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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배급?" "욕받이냐" 주말 약국 시민도 약사도 뿔났다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어제 사셨으면 오늘 못 사요.”
“그런 게 어딨어요. 번호표 주세요.”
 
7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남구의 A약국에서 약사와 손님이 나눈 대화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 지 이튿날인 이날 서울 시내 약국 곳곳에서 이 같은 혼란이 벌어졌다.
 

6일 마스크 샀으면 7·8일 못 사

A약국의 약사는 들어오는 손님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기에 앞서 일일이 “어제 마스크 사셨어요?”라고 물어봤다. 6~8일까지 3일 동안 1인당 마스크 2매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6일 마스크 2매를 샀다면 7~8일에는 추가로 마스크를 살 수 없다.
 
다음 주부터는 1인당 1주일에 2매씩 살 수 있다. 또 5부제가 도입돼 출생연도에 따라서 마스크 구매 가능 시간이 지정된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이다.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구매처는 약국뿐만 아니라 농협하나로마트(서울·경기 제외) 등이다.
 
A약국을 찾은 상당수 시민(10명 중 4명꼴)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전날 마스크를 구매해서 오늘 번호표를 받지 못한 박모(59)씨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5부제를 한다길래 그때부터 1주일에 2장만 살 수 있는 줄 알았다”며 “5부제 하기 전에 더 사두려고 했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막무가내로 약사에게 “번호표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간이 욕설도 들렸다. 약사가 이들에게 “어제 사셨으면 오늘 못 사세요”라고 안내했지만 “그냥 달라”며 번호표를 채가는 사람이 많았다. 전날 구매했으면서 안 샀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사는 기자에게 “어차피 오후에 사러 올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구매 이력이 다 떠 살 수 없는데도 무작정 받아가는 손님이 상당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있다. 이가람 기자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있다. 이가람 기자

 

장애인 위함 아니면 대리수령 불가능 

한 손님은 번호표를 가져가며 약사에게 “오후에 우리 집사람 신분증을 가져올 테니 그걸로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다. 현재 마스크 대리 수령은 대리인이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할 때에 한정해 가능하고, 이 손님의 아내는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제도를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여성 손님은 “언제부터 이런 제도가 생긴 거냐”며 “제대로 홍보를 하고 제도를 시행해야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일률적으로 마스크 수요를 제한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성토도 나온다. 아내와 함께 번호표를 받고 약국을 나온 박모(63)씨는 “이게 뭐하는 건가”라며 “완전히 공산주의 배급제지 여기가 민주 자유주의 국가가 맞느냐”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가람 기자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가람 기자

 

시민 “제도 복잡”…약사 “욕받이 신세”

볼멘소리는 약사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인근 B약국 약사는 “아침부터 번호표 나눠주고 수시로 마스크 찾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내가 지금 약사인지 마스크 판매원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송파구의 C약국 약사는 “마스크를 팔면서 시민들 욕받이를 하다가 곧 쓰러질 것 같다”며 “정부가 마스크 공적 판매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걸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본격화하는 다음 주에도 이 같은 혼란이 이어지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외국인 사이에선 마스크를 살 때 신분증과 더불어 건강보험증까지 제시해야 하는 사실을 몰라 헛걸음을 하는 사례도 잦았다. 중국 국적으로 한국에서 식당 일을 한다는 방모(48)씨는 서울 중구 명동 C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했다가 건강보험증을 잃어 버린 상황이라 마스크를 못 샀다. 방씨는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데 내국인처럼 신분증만 보여줘도 충분한 거 아닌가”라며 “제도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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