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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미국 시민 호세를 만난 건 지난주, 미국 워싱턴DC 출장 후 귀국하는 한국 국적기 기내였다. 옆자리 승객이었던 그는 미국인 특유의 활달함으로 “하이” 하며 웃더니만, 착석 후 바로 에탄올 스프레이를 꺼냈다. 올림픽에 소독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감인 전투력으로 주변을 닦은 뒤, 영상통화로 가족에게 검사까지 받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13시간 비행 동안 미동도 않은 호세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국인이어서 미안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출장 기간 내내 미국의 모든 뉴스에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톱이었다. 간판 아침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들은 매일 첫 소식으로 “데이구우(대구)의 우한(武漢) 바이러스” 소식을 전했다. 이역만리 텔레비전에서 한글이 박힌 앰뷸런스를 자료화면으로 보는 심정이란. 갓난아기가 있는 한 인터뷰이는 “만나진 말고 전화로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나마 미국 정부가 한국인 입국금지를 본격 검토하기 전이라 다행이었을까. 씁쓸했다.
 
노트북을 열며 3/4

노트북을 열며 3/4

물론 한국의 적극적 검사와 투명한 공개는 팩트다. 그런데 이게 지금 자랑이랍시고 내세울 만한 일일까. 아파트 단지에 불이 났는데 옆집보다 우리 집이 피해를 더 빨리 파악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셈 아닌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묵묵히 진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검사 역량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대통령과, “압도적 검사로 빨리 찾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청와대 비서관의 항변을 보고 든 생각이다. 반대 진영이라고 목소리 높일 것도 없다. 뭘 잘한 게 있다고.
 
지금 정치권을 보면 진영을 막론하고 코로나 퇴치에 진심 순도 100%인 이들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사과가 없다고 물고 늘어지는 게 무슨 도움이 되며, 나라 안이 엉망진창인데 북한에 방역 협력을 제안하는 건 애들 말로 말인가 막걸리인가.
 
이쪽도 저쪽도 결국 정쟁의 도구로 코로나를 활용할 뿐이다. 선진국 진입 목표는 당분간 잊자.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판이다. 재택근무와 휴교로 인한 워킹맘의 비명은 ‘무자식 또는 무남편=상팔자’라는 믿음을 조용히 재확인시키는 중이다. ‘대한민국’ 브랜드도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모 시민단체가 그랬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80여 개국의 한국인 입국제한 사태를 이유로 고발할 일은 아니다. 강 장관만의 무능으로 빚어진 사태는 아니니까.
 
코로나 이후가 더 두렵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직시하고, 판을 다시 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다시는 한국인이어서 미안하고 싶지 않다. 내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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