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고어는 54만표 더 얻고도 졌다···美대선 '승자독식 룰' 총정리

※ 어려운 국제정세를 영화를 통해 쉽게 풀어낸 [임주리의 영화로운 세계]가 2020년 시즌2로 독자 여러분을 다시 찾아갑니다.

지난 3일 미국 14개주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열렸다. 이른바 '슈퍼 화요일'에서 승기를 잡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14개주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열렸다. 이른바 '슈퍼 화요일'에서 승기를 잡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얼마 전 미국 14개 주(州)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열리며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이른바 '슈퍼 화요일'이었죠. 일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기를 거머쥐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선에는 전 세계가 주목합니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복잡할까요? 어떤 게임이든 룰을 알아야 재미있는데 어려운 단어에 주눅부터 듭니다.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분들, 임주리의 [영화로운 세계]와 함께 살펴보시죠.  
 

미국 대선은 간접 선거다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첫 번째 키워드는 ‘간접 선거’입니다.  
미국인들은 11월 열리는 선거(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원하는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내가 그 후보를 찍을게’라고 약속한 선거인(Elector)을 뽑죠. 이렇게 뽑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 12월 '진짜'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를 약속한 후보에게 표를 주는 건데요.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의 특징을 오묘하게 섞어놓은 셈이죠.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청해온 미국에서 간접 선거라니. 어딘지 좀 이상하죠?  
미국은 이주민이 세운 나라입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아니라 각 지역 세력이 연합해 나라를 만들었죠. 여러 주(州)가 힘을 합쳤으니 각 주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지 클루니가 대선에? 진짜 출마한 것 아닙니다! 영화 '킹메이커' 속 한 장면이죠.

조지 클루니가 대선에? 진짜 출마한 것 아닙니다! 영화 '킹메이커' 속 한 장면이죠.

 
이런 상황에서 직선제를 하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인구가 적은 ‘작은 주’들이 손해 볼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인구가 많은 주의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컸으니까요. 그래서 도입한 게 ‘선거인단 제도’였습니다. 머릿수로 밀어붙이지 말고 각 주의 대표자(선거인)가 모여 대통령을 뽑자는 거였죠. 아무리 작은 주라 해도 선거인단이 최소 3명은 보장되고, 캐스팅 보트(결정권ㆍ의회에서 두 정당의 세력이 비슷할 때 승패를 결정하는 제3당의 투표)가 될 수도 있었으니 나름 합리적이었습니다.  
미국이 50개 주와 1개 특별구로 이뤄진 연방제 공화국이란 점을 인지해야 이해가 되는 제도죠.
 
선거인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각 정당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사람들로 선거인단을 꾸립니다. 군인ㆍ공무원(선출직 포함)은 제외고요. 선거인단 수는 각 주(州)의 인구에 비례해 정해집니다. 캘리포니아주는 55명, 알래스카주는 3명인 식이죠.  
 

경선은 대선만큼 치열하다

영화 '킹메이커'의 한 장면. 모리스(조지 클루니) 주지사의 책사 스티븐 역할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

영화 '킹메이커'의 한 장면. 모리스(조지 클루니) 주지사의 책사 스티븐 역할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

 
요즘 많이 들려오는 코커스(Caucusㆍ당원대회), 프라이머리(Primaryㆍ예비선거)란 말은 모두 당 경선 얘깁니다. 코커스는 당원들만 참여할 수 있고 프라이머리는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단 점에서 다르죠. 경선을 둘 중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는 각 주 정부가 정합니다. 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주가 훨씬 많아요.
 
코커스ㆍ프라이머리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2월부터 6월까지 미국 전역에서 치러집니다. 모든 주에서 경선이 끝나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후보를 확정합니다. 보통 야당이 7월께, 여당이 8월께 진행하죠.
 
양당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미국에선 당 경선이 대선 만큼이나 치열한데요. ‘킹메이커’(2011, 조지 클루니 감독)는 바로 이 과정의 치열함을 흥미롭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민주당 모리스(조지 클루니) 주지사 선거 캠프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오하이오주 경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모리스와 당 경선에서 대결 중인 풀먼 의원 측 전략가가 스티븐을 찾아오죠.  
 

“프라이머리에선 무소속, 공화당원들도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 있지. 공화당은 지금 모리스를 견제하고 있어. 그렇다면 오하이오의 보수파는 누구를 찍겠나? 풀먼을 찍으러 오겠지. 그거 한 방이면 자넨 날아가.”

 
민주당 경선에 공화당원들이 스파이처럼 잠입, 본선에서 공화당이 누를만 한 후보가 올라오도록 만든단 얘깁니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는 거죠. 궁지에 몰린 스티븐은 자기편에 서줄 상원의원 포섭하랴, 상대 후보 흠집 내랴, 공화당에 꼬투리 잡히지 않으랴 갖은 애를 쓰지만, 점점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그 분위기가 대충 짐작 가시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참, 왜 민주당 경선 얘기뿐이냐고요?
관례상 현직 대통령이 속한 당은 형식적으로만 경선을 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주에서 공화당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추대했고, 경선을 치르는 주에서도 트럼프가 속속 승리하고 있죠.
 

