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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휩쓴 '기생충'·심은경…열도가 긴장하는 이유

'기생충'이 지난달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 일본에서도 4주 연속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이 지난달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 일본에서도 4주 연속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일본 영화계에 한국 바람이 거세다. 6일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배우 심은경이 일본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일본영화 첫 출연 만에, 외국인 배우 최초로 거둔 쾌거다.  
 

심은경 日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주상
'기생충' 4주 연속 日극장 흥행 1위
NYT 기자 "韓소프트파워, 日 가렸다"

극장가에선 ‘기생충’이 4주 연속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6~8일)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억3370만 엔(약 15억원) 수입을 추가하며 누적 매출이 40억4716만 엔, 우리 돈 474억원에 달했다.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27일 단 3개 스크린에서 소규모 개봉, 1월 10일 전국적으로 정식 개봉한 뒤 9주차만이다. 코로나 19 공포로 관객 수가 줄어든 와중에도 ‘기생충’은 지난달 9일(미국 현지시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래 내내 흥행 1위를 지키며 역대 일본 개봉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심은경은 6일 '신문기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심은경은 6일 '신문기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한국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건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만이다. 전 세계에서도 ‘기생충’의 일본 극장 매출은 국가별로 한국, 북미에 이어 3위다.  
 

NYT 기자 "韓소프트파워, 日 가렸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일본 역시 가렸다. K팝, K뷰티도 ‘기생충’처럼 문화적 힘이 엄청나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직후 뉴욕타임스(NYT) 기자 타부치 히로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밝히며 “그런데 ‘쿨 재팬’ 이니셔티브는 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쿨 재팬은 일본 정부가 2010년 경제산업성 산하에 담당부서 ‘쿨재팬실’을 설치하며 내건 관 주도 대외문화 홍보․수출 정책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직후 뉴욕타임스(NYT) 기자 타부치 히로코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일본 역시 가렸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혔다. [트위터 캡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직후 뉴욕타임스(NYT) 기자 타부치 히로코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일본 역시 가렸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혔다. [트위터 캡처]

 
일본의 한 트위터(@Rorschach_japan)는 “한국은 세계에 통용되는 영화를 10년에 걸쳐 만들어왔는데 일본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혹은 할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미국 매체 VOX는 지난 3일 ‘‘기생충’의 성공이 일본 영화 산업에서 숙고되는 이유’란 기사에서 이런 일본 안팎 트위터 반응을 인용하며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승리가 일본 영화계와 평단에 일본영화의 현 상황을 재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매체 "日영화 20세기 중반 이후 쇠퇴" 

이 매체는 일본 영화산업이 “20세기 중반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같은 감독들이 세계 영화를 영원히 바꿔놓은 이후 거의 틀림없이 쇠퇴해왔다”며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문화를 새롭게 선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가 지난달 23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가 지난달 23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생충’은 오스카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차지했지만, 일본의 히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국제영화상 쇼트리스트(예비후보)조차 못 올랐다”면서 “K팝은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다. J팝은 10년에 한두 번 국제적으로 히트한다. 요즘 뉴욕의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은 일식당이 아니라 한식당”이라 전했다.  
 

"'기생충', 한류 꽃미남 공식 깼다" 

‘기생충’의 일본 흥행도 기존 한류(韓流)와 양상이 다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은 일본에서 성공하는 한국영화는 꽃미남 배우가 나온다는 기존 공식을 깼다”고 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요즘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드는 젊은 감독들을 만나보면 한국영화에 영향받았거나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가 중요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고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자주 거론되는 한국 감독으로 봉준호, 박찬욱, 나홍진 등을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오리지널 컬러 버전에 이어 선보인 '기생충' 흑백판 한 장면. 국내에선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오리지널 컬러 버전에 이어 선보인 '기생충' 흑백판 한 장면. 국내에선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는 또 “최근 몇 년간 일본 메이저 영화들이 재미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인기작을 리메이크하거나 시리즈 속편이 이어진다. 새로운 작품이 거의 없다”면서 이에 대한 목마름을 암시했다.  
 

