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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시선] 마스크 사태 일파만파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걱정이 태산이다. 마스크 때문이다. 구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마스크 5부제’란 어이없는 현실에 절로 한숨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걱정을 태산으로 키운 건 다른 이유다.
 

어림셈 수급 예측에 실패한 정부
경제·외교·일자리·교육 같은
복잡한 고차 방정식 풀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서서히 번지던 지난 1월 말이었다. 마스크값이 치솟았다. “구할 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그러자 며칠 뒤 정부가 나섰다. 파악한 수치를 친절하게 공표했다. “하루 평균 800만장 생산, 국내 총 재고량은 3110만장이다.” 이튿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담했다. “일부 유통 단계에서 매점매석 등으로 불안이 야기됐지만, 마스크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어떻게 나온 계산인지 모르겠다. 당시는 옆 나라 중국에서 감염자·사망자가 확확 늘던 때였다. 국내 거리에서도 마스크 안 쓴 이가 점점 드물어졌다.
 
당시 마스크는 얼마나 필요했을까. 수요량을 정확히 짚는 것은 몰라도,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정도를 파악하는 계산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국민 5180만 명 중에 어림잡아 4000만 명은 마스크를 하고 다닐 터였다. 백번 양보해 3000만 명이라고 치자. 교체는 얼마나 자주 할까. 마스크 비상시국인 요즘, 정부가 찍어누른 배급량이 ‘1주일 1인당 2매’다. 보통이라면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갈아쓴다는 얘기다. 3000만 명이 이틀에 한 번이어도 하루 1500만장, 매일이면 3000만장이 필요하다. 하루에 800만장씩 만들어도 700만~2200만장이 부족하다. 3110만장 재고는 순식간에 바닥난다. 중국 보따리상이 수백만장을 쓸어가는 건 계산에 넣지 않았는데도 이렇다.
 
그런데도 정부가 문제없다고 했다. 주판알을 잘못 튕겨도 크게 잘못 튕겼다. 결과는 참담하다. 석유파동 때 봤던 긴 줄이 대형마트·우체국·농협 앞에 생겼다. 소문난 맛집, 아이돌 공연장, 테마파크 인기 놀이기구, 특판 상품 내놓은 금융회사 앞에서나 볼 것 같은 행렬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되리란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예상했다. 복잡한 계산이 아니었다. 어림셈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일부는 이득을 챙기려 사재기하고, 소시민은 불안감에 하나라도 더 구해놓으려 했다. 그걸 정부는 몰랐다. 코로나19가 번지지 않았던 나라로 달려가 마스크를 확보했어야 했는데 “수급에 문제없다”고 앉아 있었다. 설마 정부는 정말로 코로나19가 금세 가라앉으리라 낙관했던 것일까. 바로 곁에서 중국 국민이 픽픽 쓰러져 나가던 때인데, 빗장은 그냥 풀어놓고서….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마스크 사태가 보여 준 정부의 실력 때문이다. 정부가 풀어야 할 일들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경제 성장, 외교와 안보, 양극화 해소, 교육과 대학 입시, 부동산 안정, 일자리 확대, 에너지 수급 등등 어느 하나 그렇지 않은 게 없다. 마스크 수급 예측이라는 어림셈조차 실패한 정부가 이런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
 
아무래도 불안하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엔 코로나19 경제 대책이 삐걱거린다. 방역이 급선무인 판에 “공공 문화·예술시설 입장료를 50% 내린다” “관광지 인증샷 추첨해 상품권을 증정한다”며 한시바삐 밖으로 나오라고 꾄다.
 
자영업 지원 방안을 놓고도 현장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지원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과 건물주가 자진해서 임대료를 내리면 세금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자영업주들 반응은 이랬다. “스스로 임대료 내릴 건물주가 몇이나 되겠나. 그리고 우리한테 돈을 빌려준다고? 한참 파리 날릴 텐데 나중에 갚기는 쉬울 것 같은가. 그러니 택할 길은 사람 줄이고 버티는 거다.”
 
경험 오랜 식당 주인은 옛 기억을 되살렸다. “2000년대 초반 폭우가 내려 서울 시내에 홍수가 났다. 주방이 물에 잠겨 음식점은 한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 물에 잠긴 사진을 찍어 동사무소에 내면 바로 10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내줬다. 지금도 그 정도 지원이 아니면 견디지 못한다. 그때는 복구비가 필요하지 않았느냐고? 지금은 훨씬 오래 손님이 끊겼다. 얼마나 심각한지 현장에 좀 와 봐라.”
 
마스크 수급 놓고 책상에서 주판알 잘못 튕긴 정부가 현장도 찾지 않는 모양이다. 문득 지난해 초 최저임금 때문에 만난 자영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공무원 찾아가 이런저런 호소를 했다. ‘자주 와서 얘기해 달라’더라. 가게 문 닫고 자주 오라는데, 참….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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