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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뷔 10년 시아준수 “뮤지컬은 내게 한줄기 빛”

뮤지컬 데뷔 10년을 맞은 김준수. 현재 출연 중인 ‘드라큘라’ 캐릭터에 맞춰 빨강 머리로 염색한 모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데뷔 10년을 맞은 김준수. 현재 출연 중인 ‘드라큘라’ 캐릭터에 맞춰 빨강 머리로 염색한 모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아준수’ 김준수(33)가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1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모차르트’의 타이틀 롤을 맡은 이후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배우로 무대를 지켰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휘청이는 요즘에도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객석 점유율 95% 선을 유지하고 있다.
 

동방신기 절정서 SM과 계약 분쟁
활동중단 위기 때 뮤지컬 제안받아
“네 보컬 살려라” 연출 조언이 큰힘
코로나에도 ‘드라큘라’ 거의 만석

지난 3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김준수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자의든 타의든 뮤지컬에 목맬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 더 노력했고, 뮤지컬에 더 올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데뷔 이후 공연 스케줄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촘촘했다. 심지어 2017년 1월 26일 ‘데스노트’ 공연 뒤 2월 9일 입대했고, 이듬해 11월 전역해 12월부터 ‘엘리자벳’ 무대에 섰을 정도다.
 
2004년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로 데뷔해 인기 절정의 K팝 스타였던 그는 2009년 당시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분쟁을 겪으며 팀을 탈퇴했다. “6개월 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었다”던 때, 뮤지컬 ‘모차르트’ 출연 제안을 받았다.
 
‘모차르트’로 데뷔한 이후 출연작마다 막강한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모차르트’로 데뷔한 이후 출연작마다 막강한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당시 심정이 어땠나.
“처음엔 고사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잘해낼지 걱정됐다. 제작사(EMK)가 두고 간 대본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주인공 모차르트가 부르는 노래 가사가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 같았다.”
 
그가 “나를 뮤지컬로 인도해줬다”며 꼽은 노랫말은 넘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의 한 소절,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 모습 그대로’다.
 
“(전 소속사와의 결별이) 내 딴엔 행복을 좇은 결정이었는데, 논란이 돼버렸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내가 한 결정을 오해와 억측 없이 바라봐줄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많았다. 내가 혹시 공연을 잘해내지 못해도 내 입으로 속마음을 이 가사를 빌려서라도 노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겠다 싶었던 거다.”
 
그는 ‘모차르트’ 공연으로 스스로 큰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남작 부인이 부르는 넘버 ‘황금별’ 중 ‘사랑이란 구속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 해, 그것이 사랑’이란 가사도 마음에 와 닿았다.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어떻게 보면 나를 그렇게 이해해주기 바랐던 얘기였다”면서 “마음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며 푹 빠져 살았다”고 했다.
 
발성과 연기 등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호흡이 너무 가빴다. 그 전에도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라이브를 많이 했지만 달랐다. 긴장 속에서 숨이 더 차는 느낌이었다. 또 뮤지컬은 세 시간의 러닝타임을 생각하고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데, 3~4분 안에 모든 걸 쏟아내는 아이돌의 버릇을 못 고쳐 더 힘에 부쳤다.”
 
2018년엔 전역하자마자 ‘엘리자벳’ 무대에 섰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2018년엔 전역하자마자 ‘엘리자벳’ 무대에 섰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그는 당시 함께 작업한 유희성 연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그때만 해도 뮤지컬 발성은 성악이 기본인 것 같은 분위기라 걱정했다. 연출님이 ‘성악 발성을 따라 하지 마라. 그럴 거면 애초에 널 캐스팅하지 않았다. 너의 개성을 살려서 너의 보컬과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게 만들어라’라고 하셨다. 어설프게 따라 하려고 하면 그 사람을 이길 수 없다면서. 방황하던 중 답을 얻은 것 같았다. 뮤지컬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힘도 얻었고.”
 
출연 뮤지컬은 대부분 창작극(‘천국의 눈물’‘도리안 그레이’‘엑스칼리버’ 등) 또는 국내 초연작(‘모차르트’‘엘리자벳’‘데스노트’ 등)이다. 작품 선택 기준은.
“기존의 흥행 뮤지컬에 출연하면 쉽게 갈 수 있었겠지만, 창작극·초연작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가 다음 재연 배우들에게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짜릿했다. 또 1~2년에 한 번씩은 꼭 창작극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 내가 뮤지컬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가수 활동이 어려워졌을 때 뮤지컬의 길이 열렸는데.
“방송 출연이 막힌 상황에서 뮤지컬은 내게 한 줄기 빛, 동아줄, 돌파구가 돼줬다. 뮤지컬 덕에 올라가 보지 못할 것 같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고, 상도 받았다. 바로 앞에 닥친 일을 잘 해내자는 생각으로 10년을 해왔다. 이제 내 팬 중 30~40%는 뮤지컬로 나를 알게 된 분들이다. 참 감사하다.”
 
자유로운 방송 출연은 그의 여전한 소망이다. 전 소속사와 2012년 조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후에도 방송 활동은 막혀 있다. ‘방송사의 SM 눈치 보기’ 때문으로 짐작만 할 뿐, 방송사가 명시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없다. 지난 10년간 출연한 지상파 방송은 EBS ‘스페이스 공감’(2015)과 지난해 12월 MBC ‘공유의 집’이 전부다. 2012년부터 솔로 앨범 4개를 발표한 그는 “올해 새 앨범을 내겠다”며 “앨범을 내고 한두 번이라도 음악 방송에서 내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앞길을 막막해하는 청춘들이 많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매사 너무 미래를 보려 하지 마라. 인생사 아무도 모른다. 그냥 당장 앞에 닥친 일을 ‘스텝 바이 스텝’ 느낌으로 잘 해나가다 보면 되지 않을까. ‘딱 그 정도 최선을 다하라’고 밖에 얘기 못 할 것 같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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