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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꼼수의 향연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여의도가 ‘꼼수의 향연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1 연합이 주도해 개정한 새 선거법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입니다. 정치 흥정으로 비례 의석을 늘리지 못하고, 연동형 대상은 30석으로 줄이는 등 누더기가 됐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은 분명합니다.
 
 새 선거법은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고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여러 정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다당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연대가 정착되는 정치 문화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미래한국당 등 정당별 득표율을 예상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미래한국당 등 정당별 득표율을 예상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대는 곧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난장판입니다. 이미 미래통합당은 비례의석용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범여권 세력이 독단으로 선거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방어권 차원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선거제도의 허점을 노린 꼼수입니다.  
 
만약 현 정당 지지율(대략 더불어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8%, 정의당 13% 안팎-2월 21일 한국갤럽 조사)을 기준으로 미래한국당만 비례 정당으로 나선다면 비례의석은 미래한국당이 민주당보다 대략 20석 정도 더 가져갈 것으로 예상합니다(민주당 7석, 미래한국당 27석).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죠. 원내 1당은 물론이고 원내 과반 의석을 미래통합당에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야당의 어설픈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민주당, 정의당, 민생당 등 범여권 진영을 묶는 비례용 연합위성정당 창당 논의가 시작된 이유죠. 연합위성정당이 출범하면 비례 의석을 27석 정도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의석은 18석으로 줄고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왼쪽)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왼쪽)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난한 민주당이 마찬가지로 꼼수를 쓴다면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선거에서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현실론을 주장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를 시궁창에 처박는 꼴 아니겠습니까. 
 
정치의 목적이 뭔가요. 이해 갈등을 조정해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봉사하는 거 아닙니까. 그 길로 가자고 법을 개정해놓고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는 유권자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환멸입니다.  
 
민주당은 정도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굳이 정치 공학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습니다. 이게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의회를 다양성의 향연장으로 만들겠다는 새 선거법의 취지에 맞는 길입니다. 몇 석 포기하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의회에 진입하도록 문을 열어 주는 당당한 자세를 보이는 게 여당이 펼쳐야 할 큰 정치입니다. 그래야만 소수 정당과의 정책 연합 등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의당은 미래한국당 창당을 ‘위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정의당이 비례의석 몇 개 보장받고 연합위성정당에 참가하는 건 스스로 헌법을 위배하는 자가당착 아닌가요. 편법 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도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길 수는 있겠지만 한국 정치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여든, 야든 꼼수 정치로도 선거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뿐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라는 열차는 국민을 감동하게 하지 않고는 멀리 갈 수 없는 법입니다. 철마의 바퀴를 뒤로 돌렸거나, 돌리려는 꼼수 세력은 유권자가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 유권자의 눈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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