키워드는 ‘승자독식’

영화 '리카운트'의 한 장면.

영화 '리카운트'의 한 장면.

 
선거인단 제도와 경선 과정을 이해하셨다면 마지막 관문만 남았습니다.  
바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란 키워드죠. 말 그대로 이긴 자가 다 갖는단 뜻입니다. 주(州)별로 직접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내가 사는 주(州)에 주민이 12명이고 배정된 선거인단은 3명이라 칩시다. 8명이 A당 후보를 찍고, 4명이 B당 후보를 찍었다면 어떨까요. 선거인단 2명은 A당에, 1명은 B당에 줘야 할 것 같죠? 그런데 ‘승자독식’ 제도하에선 A당에 선거인단 3명을 모두 몰아줍니다.  
 
이 제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이웃한 주(州)에 주민이 20명이고 선거인단이 5명이라고 합시다. 9명이 A당을 찍고 11명이 B당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B당이 선거인 5명을 모두 가지게 되죠.  
 
이 2개 주(州)가 나라를 이룬다고 가정할 때, A당을 찍은 사람은 총 17명, B당을 택한 이는 15명이니까 A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단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A당이 확보한 선거인은 3명, B당은 5명이니 B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거죠.  
 
즉, 일반 시민의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서 지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역사상 5번이나 있었죠.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패한 앨 고어의 사례가 가장 유명합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오른쪽)이 대선 패배 승복연설 6일 뒤인 2000년 12월 19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앨 고어 전 부통령(오른쪽)이 대선 패배 승복연설 6일 뒤인 2000년 12월 19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영화 ‘리카운트’(2008, 제이 로치 감독)는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낸 수작입니다.
 
부시와 고어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는데요. 선거인단 25명이 달린 플로리다주가 승부처가 됩니다. 그러나 이곳에선 검표 기계 등의 문제로 재검표 요구가 일고, 약 한 달간 재검표를 거치며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됩니다. 결국 고어는 총득표수에서 54만여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지고 말죠.  
 

과연 선거는 민주적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카운트'의 한 장면. 복잡한 투표용지 앞에서 망설이는 한 시민의 모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카운트'의 한 장면. 복잡한 투표용지 앞에서 망설이는 한 시민의 모습이다.

 
딱 봐도 좀 이상하잖아요? 
미국에서도 승자독식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습니다. 표를 던지는 유권자의 뜻을 그대로 담지 못하는 비민주적인 제도란 거죠. 
 
각 당의 후보는 자신을 지지할 게 확고한 ‘안전주(州)’나 선거인단이 적은 ‘작은 주(州)’를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선거인단이 많은, 즉 인구가 많은 11개 주에서만 승리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27개 주에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소위 '경합주(州)'에만 온 정성을 쏟은 거죠. 
 
그런데도 여전히 50개 주 중 48개 주에서 승자독식제가 운영(네브래스카주·메인주는 득표수에 비례해 선거인단을 나눔)되는 것은, 역시 미국이 연방제 국가란 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선거인단 제도라는 건 각 주(州)가 대표를 내보내 대통령을 뽑는 것에서 시작한 겁니다. 각 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주 내부에서 의견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죠. 그 '의견 통일'이 바로 승자독식입니다. 특히 작은 주의 경우, 이렇게 해야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었고요. (인구가 적어 무시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합니다만.)  
 
선거인이 자신이 지지하기로 한 후보에 투표하지 않는 걸 ‘반란표’라고 하는데요. 승자독식을 통해 한 주의 선거인단을 같은 당원으로 통일해야만 선거인의 ‘반란표’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표’는 여전히 중요하다  

영화 '스윙보트' 속 버드는 자신의 표로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영화 '스윙보트' 속 버드는 자신의 표로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투표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주인이라고 착각하게 하지만 어차피 누구를 뽑아놔도 보험료는 안 내려갈 거고, 너 병나면 아빠는 가서 피 팔아야 돼.”  
 
코미디 영화 ‘스윙보트’(2008,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에서 버드(케빈 코스트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 선거란 TV에나 나오는 얘기죠. 그러나 자신의 한 표가 미국의 대통령을 결정짓게 되는 상황에 처하자, 점차 알게 됩니다. 한 표의 소중함을요.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수많은 ‘버드’들을 가리키며 복잡한 선거인단 제도, 승자독식 방식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지적합니다. 선거 때마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죠.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소중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버드의 어깨에 자유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그래도 말씀하시겠어요? 그래 봐야 고작 한 표라고요.” (영화 ‘스윙보트’에서)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관련기사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영화로운 세계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