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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글쓰기, 차별에 맞선 여성들의 무기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여성 현실 증거 100가지 물품 소개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이야기의 힘 믿는 여성작가 25명

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지음
민음사
 
3월 8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여성의 날’이다. 3월은 ‘여성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이다. 이를 기념하듯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이하 『100』)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이하 『살아남다』)가 출간됐다.
 
『100』은 여성의 몸·섹스·노동·권력에 얽힌 세계사를 100가지 물품으로 다룬다. 『살아남다』는 적대적인 환경과 맞선 여성사를, 마그리트 뒤라스에서 제인 제이콥스까지 25명의 여성 ‘글쟁이’를 통해 밝힌다.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봄철’(1872). 19세기 화가들은 글 읽는 여성, 편지 쓰는 여성을 화폭에 담았다. 글을 읽게 된 여성들은 글을 쓰게 됐다. 독자와 작가가 된 여성들은 세상을 바꾸었다. [사진 월터스 미술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봄철’(1872). 19세기 화가들은 글 읽는 여성, 편지 쓰는 여성을 화폭에 담았다. 글을 읽게 된 여성들은 글을 쓰게 됐다. 독자와 작가가 된 여성들은 세상을 바꾸었다. [사진 월터스 미술관]

우리 수필 『조침문(弔針文)』이 두 책을 잇는 고리다. 저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이 없어 바늘이 유일한 친구였던 조선 23대 왕 순조(純祖) 때 유씨(兪氏) 부인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는 부러진 바늘에 자신의 슬픈 처지를 투사한다. 현대문으로 축약한다면 이렇게 시작한다. “성인 여성의 손에 꼭 필요한 것이 바늘이다. 한낱 흔하고 작은 물건이나 이렇게 슬퍼함은 내 마음 씀씀이가 남과 달라서다. 아깝고 불쌍한 너를 얻어 손에 쥔 지 27년. 눈물을 겨우 잠깐 거두고 네 자취와 내 마음속 깊은 정을 총총히 적어 너를 떠나 보내노라.”
 
바늘은 『100』에 나오지 않는다. 『100』에는 재봉틀을 비롯해 생리대·포대기·피임약, 코르셋(기원전 2000년), 기차 여성전용칸(1840년대), ‘데이트 강간 경고 포스터’ 등 100가지 물품이 나온다. ‘인류의 어머니’인 루시(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에 따르면 ‘인류의 할머니’)의 뼈부터 훼손된 마거릿 대처의 조각상까지.
 
『100』은 남성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리스도교·이슬람·힌두교·유교 문명권은 문명을 표방했으나 실제로 구현한 문명은 남성들의 문명이었을 뿐이다. ‘세상의 반’ ‘하늘의 절반’은 좋게 말하면 ‘2류 시민’, 과격하거나 솔직히 말하면 ‘남성의 노예’였다. 수십 년 전까지도. 심지어는 오늘도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100』의 집필 목적이 남성 단죄는 아니다. 『100』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제약과 비판을 마주하는 여성들의 기술과 지략, 끈기, 창의력, 유머 감각과 자유를 찬양한다.” 하지만 『100』은 남성의 죄상을 기록하고 폭로한다. 세계의 남자들은 100여 년 전에야 여성 참정권을 ‘허락’했다. 200년 전 영국 남자들은 아내를 공공 경매장에서 팔았다. ‘아내 판매’는 저소득층의 이혼 수단이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칠거지악(七去之惡,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 중 하나는 ‘말이 지나치게 많음’이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말 많은 여성의 입에 ‘잔소리꾼 굴레(scold’s bridle)’를 씌워 고문하고 처벌했다. 20세기 초에는 여성 참정권을 위해 단식 투쟁하는 운동가들을 정부는 ‘강제 급식(forced feeding)’으로 대응했다. 45cm 고무 튜브를 목구멍에 넣었다.
 
이러한 천인공노할 만행에 여성은 어떻게 저항했을까. 여성은 우선 글을 읽었고 그다음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더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살아남다』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여성들은 생존과 투쟁의 길을 글쓰기에서 찾았다. 저자 장영은은 작가, 즉 글 쓰는 사람을 이렇게 정의한다. “단 한 명이라도 독자를 가진 사람.”
 
장영은 작가의 인용문에 나오는, “글을 써서 집을 사고, 그 집에서 다시 ‘미친 듯이’ 글을 쓴” 마그리트 뒤라스 같은 사람만 작가가 아니다. 일기를 쓰는 사람도 작가다. 『살아남다』가 소개한 프리다 칼로는 화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마지막 10년을 담은 일기는 책으로 출간됐다. ‘나’라는 독자를 위해 일기 쓰는 사람도 어엿한 작가다.
 
『살아남다』는 역사를 바꾼 여성 25명의 전기 모음집이다. 25명의 인생에서 자기계발서적인 의미의 메시지도 뽑았다.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글 쓰는 여자는··· 자신의 운명과 아름다운 이야기의 힘을 믿기에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빛난다. 매일매일 새로운 삶의 도약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꾸린다. 사랑을 비롯한 오랜 비밀을 밝히고 증명하기 위해 그는 오늘에 집중하며 서두르지 않는다. 그가 결국 자기 뜻을 이루고 승리하는 이유가 있다.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고 우정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멈춤 없이 희망으로 가득 찬 역사탐험을 감행하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두려움이 없기에 세상을 포용할 수 있다’.
 
고대사건 현대사건 역사는 차별로 얼룩진 잔혹사(殘酷史)다. 차별이 사라졌을 때 역사는 진정으로 종언한다. 그런 의미의 역사 종언에 우리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여남(女男), 남녀(男女)가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100』과 『살아남다』가 던지는 질문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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