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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나물이야 약재야…바닷 바람 이겨낸 해방풍 아세요?

기자
강병욱 사진 강병욱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1)

 

세상에는 오만가지 식재료와 음식이 존재한다. 각 지역의 기후와 위치만큼 다양하며, 나름의 이야기와 삶을 담고 있다. 우리는 평소 별생각 없이 먹어왔던 것에 관해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전국 각지의 특산물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는 식재료, 사라져 가는 우리 음식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경상북도 울진에는 해방풍이라는 나물이 있다. 해방풍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뭔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해방이라는 역사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외국인 친구에게 해방풍을 ‘Independence(독립)’이라고 설명했던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해방풍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말 오래된 우리나라 전통 식재료다.
 
해방풍은 미나릿과에 속하며 나물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해방풍을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모래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갯방풍’이라고도 불리며, 바다가에 자생하는 약초로 중풍을 막는다고 해 ‘해방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빈방풍, 해사람이라고도 한다. 보기 드물게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해방풍이다.
  
미나리과의 해방풍은 모래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갯방풍’이라고도 불리며, 바다에 자생하는 약초로 중풍을 막는다 하여 ‘해방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사진 강병욱]

미나리과의 해방풍은 모래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갯방풍’이라고도 불리며, 바다에 자생하는 약초로 중풍을 막는다 하여 ‘해방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사진 강병욱]

 
해방풍은 바닷가의 모래땅에서 자란다. 전체에 흰색 털이 나고 뿌리는 모래 속에 깊이 묻히며 높이는 20㎝ 정도로 올라온다. 해방풍꽃은 6~7월에 만개하는데, 그 모습이 브로콜리와 비슷하다. 꽃은 흰색이며 복산형꽃차례로 줄기 끝에 나며 작은꽃이 많이 핀다. 큰꽃자루보다는 작은꽃자루가 더 많다. 열매는 작고 달걀 모양이다.
 
해방풍은 나물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줬다. 나물이라 하면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봄 향기를 부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촉감을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해방풍을 처음 본 사람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나물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처음 해방풍을 접했을 때 겉은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한 듯 작고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만져보고 먹어보니 상당히 거친 남자의 느낌이 강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이파리는 약간 가시가 나온듯 따끔하고 날카로웠다. 살짝 먹어본 맛은 억세며 보약을 먹은 듯 쌉쌀한 맛이 입안에 오랜 시간 맴돌았다.
 
해방풍이 자라는 모습을 모면 왜 거친 남자의 나물인지 알기 쉽다. 직접 울진에 방문했을 때 일반 뜰이 아닌 바닷바람이 부는 바닷가의 가까운 모래땅에서 자라고 있었다. 마치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모질고 거친 풍파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했다. 인생의 굴곡처럼 처음 입으로 넘긴 해방풍은 달지만, 끝이 진하고 아린 맛이 일품이다.
 
해방풍은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풍을 예방하고 피를 맑게 하는 약초’라 기록돼 있다. 할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방풍은 약재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에서 모두 가져가 씨가 마를 뻔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고 한다.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예전에는 줄기가 약재로 인기가 많아 줄기만 가져가고 잎은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식재료의 활용도도 변하는 것 같다.
 
실제 울진에는 해방풍을 식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한다. 바다를 업으로 삼으며 사는 울진에서는 해방풍이 배멀이에 특효로 배를 타기 전 해방풍 잎을 씹어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해상 작업으로 몸이 차진 어부가 집에 돌아와 해방풍을 욕조에 넣으면 목욕 후 한기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냉증, 대하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방풍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방풍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서 조리했다. 돼지고기와 해방풍을 함께 넣어 수비드로 오랜 시간 동안 진공 조리를 하니 돼지고기에 해방풍의 은은한 향이 배어 식감을 좋게 했다. [사진 강병욱]

해방풍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방풍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서 조리했다. 돼지고기와 해방풍을 함께 넣어 수비드로 오랜 시간 동안 진공 조리를 하니 돼지고기에 해방풍의 은은한 향이 배어 식감을 좋게 했다. [사진 강병욱]

 
예로부터 울진의 식생활에 많이 활용됐지만, 사실 해방풍은 국가지정 ‘희귀식물’로 지정될 만큼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울진군농업기술센터의 주도로 해안가에서 해방풍 종자 찾기를 주력한 끝에 종자 개발에 성공,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음식 외에 수분크림, 바디샴푸 등의 제품을 개발해 6차산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끊임없는 지역 특산품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방풍은 매력적이고 사연이 많은 우리의 식재료다. 해방풍을 갖고 오는 차 안에서 음식에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해방풍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방풍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서 조리했다. 돼지고기와 해방풍을 함께 넣어 수비드로 오랜 시간 동안 진공 조리를 하니 돼지고기에 해방풍의 은은한 향이 배어 식감을 좋게 했다. 옛 중국의 상인들이 해방풍의 줄기만 가져가고 이파리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줄기와 이파리를 함께 사용해 피클과 겉절이를 만들어 돼지고기와 함께 준비했다.
 
울진 바다가의 거친 바닷바람을 이겨낸 해방풍을 할머니들이 직접 손으로 채집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겨 다이닝 레스토랑에는 꾸준히 음식으로 제공되지만, 아직도 해방풍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해방풍 소비가 많이 이뤄져 농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치테이블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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