자 “손자 이름이 적힌 건강보험증을 들고 오면 되는가. 나는 대리 구매가 안 되나”며 재차 묻는다. 약국 유리창에는 ‘제발 문 열고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약 20분 후 정 할머니는 “관절염이 있어 오래 서 있지 못한다”며 약국 문턱에 주저앉았다.

 

공적 마스크가 오히려 '사각지대' 심화

5부제 시행 3일 째인 11일 서울시내 한 약국 앞에 긴 줄이 서 있다. 허정원 기자.

5부제 시행 3일 째인 11일 서울시내 한 약국 앞에 긴 줄이 서 있다. 허정원 기자.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고 정보 접근성이 낮은 소외계층의 불편이 두드러졌다. 공적 마스크 판매가 오히려 공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역설이다.  
 
11일부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약국과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의 마스크 수량을 체크할 수 있도록 개선됐지만,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에게까지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 양상이다. 마스크를 사려고 줄은 선 최 모(73)씨는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 폰을 사용한다. 이름으로 지인의 번호를 검색하는 것도 어려워 가족은 번호를 외워서 전화한다고 했다. 
 
대리구매 연령 범위도 협소한 탓에 79세부터는 줄을 서야 하는 어려움도 지속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할수록 불편은 더 크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공급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리구매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지자체에서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가 미리 확보했던 마스크를 주민센터를 통해 배포했지만, 이 역시 지속하기 어려운 일회성 공급이다. 
 

약국마다 판매시각 제각각…"재포장에 3시간" 

100m 간격으로 인접한 약국이지만 약국마다 판매시각이 1시30분, 2시, 3시, 6시 이후 등으로 제각각이다. 허정원 기자.

100m 간격으로 인접한 약국이지만 약국마다 판매시각이 1시30분, 2시, 3시, 6시 이후 등으로 제각각이다. 허정원 기자.

약국별로 제각각인 마스크 판매 시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약 600m 안에 7개의 약국이 밀집한 서울시 광진구의 한 거리에서도 마스크 판매 시간이 오후 1시 30분, 오후 2시, 오후 6시 이후 등 제각각이었다. 출근 시간에 번호표를 배부했다가 판매 시간에 마스크를 배부하는 '예약제' 운영 약국은 그중 절반인 세 군데였다. 서울 양천구와 서초구처럼 판매 시간을 통일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오영 컨소시엄·백제 약품 등 소수의 업체가 유통을 전담하다 보니 유통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도 판매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6시 이후에 마스크를 파는 A약국 약사는 “유통업체가 2개 단위로 마스크를 포장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5개 단위로 받고 있다”며 “약국 일을 하면서 재포장까지 하려면 3시간 이상 걸려 판매 시간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군인력을 투입해 재포장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얘기다. 인근의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유통업체 직원도 정신없이 물량을 나르다 보니 연락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맵이 제공하는 마스크 재고 현황 [사진 네이버앱·카카오맵 캡처]

네이버(왼쪽)와 카카오맵이 제공하는 마스크 재고 현황 [사진 네이버앱·카카오맵 캡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출근으로 줄 설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취약 계층을 위해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 등 민간 유통망도 함께 이용해야 한다”며 “5부제로 하루 수요가 줄었는데도 줄 서기가 반복되는 것은 채널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취약 계층에 한해서는 동사무소 등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