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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가리고 다녀라" 코로나 폭언 시달리는 伊유학생들

이탈리아 로마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간 모습. [유튜브 쟌니TV]

이탈리아 로마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간 모습. [유튜브 쟌니TV]

이탈리아 로마 거주 5년차 유학생이자 유튜버 쟌니(28)씨는 9일(현지시간) 오전 "하룻밤 자고 나니 상황이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내부 분위기는 언론에서 비춰지는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하루 사이 이탈리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7375명으로 늘어나 같은 시간(한국시간 9일 오후 4시) 한국 감염자(7313명) 수보다 많아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북부지방 14개 도시의 이동을 금지하는 봉쇄조치를 결정하면서 북부지방 거주자 수천명이 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드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탈리아 주재 로마 밀라노 영사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출근 직후부터 11시30분까지 외교부와 긴급 화상 회의에 돌입, 현지 상황을 본국에 보고했다.
 

"베네치아, 마스크 구하기 매우 어려워"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콜로세움 앞. 관광객들이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콜로세움 앞. 관광객들이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마 거주자 쟌니씨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민들은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거리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은 10명 중 한두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관광지 부근 가게들에 타격이 있기는 하지만 언론에서 비춰지는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서 기피나 특별한 인종 차별 사례에 대해서도 듣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두달 전에는 동양인 기피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네치아 유학생 오용성(24)씨도 이날 "현지인들은 아직 경각심이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오씨는 "약국을 돌아다녀도 파는 데가 없다. 며칠 전 피렌체 여행 중 마지막 1통(10개 들이) 발견한 게 전부"라며 "한국 마스크 반출이 금지돼 마스크 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에서 공부 중인 김나영(23)씨는 바이러스에 대한 현지인들의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나갈 때 '코로나 코로나'라며 가기도 한다"며 "대중교통 이용시 다른 자리로 피하거나 근처에 오지 않으려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중부 아부르쪼 지방 거주자 A씨도 "저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사람은 아직 없고 이 지역 분위기가 심각하진 않다"고 전해왔다. 다만 이 지역에서도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유학생들 "한국 돌아가고 싶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군인과 경찰이 밀라노 기차역에서 탑승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군인과 경찰이 밀라노 기차역에서 탑승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쟌니씨는 "갑자기 기차나 도시 간의 이동이 불가능해져 이탈리아 내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전날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북부 지역 14지역 봉쇄를 공식화하면서 기차에 사람이 몰리고 교도소 폭동 사태가 나타나는 등 동요되는 분위기가 커진 탓이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선 북쪽 봉쇄 조치로 기업들이 마비돼 북부 직장인들이 남부 고향으로 한꺼번에 내려와 중부와 남부에 바이러스 확산이 빨라질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이란에 전세기를 투입해 빠르면 이번 주 교민들을 철수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는 유학생도 늘었다. 교환학생으로 베네치아에 거주 중인 황인정(21)씨는 "봉쇄 정책으로 이탈리아 학생들과 교환학생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어제 외국 친구들이 급하게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황씨도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전세기가 투입되면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있다고 했다. 김씨도 "당장 어제 베로나에서 베네치아로 돌아오는 플릭스버스 노선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며 "본국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선 봉쇄 정책 등으로 항공편이 취소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인종차별 분위기는 심해지고 있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황씨는 "인종차별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쟌니씨는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한국 유학생에게 '말하지 마라. 입 가리고 있어라'라며 폭언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오씨는 "거리에서 동양인이 조롱당하는 사건은 잦고, 숙박 예약을 했다가 한국인이라는 사유로 취소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외교부 "귀국 시 어떤 지원할지 협의"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정부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면회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정부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면회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탈리아 코로나19 감염자는 이날 오후 9172명으로 1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사망자도 463으로 늘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9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봉쇄를 선언하며 이탈리아 전역의 이동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국시간 1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전날 있었던 현지 공관과의 화상 회의 결과 "우리 국민이 어떤 상황인지, 귀국할 때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협의를 했다"며 "현지에서 항공권을 보여주면 공항으로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라 아직 임시편이나 전세편 조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호·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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