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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덜 하고 협치 ‘나 몰라라’…발의 법안 66% 손도 못 대

국민 선택, 4·15 총선 〈1〉 20대 국회 성적표

20대 국회는 ‘게으른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이 3건 중 1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일 오전까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3955건이다. 이는 19대(1만7822건)에 비해 34% 증가한 것으로, 의원 1명당 평균 약 75건을 발의한 셈이다. 발의 건수만 보면 역대 최고다. 그러나 실제 처리된 법안은 전체 발의 법안의 32%에 불과한 7752건(폐기·철회 법안 제외)에 그쳤고, 66%(1만5879건)는 손도 대지 못한 채 남아 있다.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 비율이 42%, 18대 국회가 44%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열흘 남은 2월 임시국회를 사실상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로 보고 있다. 다음 달 총선을 치른 후에는 차기 국회 개원을 앞두고 실효성 있는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게으른 국회’ 오명
발의 건수 역대 최고 2만3955건
법안 처리 비율은 32% 머물러

황주홍, 법안 696건 최다 발의
이동섭은 공동발의 이끈 ‘마당발’

법률안 단어만 고치거나 중복
발의 건수만 늘린 사례 증가도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 42%, 18대 44%
 
발의 주체별로 살펴보면 상임위원장(1285→1351건)과 정부(1093→1091건)의 접수 법안 건수는 큰 차이가 없는 데 반해, 국회의원(1만5444→2만1513건) 접수 법안은 무려 39%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공천 심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실적 채우기’에 나선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활동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입법 건수를 높이기 위해 법률안의 단어 하나를 고치거나,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여러 개로 중복 발의하는 식으로 알맹이 없이 발의 건수를 늘린 사례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중앙SUNDAY는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 연구팀, 입법 빅데이터 분석업체 폴메트릭스와 공동으로 20대 국회 활동을 분석했다. 1월 3일 현재 대표발의 건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황주홍(민생당, 696건) 의원이었다. 이어 박광온(더불어민주당, 387건)·이찬열(미래통합당, 323건)·김도읍(미래통합당, 237건)·박정(더불어민주당, 229건) 의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황주홍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는 2·3위 의원들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거의 매일 1~2개의 법안을 발의해야 가능한 숫자다. 발의 건수 10위 내의 다른 의원들도 2~3일마다 한 개씩 법안을 대표발의한 셈이 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대표·공동발의를 합치면 이찬열(미래통합당, 4544건) 의원이 가장 많은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주홍(민생당, 4012건)·신창현(더불어민주당, 3703건)·박정(더불어민주당, 3060건)·김철민(더불어민주당, 2582건) 의원도 발의 건수가 많았다. 정당별로는 10위권 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7명(신창현·박정·김철민·김해영·윤관석·김정우·윤후덕), 미래통합당 2명(이찬열·이동섭), 민생당 1명(황주홍)이 올랐다.
 
자신의 대표발의 법안에 가장 많은 동료 의원의 참여를 이끌어 낸 ‘마당발’은 이동섭 의원이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총 239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정운천(미래한국당) 의원은 221명, 주승용(민생당) 의원 217명,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214명, 이명수(미래통합당) 의원 211명, 정세균(더불어민주당) 의원 207명 등이었다.
 
그러나 두 거대 정당의 경우 공동발의가 주로 정당 내에서만 이뤄져 정당 간 협치는 활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공동발의 건수 중 당내 공동발의 비율은 자유한국당이 92%, 더불어민주당이 90%에 달했다. 타 정당과 힘을 합쳐 공동발의한 비율이 10건 중 1건에 못 미치는 셈이다. 특히 양 정당 소속 의원들이 상대 정당과 공동발의한 건수는 5396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공동발의 중 2%, 자유한국당에서는 5%의 비중에 불과했다.
 
반면 소수 정당인 정의당의 경우 당내 공동발의(41%)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공동발의(44%)가 더 많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바른미래당(5%)이나 민주평화당(3%)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 빈도가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1%)보다 높았다. 한규섭 교수는 “다당 구조 하에서 원활한 입법활동을 위해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현재 진보 진영 내 비판 여론 때문에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논의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민주당 의원들과 공동발의 44%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정당 내 공동발의 비중이 나란히 42%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타 정당과의 공동발의가 빈번했다. 이들 두 정당은 상호간 공동발의 건수가 9958건으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바른미래당 25%, 민주평화당 32%). 국회 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소수 정당들은 서로 협치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또 두 정당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 비중(바른미래당 27%, 민주평화당 19%)이 자유한국당과의 공동발의(바른미래당 5%, 민주평화당 6%)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 국회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을 주도해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회의원 개인별로는 황주홍(5814건)·이찬열(5649건)·최도자(1958건) 의원이 타 정당과의 공동발의 건수가 가장 많았다. 10위권 내에 있는 국회의원 가운데 과거 바른미래당 소속은 6명(이찬열·최도자·주승용·장정숙·이동섭·김관영), 민주평화당이 3명(황주홍·김종회·정인화), 정의당이 1명(윤소하)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은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정당 간 협치에 대한 동기가 약했음을 보여줬다.
 
대선 후 멀어진 협치, 정당 간 공조 43%→ 26%
정당 간 거리는 2017년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더욱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의 대선 전후 공동발의 비율을 살펴본 결과, 대선 이전에는 전체 공동발의 가운데 약 43%가 정당 간에 이뤄졌으나 대선 이후에는 이 비율이 26%로 크게 낮아졌다.  
 
한규섭 교수는 “대선 이후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기대어 집권 여당이 ‘협치’보다는 ‘개혁’ 드라이브에 치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 정당과의 공동발의 비중이 대선 이후 급격히 낮아지는 경향은 모든 정당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선 이전에는 전체 공동발의의 약 30%가 타 정당 소속 의원들과의 공동발의였으나 대선 후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14%로 떨어졌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로 대선 이전 26%였던 정당 간 공동발의가 대선 이후 10%로 하락했다. 대선 이후 양대 정당이 극단 대립하는 정국이 이어지면서 협치 의지도 약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협치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중도 성향의 소규모 정당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바른미래당은 대선 이전 타 정당과의 공동발의가 전체 공동발의의 80%에 달했지만, 대선 이후 이 비율은 69%로 낮아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43%에서 29%로 눈에 띄게 줄었다. 민주평화당 역시 대선 이전 85%였던 정당 간 공동발의 비율이 대선 이후에는 69%로 하락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중앙SUNDAY-서울대 폴랩-폴메트릭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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