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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퍼스펙티브] 책 읽고 한 문장이라도 적어라, 그리고 꾸준히 써나가라

좋은 글쓰기 비법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글쓰기 책의 공통점은 ‘읽기가 쓰기 만든다’는 점 강조
쓸 거리 생길 때마다 무조건 메모하고 한줄이라도 쓰며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글쓰기를 반복하는 습관 형성해야
좋은 글에는 독자를 간절하게 만드는, 본질적 질문 담겨있어

 
올해 초 나온 글쓰기 책의 제목이다. 누구나 글을 쓰지만 아무나 잘 쓰는 건 아니다. 문장이 정확하고 아름다워 쓰는 사람은 흡족하고 읽는 사람은 감동하는 글을 쓰고 싶지만, 책상 앞에 앉으면 한 줄도 어렵다. 사람들이 글쓰기 책을 찾는 이유다.
 
그런데 글 잘 쓰는 법이 정말로 있을까. 주제와 소재, 내용과 형식, 용도와 목적, 매체와 독자에 따라 좋은 글의 조건이 다르다는 건 상식이다. 글쓰기 책을 찾아 서점에 가면 독자들 입맛에 맞춘 다양한 책이 나와 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이오덕의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글쓰기 3대 천왕으로 흔히 꼽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들로 글을 익힌 것은 아니다. 문학 작품을 읽고 구절을 초(抄·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적다)하면서 바탕을 잡은 후, 박지원의『열하일기』를 통해 문장의 호흡을 익히고, 철학과 과학책을 읽으며 생각을 다졌을 뿐이다. 수많은 글쓰기 책들이 말한다. 읽기가 쓰기를 만든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첫째 비법이다.
 
인간은 말하고 쓰는 것보다 듣고 읽는 데 더 익숙하다. 표현의 주체보다 생각의 추종자로 오래 살아왔다. ‘글쓰기 공포증’이 생기는 이유다. 『강원국의 글쓰기』에 따르면 “어떻게 시작하지”(첫 줄 공포), “쓸 말이 있을까”(분량 공포), “내일까지 쓸 수 있을까”(마감 공포) 등 세 가지 공포를 넘어서는 게 출발점이다. 치유법은 한목소리다. 한 문장이라도 쓰는 게 둘째 비법이다.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에서 김민식은 쓸 거리가 생길 때마다 무조건 메모부터 하라고 권한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것
 
언어는 유일하지만 좋은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 『인간 vs 기계』에서 김대식은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고 말한다. 생각한 만큼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당신 탓은 아니다. 그러나 글 잘 쓰는 사람은 고된 훈련을 통해 간격을 좁힌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것이다. 손이 생각을 따라붙지 못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셋째, 반복을 통해 습관을 형성하라.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에 따르면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김윤식은 평생 원고지 스무 매를 새벽마다 썼고, 김탁환은 오전엔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잠수를 타면서 소설을 쓴다.
 
‘글쓰기의 항해술’에서는 출발이 가장 중요하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첫 문장을 읽는다면 두 번째 문장도 읽을 것이고, 두 번째 문장을 읽는다면 세 번째 문장도 읽을 것이다. 독자의 눈길을 끄는 문장으로 시작하라. 『글쓰기 생각 쓰기』에서 윌리엄 진서는 말한다. “도입부는 도발적 생각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다음 서서히 정보를 늘리면서 독자를 붙들고 다음 문단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 정보는 독자의 흥미를 붙잡을 수 있는 여러 실례를 말한다.
 
독자한테 가장 흥미 있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정보는 작가 또는 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드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다. “내 인생을 글로 옮기면 원고지 한 트럭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흔히 본다. 그러나 막상 글로 옮겨 보라 하면 100장도 어렵다. 쓰다 보면 정보 나열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문제는 질문이다. 독자를 간절하게 하는 질문을 던져라.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진짜 문제를 모른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좋은 글에는 본질을 건드리는 좋은 질문이 담겨 있다.
  
좋은 글은 사실 아닌 진실 다뤄
 
사실은 무시하면 안 되지만 결정적일 수 없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아는 것이 작가의 출발점이다. 좋은 글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을 다룬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홍차에 마들렌을 적셨을 때 기억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것이 ‘허구’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고에는 마들렌이 토스트나 구운 식빵이었다. 프루스트는 진실을 위해 사실을 버릴 줄 알았기에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진실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럴듯함의 연쇄’ 속에 달려 있다.
 
글은 독자와 함께 가는 여행이다. 버지니아 울프에 따르면 “누구를 위해 쓰는지 아는 것이 곧 어떻게 쓰는지 아는 일”이다. 글 속의 모든 정보는 작가한테는 익숙하고 독자에겐 낯설다. 나만의 체험을 모두의 경험으로 만들려면 독자가 좇아올 수 있도록 충분히 천천히, 그러나 따분하지 않게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독자를 알아야 한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독자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을 갖고 있다.
 
글을 처음 쓸 때보다 퇴고할 때 글쓰기 책들이 도움이 된다.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고 했다. 정확한 마음은 부사 없이 전할 수 없지만, 수사의 낭비는 글을 없어 보이게 한다. 마지막 순간에 쓸모없는 말을 줄여라. 이것으로 글은 좋아지고 논지는 선명해진다. 글쓰기 책을 하나쯤 마련해 체크리스트로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의 글은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SNS 시대 글쓰기, 간결한 문장과 직관적 교훈이 효과적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초연결 시대는 인간 전체를 작가로 만든다. 모두가 글을 쓰고 누구나 출판을 한다. 누구나 작가인 시대이기에 모두가 글을 잘 쓰고 싶다. 문제는 아무나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송나라 구양수가 남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한다’는 불후의 비결이지만, 실행하기에 막연하다. 글 잘 쓰는 법을 찾아 사람들은 자료를 검색하고 수업을 듣고 책을 읽는다.
 
글쓰기의 전략

글쓰기의 전략

사람들 욕구에 부응해 관련 서적도 풍년이다. 교보문고 글쓰기 분야 도서는 2982종이다. 올해에만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를 비롯해 34종이 쏟아졌다. 1908년 최남선의 신문관(新文館) 설립 이래 한국 출판 역사에서 문장 작법은 늘 독자들 관심사였다. 1910~1930년대 책 광고를 보면 이미 글쓰기 관련 서적이 수없이 만들어져 팔리고 있었다. 이태준의 『문장 강화』는 일제강점기 작법 서적의 내용을 집약한 명품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요즈음 글쓰기 열풍은 2014년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출발한다. 이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의 최전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강원국의 글쓰기』 『매일 아침 써 봤니?』 『끌리는 문장은 따로 있다』 등 글쓰기 책이 매년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오덕의 글쓰기』 『글쓰기의 전략』 『유혹하는 글쓰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하버드 글쓰기 강의』 등은 이 분야 고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SNS 시대 글쓰기는 작품 쓰기나 문서 쓰기와 다르다. 긴 글보다 짧은 글이 많이 쓰이고, 독자 일반이 대상인 보편 문법보다 친밀한 소수를 향한 특수 문법이 작동한다. 크리스토퍼 존슨 시카고대 교수의 『마이크로 글쓰기』에 따르면 과거에 사람들은 학교나 직장에 제출해 ‘평가받는 글’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소통하고 즐기고 설득하고 주목받기 위해’ 글을 쓴다. 참여자가 무한하므로 이러한 글들은 씹을수록 맛이 나는 섬세한 표현과 심오한 사유보다 즉각적 반응을 부르는 간결한 문장과 직관적 교훈이 효과적이다. 글쓰기 책 내용도 이에 부응해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리셋 코리아 문화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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