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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부족사회처럼 살면 안되니까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지구에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건 20만년 전이다. 사실 20만년은 적응을 위한 진화가 이뤄지기에 짧은 시간이다. 인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사회·문화적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인류의 진화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격차가 숱한 불균형을 유발했다.  
 
인간이 과식하거나 염분을 필요 이상 섭취하는 건, 채집·이동 생활의 흔적이라고 한다. 세상이 풍요로워졌지만, 인간의 몸에는 늘 굶주리던 구석기 시대 습성이 남아있다. 비만을 부르는 과식, 고혈압을 일으키는 염류 과다 섭취의 원인이다. 개인(개체)에 한정된 상황이 아니다. 집단 차원의 진화도 더디다.
 
캐나다 철학자 조지프 히스 토론토대 교수는 저서 『계몽주의 2.0』에서 ‘협력’과 관련해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적응해야 했던 환경이 소규모 부족사회였으므로 우리에게는 부족사회적 본능이 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와는 자연적으로 협력을 잘한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부족사회적 본능은 협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고 얘기한다. 협력의 측면에서 인류는 여전히 부족사회 수준이고, 결과적으로 소규모 집단에서는 잘 협력하다가도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그렇지 않다는 거다.
 
카운터어택 3/6

카운터어택 3/6

이와 맥이 통하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사회학자 에드워드 실즈에 따르면 “군인들은 군대 조직 전체나 국가의 상징, 정치적 대의, 전쟁의 이유 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바로 옆의 전우들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군인이 목숨을 걸고 싸움에 나서는 건, 거창한 대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1차 집단(가족, 전우 등)을 보호하겠다는 욕구 때문이라는 거다.
 
진화 단계에서 부족사회 수준에 머무는 인류가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 같은 초사회적인 종(ultrasocial species)처럼 행동하게 됐을까. 히스 교수는 인류가 클루지(kludge, 일종의 ‘신속한 해결책’)를 활용한 덕분이라고 소개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조작한다는 거다. ‘우리’라고 여기는 집단의 규모를 키우다 보면 국가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치 철학자 칼 슈미트 말처럼 “현대 국가의 핵심 기능은 세상을 친구와 적으로 나누는 것”인데, 그 결과는 전쟁이었다. 그 참혹함을 경험한 인류는 또 한 번 클루지를 동원한다. 친구와 적을 나누는 에너지를 전쟁이 아닌 다른 쪽으로 돌리는데, 히스 교수는 올림픽·월드컵 등 국가 대항 스포츠 이벤트를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경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장벽을 경계로 친구와 적을 나누고, 가족·친구만 챙기는 부족사회적 장면이 목격된다. 코로나19가 고약한 건 스포츠 이벤트까지 멈춰 세운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내외 스포츠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심지어 7월 24일 개막 예정인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국경이 다시 열리고,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도쿄올림픽도 예정대로 열리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인류가 부족사회적 본성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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