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탈레반식 협상 꿈꿀 북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교훈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PA=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PA=연합뉴스]

우리가 코로나19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에도, 북한은 도발 카드를 만지고 있다. 미·북 협상도 끝난 게 아니다. 북한에 도발은 미국과의 협상을 견인하는 전술이고, 북한은 그 게임을 더할 심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종 미국 때문에 핵을 만들었으니 미국과 협상한다고 우겨왔다. 비핵화를 끌어낼 카드도 대부분 미국이 갖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우리는 미·북 양자 핵 협상을 용인해 왔다.
 

아프간 정부 배제하고 미국과 합의, 탈레반 우위 확보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 공격하면 아프간 정부 위태로워져
북한은 북·미 협상을 미·탈레반 식으로 하려는 기대 키워
방심하면 국익 손상 소지, 대미·대북 대비책 강구할 때

문제는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가 이 협상을 이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탄탄한 대미 공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2018년 이래 미·북 협상은 주한미군, 연합훈련, 전략자산 등 핵심 안보 요소까지 거래하는 장이 됐다. 비유하자면 협상 대표가 우리의 이해를 배려할지 불확실하고 그를 통제할 수단도 미진한데, 협상의 판돈은 더 커졌다.
 
물론 당장은 북한의 도발과 여파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협상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재개될 협상에 대한 대비도 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가 여타 분쟁 타결 과정에서 동맹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중요한 관찰점이다. 마침 유용한 사례가 나왔다. 미국·탈레반 간 평화 합의다. 트럼프는 아프간 정부를 젖혀두고, 반군인 탈레반과 협상을 타결했다. 이 합의에 미·북 협상에 참고할 시사점이 담겨있다.
  
미·탈레반 협의로 아프간 장래 결정
 
첫째, 선 미·탈레반 협상, 후 아프간 내 정치 협상 방식이다. 처음부터 탈레반은 주요 문제는 미국과 협상하고, 아프간 내 정치·군사 문제는 추후 아프간 내부 세력끼리 협상하자는 주장을 했다. 미국은 아프간 내 협상이 먼저라고 요구하다가, 결국 탈레반 주장을 따랐다. 그 결과 아프간 장래에 관한 큰 구도가 미·탈레반 간에 정해졌다. 탈레반의 위상은 높아졌다.
 
둘째, 선 철군과 제재 해제, 후 휴전 협상이다. 통상 수순은 휴전 후 철군인데, 아프간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미국은 5000명의 우선 철군과 14개월 이내에 완전 철군을 약속했다. 대신 탈레반으로부터 테러 세력의 준동을 막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미국은 제재 해제에도 동의했다. 이로써 향후 휴전 협상에서 탈레반이 우위에 서게 됐다.
 
셋째, 아프간 정부에 불리한 정치 협상 참가 범위다. 협상에 야당과 시민사회 대표도 참가한다. 북한의 통일전선 방식 협상과 유사하다. 정통성에 도전받고 있는 아프간 정부로서는 험난한 길이라고 할 것이다.
 
넷째, 불확실한 안보 공약이다. 아프간 정부는 미·탈레반 협상에 대해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철군과 제재 해제는 탈레반의 약속 이행에 맞추어 진행될 것이며, 아프간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탈레반이 미군 철수 이후 공세로 나올 경우, 미국의 안보 공약이 지켜질지 확실치 않다. 탈레반이 테러 세력을 다시 지원한다면 모를까, 미군이 아프간 내전을 이유로 복귀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트럼프는 며칠 전 사상 최초로 탈레반 지도자와 통화를 하여, 철군은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안보 공약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서둘러 철군을 하는 배경에는 미국 우선 정책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의 전쟁을 끝내는 것이 정치적 호재라는 계산이다.
  
북한 헛된 기대 무산시킬 선제적 대처 필요
 
아프간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가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의 위상은 아프간 정부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미·탈레반 합의를 바람직한 모델로 볼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사안을 먼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북한이 볼 때, 미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선 철군과 제재 해제에 합의한 후, 모든 정파가 모여 통일전선 방식의 정치 협상을 하는 사례는 극히 이상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당연히 북한은 미·탈레반 합의를 주목했을 것이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역시 트럼프를 상대로 협상해야 하며, 그러면 한반도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을 법하다. 자기중심적이고 편집적인 북한은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이 탈레반의 테러 세력 지원 카드처럼 미국을 견인할 결정적 지렛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관련 협상 행태로부터 교훈을 찾아내, 북한의 헛된 기대를 무산시킬 선제적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의 대미, 대북 협상 입지를 강화하여 중요한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국이 우리의 국익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대미 공조도 다져야 한다.
 
아프간에서 드러난 트럼프식 평화 협상 행태를 보면서, 다가올 미·북 협상에 대한 대비에 더 유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70% 지역 장악한 탈레반
지난달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 서명식에 참석한 미국 대표 칼리자드(왼쪽)와 탈레반 대표 바라다르. [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 서명식에 참석한 미국 대표 칼리자드(왼쪽)와 탈레반 대표 바라다르. [EPA=연합뉴스]

미국과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래 전쟁 상태에 있었다. 당시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에 은신 중인 것을 파악하고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던 탈레반 정권에 그의 인도를 요구했다.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이 침공했다.
 
미국은 나토와 연합군을 구성하여 전쟁을 수행했다. 탈레반은 수도를 빼앗기고 산간지역으로 몰렸다. 수도 카불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가 수립됐다. 2011년 미군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군의 작전은 탈레반 세력을 몰아내는 데 집중됐다.
 
탈레반은 쉽게 붕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세력을 회복하고 영역을 넓혀갔다. 군사적으로 탈레반을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 됐다. 미군과 나토 연합군은 2014년 이래 대규모 작전은 중단했으며, 아프간군 훈련, 자문, 대 테러 전, 아프간군 지원에 주력해왔다. 탈레반과의 전투는 아프간 정부군이 주로 담당했다. 그동안 탈레반은 아프간의 70%에 해당하는 지역을 장악했다. 사실상 아프간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분할 통치하는 실정이다. 지금 아프간에는 미군 1만2000 명과 나토군 7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전투가 장기화하고 군사적 해결이 힘들어지자 2011년부터 미국과 탈레반 간에 막후 대화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이 대화는 활성화됐다. 미국 우선을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철군을 모색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2018년 이래 2년간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은 지난달 29일 평화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14개월 내 외국군 철수, 제재 해제, 테러 조직 활동 불허, 적대 행위 감소, 3월 중 아프간 내 정치 협상 개시, 포로 교환을 규정하고 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