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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끌어내린 주가···당신의 주식, 이 남자 때문에 망했다

지난해 4월 러시아정교회 행사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러시아정교회 행사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전세계를 강타한 9일의 블랙먼데이 폭락장으로 눈물깨나 흘린 개미 투자자라면, 이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21세기 차르(황제)’라고 불리는 이 인물이 당신의 주식 계좌에 빨간 폭락 불을 켠 원흉일 수 있다.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픈 푸틴 대통령의 권력욕 때문이다.  
 
이번 블랙먼데이의 진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이 아니다. 본격 진앙은 유가 폭락에서 비롯됐다는 게 미국 경제 전문 매체인 CNBCㆍ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공통된 분석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6일 10.1%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날 열렸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모임인 OPEC+(플러스)가 원유 추가 감산 논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OPEC+ 논의는 왜 결렬됐을까. 러시아가 감산에 반대한 게 첫 번째 원인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니를 부리고 감산을 강행한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두 번째 원인을 제공했다. CNBC가 9일(현지시간) “두 리더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이 난리가 났다”며 “(6일 OPEC+)회의 결과를 두고 언론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표현한 건 과장이 결코 아니다”라고 분석한 배경이다. WSJ는 같은 날 “빈 살만은 성급하고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는 걸로 유명하고, 푸틴은 원유 감산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 완고한 데다, 그것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이 박살이 나도 개의치 않는다”며 앞으로의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지난 2018년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장에서 마주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 뒤로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보인다. 이 세 인물이 지난 9일 전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블랙먼데이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장에서 마주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 뒤로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보인다. 이 세 인물이 지난 9일 전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블랙먼데이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푸틴은 왜?  

 
경제가 망하는 원인은 정치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역시 푸틴과 빈 살만 왕세자의 파워 게임과 권력욕으로 인해 애꿎은 대한민국 서울의 개미 투자자들까지 손해를 보게 됐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푸틴이 왜 굳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다.  
 
힌트는 4월 22일이라는 날짜에 있다. 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4월 22일은 ‘차르’로서의 푸틴의 운명에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가 치러지는 날이기 때문인데, 이 개헌의 핵심은 푸틴의 권력 강화다. 이 개헌을 제안한 것도 푸틴 자신이었다. 
 
지난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분점하며, 지방 주지사의 협의체인 국가평의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고, 상ㆍ하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개헌을 제안했다. 언뜻 보면 대통령인 자신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처럼 읽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푸틴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를 염두에 두고 이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러시아에 새로 개장한 '드림 아일랜드' 유원지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4월22일 권력 연장을 위한 중요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러시아에 새로 개장한 '드림 아일랜드' 유원지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4월22일 권력 연장을 위한 중요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당신은 다 계획이 있군요  

 
러시아 헌법은 81조 3항에서 동일 인물이 연속 2기 이상 대통령직을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푸틴은 이미 2000년부터 연임을 한 뒤 이 조항 때문에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고 총리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2012년 크렘린 궁으로 복귀했다. 아무리 그런 푸틴이라고 해도 헌법 81조 3항에 의하면 2024년까지가 정치적 한계다. 81조 3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는 건 국내외적으로도 부담이 큰 행보이기 때문. 
 
그런 그가 내놓은 권력 연장의 꿈을 향한 묘수가 이번 부분 개헌이다.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다른 요직에 앉게 되더라도 그 요직의 권한을 강화해 실질적 일인자로 군림하겠다는 계산이다. 러시아 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영문 매체인 러시아 비즈니스 투데이는 “푸틴의 깜짝 부분 개헌 제안은 그가 권력을 연장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반 푸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국민.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반 푸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국민. [AFP=연합뉴스]

 
여기에다 푸틴의 지지를 업고 정계에 입문한 우주인 출신 발렌티나 테레슈코바는 10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조항을 넣자”는 제안까지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그러한 방안은 가능하다”고 찬성하는 추임새를 넣었다고 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테레슈코바의 논리의 핵심은 일단 개헌을 하게 되면 현직 대통령인 푸틴을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똑같은 자격으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쉽게 말해 4월 개헌이 통과되면 푸틴의 기존 임기는 무시되고,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계산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나 저러나 푸틴은 2024년까지 권력 1인자로 남기 위한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놓은 셈.
 
그런 푸틴에게 4월 22일까지 남은 약 40일은 중요한 승부처다. 판은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 러시아는 2014년 역시 푸틴이 주도한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성장률이 둔화했다.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연금개혁은 국민의 반발을 부르고 있으며 지난해엔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강수가 필요한 순간이다.  
 

애꿎은 피해자 트럼프? 

 
그런 그에게 원유 감산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두기 싫은 악수(惡手)다. 특히 여기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러시아의 패권을 지키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던 미국이 셰일가스 양산에 성공하면서 에너지 자급자족에 성공한 이후, 러시아는 “우리가 원유를 감산하면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만 배가 부른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아 왔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면 국제 시장에서 미국산 셰일가스의 존재감만 커질 거라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한 것도 푸틴의 심기를 건드렸다. 푸틴이 OPEC+ 회의에서 감산을 반대한 것은 감산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 위축을 막으려는 것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헤게모니 유지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지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OPEC+ 회의의 감산 논의에 반대했고, 그 여파로 유가는 대폭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지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OPEC+ 회의의 감산 논의에 반대했고, 그 여파로 유가는 대폭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푸틴의 계획과 사우디의 몽니로 유가는 결국 폭락했고,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그중 한 명이 트럼프 대통령인 점은 흥미롭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멘트 지지층 중 하나가 텍사스 주인데, 이곳은 셰일가스 생산 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유가 하락은 트럼프에게 직접적 악재일 수밖에 없다. WSJ가 9일 “이번 결정으로 푸틴 대통령이 확실히 선언한 게 있다”며 “푸틴은 트럼프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한 이유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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