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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3조 순매도 사상최대…한국 시총 하루 68조 증발

9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 내려 1954.77로 마감됐다. 사진은 이날 마감 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9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 내려 1954.77로 마감됐다. 사진은 이날 마감 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9일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한국도 주요 지수와 원화 가치, 채권 금리가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 공포에다 국제유가 급락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위험자산서 안전자산으로 돈 몰려
한국 국고채 금리 장중 첫 0%대
원화값도 11.9원 내려 1200원대로
“코스피 1900까지 떨어질 수도”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하락한 1954.77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29일(1933.41) 이후 가장 낮고, 하루 낙폭으론 2018년 10월 11일(전일 대비 -98.94포인트, -4.44%) 이후 1년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한때 195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공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1조31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1999년 거래소가 일별 순매도액을 집계한 이후 최대다. 코스닥 지수는 4.38% 내린 614.60으로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68조원 감소했다. 특히 한국 시간으로 오후 늦게 개장한 유럽 증시는 이에 앞서 열린 아시아 증시가 보인 공포의 강도를 뛰어넘었다.
 
세계 증시가 새파랗게 질린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팬데믹 공포다.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며 코로나19의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생산과 소비가 함께 망가지며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국가 의료·보건망이 대규모 감염병 유행에 취약하다 보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증시 코로나발 '검은 월요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 세계 증시 코로나발 '검은 월요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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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석유시장 불안까지 겹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하루 사이에 30% 넘게 폭락했는데, 낮은 유가가 이어지면 실물경제에도 파장을 미친다.
 
셰일가스 발견 이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아선 미국에선  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했다. 유가 하락이 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며 부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증시에서 에너지 기업 비중은 4.4% 수준이지만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 시장에선 11%에 달한다. 시장분석업체 바이탈널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유가 급락은 미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에너지산업’을 건드리고 있다”며 “미국 고용과 내수의 상관관계가 큰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반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산유량 1,2위 국가인 사우디와 러시아를 비롯해 산유국인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주요 개발도상국 등도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각국 석유 기업이 무너지면 금융회사에도 연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유가 급락은 세계경제 침체를 더 우려하게끔 만들고 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옮겨 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날 한국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포인트 떨어진(채권값 상승) 연 1.038%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 연 0.998%까지 하락하는 등 한때 사상 첫 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0.73% 상승한 6만4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6만5520원까지 치솟아 장중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결과다.
 
역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와 미 국채 등에도 돈이 몰렸다. 엔화는 달러당 101엔대로 약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미 국채 금리 역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1.9원 내린 1204.2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원화값 등 자산 가격의 조정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금융시장엔 국제유가보다 코로나19 영향이 크게 미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공포 심리가 확산하면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년 평균인 1900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국면이 나타나기 전까지 변동성이 큰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9일로 예정됐던 OECD 경기선행지수(CLI) 발표를 4월 8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OECD는 “CLI 지표 구성 항목이 최근 발생한 의미있는 변화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유럽의 경우 조사 시점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어서 코로나 사태를 지수에 반영하지 못했다. 한국·중국·일본의 경우엔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긴 했지만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세가 끼칠 영향까지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의영·문현경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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