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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속간(束桿)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묶을 속(束), 볏짚 간(桿). 볏짚을 묶었으니 볏단쯤으로 보면 될까. 간(桿)에는 그 밖에도 ▶막대기 ▶난간 ▶쓰러진 나무 ▶방패 등 다양한 뜻이 있다. 특히 속(束)과 함께 쓰면 특별한 뜻이 된다. 속간은 라틴어 ‘fasces’(파스케스)의 한자어(일본식 한자어지만, 국내에서도 중국식 한자어 속봉(束棒) 대신 속간을 씀)다. 라틴어로 ‘묶음’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느릅나무·자작나무·박달나무 등의 막대기 여러 개를 붉은 가죽띠로 묶었다. 이때 막대기 사이에 날을 세운 도끼를 끼워 넣었다. 이것이 속간(파스케스)이다. 당시 집정관이나 법무관, 독재관 등의 권위를 상징했다. 그들 앞에서 수행원(릭토르)이 속간을 들고 가는 모습은 고대 로마를 그린 영화에도 종종 나온다. 로마 제국 멸망 후에도 속간 문양은 로마 공화정을 상징했다. 현재도 많은 국가와 기관의 문양에 속간이 들어있다.
 
20세기 초 파시스트 이탈리아는 속간을 자신들 상징으로 채택했다. 속간(또는 묶음)을 뜻하는 이탈리아어가 ‘fascio(파쇼)’다. 여기에서 파시즘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 ‘Fascismo(파시즈모)’가 유래했다. 파시즘의 이론적 기초를 세운 인물은 이탈리아 철학자 조반니 젠틸레(1875~1944)다. 이어 파시즘을 실제 정치체제에 적용한 건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다.
 
파시즘에서는 국가를 강력한 리더십과 단일집단적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로 본다.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를 거부한다. 전체주의다. 보통 파시즘을 극우라고 하지만, 파시즘에는 좌·우적 요소가 섞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과 달리, 전후에 파쇼·파시즘·파시스트는 조롱 섞인 용어가 됐다. 그 누구도 내놓고 자신을 파시스트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시즘은 소멸하지 않았다.
 
유사 파시즘이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전체주의·국가주의·권위주의·대중영합주의 등 전통적 요소에, 인종주의·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 등을 더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유사 파시즘도 창궐하는 분위기다. 한 국가 안에서도, 여러 국가 간에도 그렇다. 고대 로마에서 속간으로는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권위의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속간에서 나온 파시즘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 명심하라.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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