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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ㆍ무조건 PCR 검사…'대구 낙인' 진료 거부에 환자들 설움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자 환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야 실 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으며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모습. 2020.03.0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자 환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야 실 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으며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모습. 2020.03.08. mangusta@newsis.com

 의료기관 보호냐 환자 치료권이냐. 
 
 대구ㆍ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감염 위험에서 의료기관을 지켜야 하는 병원과 치료가 필요함에도 ‘대구 낙인’에 설움을 겪는 환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지난 8일 병원 일부를 폐쇄한 서울백병원 사태는 이러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A씨는 서울의 대형병원을 다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에 있는 딸 집에 올라왔다. 지난 3일 해당 병원에 예약을 하려 했지만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소화기증세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한 뒤 입원했다.
 
 맘 카페와 암 환우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를 살펴보니 지난달 중반 이후 A씨와 비슷한 사연을 토로하는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대구ㆍ경북 지역 환자는 진료 예약을 2주 미루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게 주를 이뤘다.
 
 “항암치료 중인 데 예약을 미루라고 문자가 왔다”거나 “지난해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정기 검진을 가야 하는 데 대구 경북 소재 환자는 당분간 외래를 볼 수 없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전립선암 환우 카페에서는 지난달 28일 “(아버지가 수술) 당일 입원 취소를 통보받았다. 조직 검사 후 한달을 기다린 수술인데 허망했던 아버지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치료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고통도 크지만 대형병원의 고민도 깊다. 분당재생병원과 울산대병원 등 국민안심병원도 코로나19에 속속 뚫리고 있어서다. 
 
 서울 시내 주요 대형 병원은 “오는 환자를 막을 수도 없고, 출입을 금지하기도 어렵다”며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큰 일 난다”고 했다.
 
 때문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단 대구ㆍ경북 지역의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 연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은 응급 수술이나 급한 환자가 아닐 경우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를 미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진료를 희망하는 경우는 주치의 등과 전화로 원격 진료를 하고, 원격 처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료가 필요한 모든 환자를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방문시에는 선별진료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은 해외여행력 있거나 대구 등 지역에서 온 경우에는 낮에는 안심진료소, 밤에는 선별진료소에서 발열체크와 문진표 작성해서 외래로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도 증상에 따라 선별진료실 거쳐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감염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부터 실시하는 곳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입원해야 하는 중증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PCR 검사를 무조건 받고 별도 경로를 통해 이동한다. 별도의 장소에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한 뒤 음성이 나오면 입원하는 식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입원이나 수술해야 하는 환자는 바로 안심진료소 거쳐서 무조건 PCR 검사를 한다.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독립된 공간에서 기다린 뒤 결과 나오면 1인실로 입실하는 절차를 밟고 안심진료소 비용은 병원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더라도 대형병원은 최대한의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음성이라도 고위험군 환자가 입원하면 1인실 병동이나 격리병동에 입원시켜 대처하고 있다”며 “중증 중심 병원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아예 수술 등이 급한 대구ㆍ경북 지역의 중증 환자를 모아서 입원시킬 ‘위기대응병동’(50병상) 마련했다. ‘선별진료소→PCR 검사→음성판정→위기대응병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병동 공사나 준비는 다 된 상태”라고 밝혔다.
 
 대형병원이 이처럼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구ㆍ경북 지역의 환자들을 위한 당국과 의료기관의 대응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무조건 대구에서 왔다고 해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총괄조정관은 “병원협회 등과 협의해서 기존에 치료받던 대구지역 환자들이 최대한 불편 없이 진료받으면서 동시에 의료기관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조화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황수연ㆍ정종훈ㆍ윤상언 기자 ppangshu@joongang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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