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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퇴직연금 수령액이 예상보다 줄었다, 왜 그럴까

기자
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51)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든 그 가치는 가격으로 평가되어 거래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그 본질에서 조금 더 나가면 가치도 가격도 변동한다는 것이다. 가치는 소비를 통해 얻는 혜택이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다. 가격도 가치의 변화에 연동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비례적이지는 않지만 변동한다. 시장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런데 퇴직연금제도에서는 가치에 해당하는 수익은 가격에 해당하는 수수료의 연동에 매우 제한적이다. 수익률 변동에 수수료가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있었다.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수수료는 고정이라는 가입자의 볼멘소리가 높은 것은 그래서다. 
 
그뿐만 아니라 수수료 부과 기준이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적립금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서비스 내용의 다변화와 양질화에 노력하기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적립금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이 연동되지 않으니 수익률은 떨어지는데 사업자의 수수료 수입은 적립금만큼 늘어나니 왜 불만이 없겠는가. 일견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수수료를 부담하니 가입자로서는 별로 문제 되지 않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 돈이 결국 근로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타당치 않은 일이다.
 
수익률 변동에 수수료가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있어왔다. 서비스 내용의 다변화와 양질화에 노력하기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적립금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 Pxhere]

수익률 변동에 수수료가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있어왔다. 서비스 내용의 다변화와 양질화에 노력하기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적립금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 Pxhere]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 감독 당국인 고용노동부가 발 벗고 나섰다. 노동부는 장기간 운용되는 연금제도의 특성상 퇴직연금의 수수료 수준은 은퇴 이후 연금수령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사례를 들었다.
 
☞ (사례) IRP 가입자가 30년간 매년 300만원을 납부 시 수수료율 차이에 따른 수수료 부담액(수익률 4% 가정)
- 부담액: 수수료율 0.8%(1610만원) vs 수수료율 0.3%(640만원) ⇨ 970만원 차이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수료율의 차이에 따른 결과는 상당히 큰 금액의 차이를 보인다. 연금을 10년 나눠 받는다고 가정할 때 수수료율 0.8%인 경우 0.3%보다 연간 수령액이 1000만원 가까이 적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러므로 가입자의 노후소득 재원을 늘리기 위해 퇴직연금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타당하다. 
 
고용노동부는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과 투자일임제도(금융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제도)를 도입할 때 수수료 부과기준을 성과와 연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중소·영세기업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의 수수료 부담 경감과 공시제도 개선을 통해 자율경쟁 지원도 포함하고 있다. 수수료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감독 당국의 노력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수수료의 합리적 조정도 중요하지만, 사업자의 자발적 서비스제공 노력을 촉진하는 방안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운용관리기관(확정급여형에만 적용)이 복수일 경우 비간사기관은 간사기관이 수행하는 가입자 교육을 하지 않으나, 간사기관과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사업자가 자신의 특성에 맞게 가입자 교육을 하고자 할 경우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의 가치를 높이려면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비용을 합리적으로 낮추되 낮춘 만큼의 비용이 혜택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의 가치를 높이려면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비용을 합리적으로 낮추되 낮춘 만큼의 비용이 혜택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원리금보장 상품은 설명의무 및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나 실적배당 상품과 같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의 운용관리수수료율 차등을 두는 것이 좋지만, 단순히 차등이 아니라 자산운용 컨설팅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할 경우 차별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퇴직연금 수수료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사업자가 가입자를 위해 수행하는 역할이 미미한 것이 수수료 갈등의 원천이다. 반면 선진국은 수익률로 보전해주려고 경쟁력으로 노력하면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
 
가입자 입장에서 퇴직연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혜택을 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치=혜택-비용’이므로 가치를 높이려면 혜택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비용을 합리적으로 낮추되 낮춘 만큼의 비용이 혜택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찾으면 좋다. 그것은 가입자에게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자산운용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방향으로 퇴직연금 참가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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