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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위해 80년 습관 바꾼 아버지, 집 화장실이 쾌적해졌다

기자
푸르미 사진 푸르미

[더,오래] 푸르미의 얹혀살기 신기술(15)

“요즘 뭐 달라진 것 없니?”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며칠 뒤 아버지가 물으셨다. 수줍은 아버지 표정에서 퍼뜩 알아챘다.
‘아하! 그거구나!’
먼저 여쭙기 무안해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명확해졌다. 나는 90도로 절하며 아버지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알고 있어요. 아빠,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화장실 둘인 집에서 하나인 집으로 이사할 때 걱정한 것이 아버지와 함께 화장실을 쓰는 것이었다. 눈도 귀도 어두운 아버지는 용변 후 흔적이 심하게 남았다. 화장실 문 열 때마다 비위도 상하고 기분도 상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좋을 텐데 싶어 울컥하다가도 앞으로 닥칠 더 어려운 상황에 대한 단련이다 생각하며 숨을 참곤 했다.
 
화장실 둘인 집에서 하나인 집으로 이사할 때 걱정한 것이 아버지와 함께 화장실을 쓰는 것이었다. [사진 pxhere]

화장실 둘인 집에서 하나인 집으로 이사할 때 걱정한 것이 아버지와 함께 화장실을 쓰는 것이었다. [사진 pxhere]

 
아버지가 쓰신 화장실을 청소만 하는 것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행히 나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이라, 아버지가 주무시러 들어가신 뒤 화장실 청소하면서 씻고, 아침에는 아버지보다 먼저 일어나 씻으면 되겠다고 마음먹고 이사를 단행했다. 살림 규모는 줄었는데, 단지 화장실 문제로 넓은 집을 고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우려는 기우였다. 새집 이사 후 세면대와 바닥은 여전히 지저분했지만, 변기 주변의 노란 얼룩, 그리고 지린내가 사라진 것이다. 어찌 된 일일까? 언니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이 문제로 부부간 다툼이 많다는 얘길 듣던 터라 차마 아버지에게 “앉아서 소변보시면 안 될까요?”라고 나는 말하지 못했다. 설마 아버지 스스로? 그 정확한 계기와 연유까진 밝히지 못했지만 여하튼 화장실과 관련한 나의 고민은 사라졌고, 변기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 모습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지난 건강검진 이후 다시 걱정이 생겼다. 아버지 소변 검사에서 ‘혈뇨’가 발견된 것이다. 얼마 전 방광암 수술을 하신 분으로부터 그 전조증상이 ‘혈뇨’였다는 말을 들은 탓인지, 전문의 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접하고 겁이 덜컥 났다. 혹여 앉아서 소변보시는 것 때문에 비뇨기계 기능이 약화되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깟 소변방울 청소야 매일 하면 그만인데, 지금이라도 다시 서서 보시라 말씀드려야 하나? 속을 끓였다.
 
아버지도 기분이 유쾌하지 않으신 듯했다. 흔히 말하듯 ‘남자의 자존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의기소침해지신 것은 아닌지 아버지 눈치를 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하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무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남자가 소변볼 때 하루 평균 2300방울이 변기 밖으로 튀는데, 아무리 튀지 않게 조심해서 정확하게 조준한다 해도 바닥 반경 40㎝, 30㎝ 높이 벽까지 튈 뿐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가 세면대와 거울, 수건, 칫솔까지 튀어 가족의 위생을 망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 남성의 60%, 일본 남성의 30~40%는 앉아서 누고 있으며, 한국전립선관리협회에서도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오줌 앉아 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아내를 위해 결혼 이후 현재까지 쭉 앉아서 눈다고 고백한 유명인 인터뷰도 있었고, 다리 힘 약한 노인의 경우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더 편하고 안전하다는 어떤 이의 글도 발견했다.
 
유럽 남성의 60%, 일본 남성의 30~40%는 앉아서 누고 있으며, 한국전립선관리협회에서도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오줌 앉아 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pxhere]

유럽 남성의 60%, 일본 남성의 30~40%는 앉아서 누고 있으며, 한국전립선관리협회에서도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오줌 앉아 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pxhere]

 
며칠 뒤 비뇨기과에 간 아버지는 소변과 혈액검사는 물론, 요속·잔요 초음파 검사에 방광CT까지 찍으셨다. 다시 일주일 뒤 진료에서 방광 내 작은 물혹 하나 있을 뿐 그 모든 검사에서 ‘정상’진단을 받으셨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전립선 비대증은 약간 있지만, 요속검사 결과로 볼 때 연세에 비해 ‘건강!’ 하다는 진단이다. 물혹은 무엇이고 왜 생기는 것이냐는 나의 물음에 “그냥 물혹이에요, 왜 생기는지는 저도 몰라요”라고 했고, “그럼 약 안 먹어도 다시 안 와도 됩니까?”라는 아버지 질문에 “네, 그냥 사시던 대로 사시면 됩니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평소 같으면 젊은 의사가 참 싸가지 없이 말한다 한 말씀 하실 법도 한데, 결과가 만족스러우셨는지 “고맙습니다!”하고 벌떡 일어서신다. 없던 다리 힘도 불끈 생겼다. 힘차게 진료실 문을 닫으며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선언하셨다.
“비뇨기과는 졸업이다!”
 
잔뜩 겁먹고 병원에 간 아버지와 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당당하게 병원 문을 나섰다. 그 귀하다는 마스크도 하나씩 무료로 받아들고서.
 
추신 : 의문은 언니와 통화에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평소 화장실 악취 없애는데 골몰하는 나를 본 언니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단다. “이사 가면 앉아서 누시는 건 어때요? 막내가 너무 가여워서요.” 아버지는 “그래? 나는 전혀 몰랐다”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역시 난해한 문제일수록 직진!
 
공무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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