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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위성정당, 표로 심판해야 한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말이 무너졌다. 예의도 절제도 없다. 정부가 하는 말이 신뢰를 잃었다. 사람마다 다르고, 시간마다 다르다. 믿을 수가 없다. 듣기 좋은 말은 마구 쏟아내는데, 지켜지는 말이 없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마스크 사태가 꼭 그 꼴이다.
 

야당 이어 여당도 위성정당 행보
지역구 이어 비례도 늘리자 속셈
꼼수 버리면 얻는 게 더 많을 터
선거 뒤 위성정당 못하게 막아야

정치권은 이 와중에도 표 계산만 한다. 다투기에 바쁘다. 방역도 다가온 선거의 표부터 생각한다. 외교도 국익보다 선거다. 외교관 말이 투박하고 거칠기가 낯이 뜨겁다. 임기 초 정부가 내건 약속들은 무엇하나 지켜진 게 없다.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절망감이 든다. 그런 꼴을 안 보려면 이번 총선엔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다. 선거를 잘못하면 모든 게 허사다. 그 선거를 어떻게 할지 틀을 정해놓은 게 선거법이다. 그 선거법이 누더기가 되어간다. 여(與)건 야(野)건 할 말은 있다. 그렇지만 사설이 길다는 건 자기가 생각해도 옹색하고, 부끄럽다는 얘기다. 미래통합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꼼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투표한 대로 의석을 나눠주는 제도다. 유권자 지지율이 10%면 30석, 30%면 90석을 주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서는 1등만 살아남는다. 대개 두 개의 큰 정당만 살아남는다.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전투적인 정치인들이 먼저 국회로 들어간다.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협상하려는 정치인은 쫓겨난다. 소수 집단의 작은 목소리는 묻혀버린다. 정책의 선택은 소수의 희생 위에 큰 집단이 항상 자기 몫보다 더 챙긴다. 이걸 바로 잡자는 게 연동형비례대표제였다.
 
위성 비례 정당은 지역구에서 먹고, 비례에서 또 더 먹겠다는 말이다. 자기가 받은 표보다 지역구에서 덜 가져가면 비례를 더 준다. 그런데 여기서도 더 먹고 저기서도 더 먹고, 혼자서 게걸스럽게 다 먹어치우겠다는 게 위성정당이다. 기존의 병립형도 불균형인데, 위성정당을 만들면 큰 정당이 그보다 더 가져간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무너진다. 물론 불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법의 틈새를 노린 편법이요, 꼼수다.
 
미래통합당은 새 선거법이 진보연합세력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보수건 진보건 큰 정당이 자기가 받은 표보다 적게 가져가는 경우는 없다. 보수표가 진보정당에 넘어가지도 않는다. 연동형이 안착하면 민주당, 통합당, 정의당이라는 3당 구조는 깨진다. 양 진영에 작은 정당이 더 생긴다. 정치의 원심력이 약해지고, 합의할 여지가 커져 의회 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10석 가까이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걱정만 한다. 그래서 전 당원 투표로 비례연합당 참여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투표하면 뻔하다.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투표다. 명분을 만드는 수순이다.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여권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27석, 민주당이 7석, 정의당이 13석을 차지한다. 비례정당을 만들면 여권이 29석을 차지하고, 미래한국당 비례의석은 18석으로 줄어든다.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여권 21석, 미래한국당 17석, 정의당 9석이다.
 
큰 차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대로 나온다는 전제로 만든 수치다. 다른 변수도 얼마든지 많다. 이 시뮬레이션으로 짐작해 봐도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포기하면 미래통합당이 가져가는 의석은 어차피 늘어나지 않는다. 민주당 표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군소정당으로 분산되고, 미래한국당은 원래 자기 몫만 가져간다.
 
비례후보를 연합당으로 공천한다는 건 군소 정당들을 위성정당으로 만드는 꼴이다. 거대 정당의 횡포다. 연동형은 군소정당들이 유권자의 평가를 받을 기회다. 그런데 그것마저 틀어막겠다는 갑질이다. 의석을 한 석 더 가져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존재의 이유가 아예 사라지는데.
 
민주당이라도 꼼수를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까지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면 어렵게 만든 연동형의 싹이 뽑혀버린다. 민주당이 꼼수를 버리면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미래통합당에 추가 의석을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 미래통합당은 아무런 실익도 없이 꼼수 정당이라는 오명만을 혼자 떠안게 된다.
 
꼼수를 포기하면 민주당의 선거 연대 여지가 커진다. 박빙인 선거구가늘  많다. 수도권은 항상 그랬다. 지지성향이 비슷한 후보끼리 표를 쪼개면 아무리 적은 표라도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손해 본 비례 의석보다 훨씬 큰 반대급부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진영의 개념으로 보자면 진보 진영에 확실히 유리한 결과다. 선거 이후 연대를 강화할 기반도 생긴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을 반드시 손봐야 한다. 연동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말을 대부분 엄포로 생각했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는 지켜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이상주의로 비웃었다. 아예 꼼수를 못 부리게 법에 명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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