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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타미플루 찾아라···코로나 백신 거대제약사 ‘쩐의 전쟁’

‘제2의 타미플루’를 찾아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제약기업의 경쟁에 속도가 붙었다. 제2의 타미플루가 될 코로나19용 치료제와 백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쩐의 전쟁’이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의 주가가 지난달 21일 주당 18.23달러에서 6일 29.61달러로 62.4% 튀어올랐다. 이 기간 이 회사 시가총액은 65억 달러(약 7조7000억원)에서 109억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 3일 미국 국립백신연구소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국립백신연구소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설립 10년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중형 제약회사를 월가의 ‘깜짝 스타’ 자리로 올려놓은 건 코로나19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모더나가 임상시험에 쓰일 백신을 개발해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에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미 국립보건원(NIH)이 지정한 코로나19 임상시험기관이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임상시험용 백신을 모더나가 처음 개발했다는 소식에 5조원 넘는 돈이 단 2주 만에 이 회사 주식에 몰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에 대항할 백신 개발을 두고 20여 개 제약기업과 국가연구기관이 전 세계적인 경주를 벌이고 있는데 모더나는 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미국 증시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수혜주는 역주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주가는 수직 상승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다음 달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 미국 바이오 제약사 이노비오 주가는 올 초(1월 2일) 주당 3.21달러에서 6일 14.09달러로 3배 넘게 올랐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선두권에 서 있다 평가받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리제네론파마슈티컬 주가도 올 초와 견줘 23.0%, 32.4% 급등했다.
 
이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베팅’이다.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다시 조명을 받은 미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사례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창업 초기인 1992년 길리어드는 시가총액 2억 달러 남짓의 중소형 제약사에 불과했다. 이 회사를 시총 1015억 달러 규모(6일 기준) 초대형 제약사로 키워놓은 ‘일등공신’은 타미플루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2009년 타미플루가 효과적인 치료제로 인정받으면서다. 2009년 한 해에만 타미플루 매출은 3조원을 기록했다. 판권을 사들여 전 세계적으로 타미플루를 판매한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돈방석에 앉았다.
타미플루 [중앙포토]

타미플루 [중앙포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적인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잠재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전이 있다고 알려진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후보군 대부분이 독성이 있는지, 사람에게 써도 되는지 정도를 우선 파악하는 전 임상, 임상 1상 시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약으로 효과가 있고 얼마 정도 용량을 써야 적정한지 알아보고(임상 2상),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써서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하는(임상 3상) 등 앞으로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았다. 각국 보건기관에서 약으로 인증받는 최종 절차까지 통과하는 치료제ㆍ백신이 무엇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각국 정부와 보건기관에서 임상시험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돈을 쏟아붓는 물량전이 관건이다. 백신 개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다국적 펀드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리처드 해쳇 최고경영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빠른 속도로 개발하기 위해선 앞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조 원 단위 투자가 가능한 다국적 제약사 중심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미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프랑스 사노피 등도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회사에서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한 만큼 투자금 회수라는 수순이 남았기 때문이다. 2009년 타미플루가 신종플루 치료제로 주목을 받던 때에도 높은 약 가격이 논란이 됐었다. 2017년 타미플루 관련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나오기 전까지 고가 논란은 지속했다.
 
컬럼비아대 의대 빈센트 카니엘로 교수는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는 민간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어 이로 인해 수익성이 없는 치료제ㆍ백신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과 있는 백신이 빠르게 제조되고 현장에서 쓰이게 하려면 정부 지원과 연구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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