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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모테기 전화도 끊겼다···9일 0시로 단절 돌입한 한·일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오는 4월부터 일본 간사이 지방의 리츠메이칸대 정책과학부에서 1년간 교환학생을 가려 했던 박모(22ㆍ국민대 3년)씨는 9일 오전 학교 측으로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혹시나 해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아 비자 발급 문의를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박씨는 “일본 대사관에서도 신청은 받지만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해 교환학생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일단 이번 학기는 휴학하면서 교환학생을 다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급 소통 단절로 사태 악화, 수출 규제 때와 비슷


 
#. 반대로 이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일본인 유학생 6명 가운데 5명은 8일 자로 본국으로 철수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 효력을 무효로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의 소속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철수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과 열흘 전 한국에 들어왔다가 귀국했다.  
  
연간 한ㆍ일 교류 1000만명 시대에 양국 정부가 ‘코로나 장벽’을 세우며 민간 교류를 올스톱시켰다. 한·일 정부가 공표한 9일 0시를 기해서다.  
 
시작은 일본 정부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5일 한국·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격리 방침과 두 나라에서 발급된 사증(비자)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한국 외교부는 곧바로 6일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상호주의에 따라 일본인에 대한 사증 효력을 정지시키고 무효화한다고 했다. “비과학적, 비우호적 조치”라며 일본을 비판하기도 했다.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왕래를 앞두고 있었던 유학생ㆍ기업인ㆍ학자 등 민간인들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인원은 300만 명,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인원은 700만 명가량이라고 한다.
 
당장 4월부터 개강하는 일본 대학으로 출국하려던 유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부산에서 일본 유학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손나리(40) TIS인터내셔널스쿨 대표는 “와세다 대학 등 일부 대학은 4월 중순으로 2주 정도 학사를 연기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제한이 풀리지 않을 경우 가을 학기에 입학하거나 남학생의 경우 군 입대를 먼저 하고 입학하는 식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이번 겨울 방학에 한국에 들어 왔다가 주말 사이에 학교에서 ‘(남은 학기를 위해) 입국을 하지 말라’는 e메일 통보를 받은 친구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내 체류 한국인에게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입국을 앞둔 유학생이나 기업인들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의 정책은 주로 여행 목적의 단기 체류자(90일 이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양국 정부가 극단적인 교류 절벽을 초래한 것을 놓고 당장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아베 총리가 방역 전문가나 외교당국의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데에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곧바로 감정적인 대응을 한 한국 정부도 차분한 대응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간 외교 소식통은 “한국도 외교부 장관, 차관이 나서서 ‘우리가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 식으로 비외교적 대응을 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지금이라도 한·일 인적교류 재개를 위한 고위급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은 이른바 ‘2월 말 3월 초’에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외교장관들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제외였다. 베트남ㆍ캐나다ㆍ엘살바도르·멕시코 외교장관 등과도 통화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이후에도 강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모테기 외상 대신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 대사를 직접 만나는 것으로 대체했다.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의 복원 루트였던 ‘조세영 외교부 1차관-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라인’도 이번엔 도움이 안 됐다. 조 차관은 오히려 6일 저녁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각에선 현재 양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볼 때 외교 라인이 소통했더라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7월 수출규제 때와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며 “당시에도 일본 총리관저가 주도하면서 외무성 라인이 논의 과정을 제대로 몰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강 장관이 당시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과 만난 뒤 이틀 만인 7월 1일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런 때는 외교부 차원을 넘어 ‘하우스 투 하우스(한국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로 소통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한·일 관계가 워낙 악화돼 고위급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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