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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조원태(한진)·이해욱(대림) 운명 가른다

사내이사임기·경영권승계 맞물리며 표대결 예고… 국민연금·일반주주 표심 주목
 

2020 주총, 3대 변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총회에서는 격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모습.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총회에서는 격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모습.

해마다 봄이 오면 ‘주주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주 총회가 열린다. 올해는 전자투표제 확산, 사외이사 연임 제한 등 제도 변화와 함께 일반 주주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너 중심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승계 구도가 맞물린 기업들은 주총에서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에 올라오는 주요 안건으로는 사내·외 이사 선임, 전년도 재무제표 승인, 배당 결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안건이 사내이사 선임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한국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진그룹 주주총회는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그룹 총수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조원태 회장의 임기는 3월 23일 만료되는데, 이번 주총에서의 연임 여부가 향후 경영권 경쟁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지난해에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기치로 내 건 KCGI와 격전을 벌인 바 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해 2019년 주주총회에서 당시 그룹 총수였던 조양호 전 한진칼 회장의 연임 안건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그룹 내 계열사를 활용한 사익편취와 갑질 논란에 빠져 있던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점입가경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올해 한진그룹의 주주총회는 조양호 전 회장 사후 후계 경쟁이 겹치면서 더욱 뜨거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갈등 구도는 비위를 일삼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KCGI의 경쟁이었다. 올해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 항공 부사장, 남매 간의 대결 구도로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 1월 한진칼 공개자료에 따르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33.45%로 추산된다.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이른바 ‘3자 연합’은 31.98% 수준이다. 양측 모두 확고한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결권 기준 한진칼 지분 2.9%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들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24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구성을 마치고 향후 주주권 행사를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다만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지분율 격차를 벌리기 쉽지 않은 만큼 일반주주들의 선택이 한진칼 주총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여기서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주요 계열사 노조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직원들이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 만큼 일반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에서는 한진칼 주식 3.8%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는 “한진그룹 직원들도 주주인만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다만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오너일가와 KCGI의 대결이 아니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대결 구도로 비춰지면서 일반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그룹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대림그룹 역시 주주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림은 총수 일가가 사익편취와 도덕성 문제로 지탄받은 가운데서도 이해욱 회장 중심의 승계를 완료했다. 대림그룹은 최대주주인 이해욱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실상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분 52%를 이해욱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여기서는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은 대림코퍼레이션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3%에 그친다. 이해욱 회장의 대림산업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임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이해욱 회장을 압박할 만한 요소로는 과거 편법 승계와 사익편취 논란이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대림H&L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평가하면서 지분율을 높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의 합병 때문이데 당시 합병비율은 1대0.78을 적용했다. 합병 전까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이 없었던 이해욱 회장은 합병 덕분에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을 단숨에 32%까지 끌어올렸다.
 
 

총수 비위 도마 오른 대림그룹도 주목

갑질 논란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운전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개인회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인 글래드호텔로부터 상표권 명목으로 31억원을 받아가면서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2월 5일 진행한 회의에서 대림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대림산업 지분 12.21%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다만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대림그룹 관계자는 “주주총회와 관련해서 국민연금으로부터 따로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후계 구도를 다진 현대차그룹은 진통이 예상되는 다른 그룹과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한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을 벌였고 압승을 거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무난하게 ‘정의선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1년간 현대차 대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이번 3월에 종료되지만 현대차그룹에서는 연임 안건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 이사 재선임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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