"日젊은 감독들, 韓영화 영향받아" 

실제 일본영화 박스오피스에선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실사영화가 맥을 못 춘지 오래다. 역대 흥행 10위권 중 실사영화는 TV 드라마의 극장 개봉 버전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 총 극장 매출 173억엔)가 유일하다. 1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308억엔)을 비롯해 10위권 내 일본영화 5편 중 4편이 애니메이션, 나머지는 할리우드 영화가 싹쓸이했다.  
6일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신문기자' 팀. 왼쪽부터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츠자카 토리, 최우수 여우주연상의 심은경, 연출과 각본을 겸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다. [일본 아카데미시상식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6일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신문기자' 팀. 왼쪽부터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츠자카 토리, 최우수 여우주연상의 심은경, 연출과 각본을 겸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다. [일본 아카데미시상식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심은경 주연의 ‘신문기자’가 정권 비판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3관왕에 오른 것도 이런 파격의 맥락에서 풀이된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각본·연출해 지난해 10월 한국에서도 개봉한 ‘신문기자’는 국가의 비리를 좇는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일본에서 반골의 상징이 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가 실존 모델인 데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씨가 특혜에 관여했다는 학교재단 모리토모(森友)와 가케(加計) 스캔들과 유사해 일본에선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다. 정권 비판 소재 탓일까. TV 광고조차 쉽지 않았다.  
 

정권 비판 '신문기자' 3관왕 파격  

이번 수상이 TV 중계되자, ‘전쟁과 한 여자’(2012)를 연출한 사회파 감독 이노우에 준이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TV에 소개조차 안 됐던 ‘신문기자’가 공중파로 흘러나온다. 이토록 통쾌한 일이 어디 있으랴”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영화 전문기자 사이토 히로아키는 7일 기사에서 “이번 (수상) 결과의 첫인상은 서프라이즈였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 강조했다. 2015년 부산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심사위원에도 참여했던 그는 “전년도 ‘어느 가족’ 같은 화제성, 완성도를 겸비한 작품이 유난히 적었던 해”라면서 ‘신문기자’의 수상은 “이런 영화를 만든 용기와 그로 인한 여러 논란이 가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우 심은경이 연기한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인 모츠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 [중앙포토]

배우 심은경이 연기한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인 모츠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 [중앙포토]

 
또 “일본 아카데미상이라고 하면 ‘대기업 영화사가 돌아가면서 상 받나?’ '니혼TV 방영 이벤트' 등 비판도 있어왔고 영화의 질이 수상 기준이 아니란 인상도 있어 신뢰받지 못했다”면서 “그런 아카데미가, 언론의 관점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면으로 인해 TV 광고도 여의치 않았고 대기업 배급도 아닌 '신문기자'에 영예 준 것 용기 있는 결단이라 받아들여졌다. 공권력이나 영화사의 힘에 관계없이 수상이 결정됐다고 새롭게 인식됐다”고 했다.  
 

日아카데미 정치색 논란…

‘신문기자’의 이번 수상이 일본 영화계에 일종의 파란이 되리란 얘기다. 그는 다만,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경계했다. “‘반일 날조 기자를 모델로 한 작품이 수상했다’ ‘일본 아카데미상인데 왜 한국배우가?’ ‘이것으로 ‘빨간’ 아카데미상’ 등 욕설 트위터 글도 눈에 띈다”면서 “전쟁 찬양 비판을 받은 ‘영원의 제로’(2013)에 작품상을 줬다고 일본 아카데미상이 극단 사상에 지배된다는 생각이 비논리적이듯이, 마찬가지로 이번 ‘신문기자’ 수상이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비롯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흐름이란 표현도 억지 같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日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 '기생충' 아닌

'기생충' 흑백판 한 장면. 전세계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기생충'은 다음달 8일부터 북미에선 디즈니 계열 OTT 플랫폼 훌루에서 독점 스트리밍된다. 국내에선 현재 극장 상영 외에 티빙(TIVING), 포털, IPTV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흑백판 한 장면. 전세계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기생충'은 다음달 8일부터 북미에선 디즈니 계열 OTT 플랫폼 훌루에서 독점 스트리밍된다. 국내에선 현재 극장 상영 외에 티빙(TIVING), 포털, IPTV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심은경은 이번 수상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의 역사를 다시 쓰며 일본 활동 전망도 밝아졌다. 한국 배우론 2010년 배두나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으로 우수 여우주연상에 올랐지만 한국, 아니, 외국 배우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에 선정된 건 처음이다. ‘신문기자’와 함께 이름이 불리자 심은경은 수상 무대에 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월에도 그는 ‘신문기자’로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영화 ‘블루아워’로도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한편, 올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작품상은 할리우드 영화 ‘조커’에 돌아갔다. ‘기생충’은 일본 공식 개봉이 올해 1월이라, 내년도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이 검토된다. 
 
‘신문기자’는 이번 수상을 기념해 오는 11일 한국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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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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