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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타인은 지옥인 시대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5일 발표된 ‘마스크 수입 안정화 대책’은 이번 사태에 정부가 종합적으로 내놓은 해결책이다. 총 공급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확보하고 출생 연도별 마스크 5부제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베이비부머로 출생자 수가 많은 1962년, 1967년, 1972년 출생자들이 구매하는 매주 화요일마다 마스크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온다. 1990년도 출생자의 경우 매주 금요일과 주말에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그것도 한 번에 2개만이다. 국민 원성과 불만이 여전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 대란은 정부 불신이 키워
불안에 따른 가수요 진정시켜야

이 같은 상황에서 마스크의 시장 몸값은 불과 2주 전 하고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마스크는 이제 전쟁터처럼 변해버린 세상에서 총이나 방패와 같은 생존 필수품이 됐다. 공포심이 높아질수록 생존에 필수적인 제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요와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법은 공급을 무한대로 늘리면 된다. 결국 마스크 대란은 공급이 늘어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다. 다만 문제가 해결되는 특정 기간 국민은 인내하고, 생산·유통업체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이 위기를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
 
마스크 품절 사태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고 소진으로 충분한 물량이 시중에 유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 재고 6억장 이상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또 생산량의 80%를 저가에 정부에 납품해야 하는 생산업체의 부담으로 공급 확대가 향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마스크 수출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발 늦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판매업체의 수출을 금지하는 ‘마스크 및 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 업체들이 생산 가능한 마스크 총생산량은 하루 1000만장 수준이다. 생산을 더 늘려야 한다. 수입이 가능하다면 긴급 수입하고 정부는 업계에 가능한 모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공급 물량을 현재의 최소 2배로 늘려야 한다.
 
마스크 품절 사태가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 소비자 불안감에서 발생하는 가수요에 있다. 지난 2월 대통령이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이 불안의 시발점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한참 시작되는 시점에 최고사령관의 성급한 낙관론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만들었고 미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2800만명이다. 1개의 마스크를 2일간 사용한다 해도 1주일에 3개의 마스크가 필요하다. 소비자 2800만명이 필요로 하는 마스크의 하루 적정 공급 수량은 1400만장이다. 한 명의 소비자가 1주일에 2개 이상을 소비하면 마스크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형국이다. 결국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마스크 대체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억제하는 마스크 디마케팅(De-Marketing)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스크 품절사태가 발생하는 세 번째 이유는 유통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와 소매 채널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매점매석과 공포심을 확대하는 가짜뉴스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약 4만5000개 매장이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을 통한 공적 마스크 유통이 가능하도록 채널 전략을 가지고 가야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소매점은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다.  ‘타인이 지옥이다’(Hell is Other People). 지금 한국인은 마스크가 생존 필수품이 돼버린 가 보지 않은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현재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감염에 대한 공포심과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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