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출장 기간 내내 미국의 모든 뉴스에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톱이었다. 간판 아침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들은 매일 첫 소식으로 “데이구우(대구)의 우한(武漢) 바이러스” 소식을 전했다. 이역만리 텔레비전에서 한글이 박힌 앰뷸런스를 자료화면으로 보는 심정이란. 갓난아기가 있는 한 인터뷰이는 “만나진 말고 전화로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나마 미국 정부가 한국인 입국금지를 본격 검토하기 전이라 다행이었을까. 씁쓸했다.

노트북을 열며 3/4
지금 정치권을 보면 진영을 막론하고 코로나 퇴치에 진심 순도 100%인 이들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사과가 없다고 물고 늘어지는 게 무슨 도움이 되며, 나라 안이 엉망진창인데 북한에 방역 협력을 제안하는 건 애들 말로 말인가 막걸리인가.
이쪽도 저쪽도 결국 정쟁의 도구로 코로나를 활용할 뿐이다. 선진국 진입 목표는 당분간 잊자.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판이다. 재택근무와 휴교로 인한 워킹맘의 비명은 ‘무자식 또는 무남편=상팔자’라는 믿음을 조용히 재확인시키는 중이다. ‘대한민국’ 브랜드도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모 시민단체가 그랬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80여 개국의 한국인 입국제한 사태를 이유로 고발할 일은 아니다. 강 장관만의 무능으로 빚어진 사태는 아니니까.
코로나 이후가 더 두렵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직시하고, 판을 다시 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다시는 한국인이어서 미안하고 싶지 않다. 내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