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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신축 맡겼는데 무자격자? 눈 뜨고 당한 건설면허대여

기자
손유정 사진 손유정

[더,오래] 손유정의 알면 보이는 건설분쟁(1)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고 한다. 건축주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있어도,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소위 ‘전문가’들에게 코 베이기가 쉽다. 직접 수행했던 건설, 부동산에 관한 민사, 형사, 행정 사건을 통해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소개한다. 〈편집자〉

 
은퇴 후를 대비해 허물어질 것 같은 상가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이 씨. 신축을 맡은 건설사 대표는 계속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완공하겠다고 하지만 더는 속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pxhere]

은퇴 후를 대비해 허물어질 것 같은 상가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이 씨. 신축을 맡은 건설사 대표는 계속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완공하겠다고 하지만 더는 속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pxhere]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40여년을 근무한 이씨는 은퇴 후를 준비하기 위해 허물어질 것 같은 상가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한 후,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이씨는 지인을 통해 상가건물의 설계를 맡겼고, 지인의 지인을 통해 건설회사의 상무라는 나상무의 연락처를 받았다.
 
나상무는 회사 대표와 함께 상가건물이 있는 송파구로 오겠다고 했다. 약속한 시각에 고급 승용차가 이씨의 건물 앞에 멈춰 섰고, 멀끔한 차림의 신사가 내렸다. 그는 이씨에게 “제가 00건설 대표 나대표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주식회사 00건설 대표’ 명함을 줬다. 곧이어 도착한 나상무도 이씨에게 상무이사 명함을 주며 회사의 공사실적, 공사민원 대처경험, 공사기간에 관해 설명했다.
 
이씨는 설계도면을 나대표에게 전달했고, 나대표는 공사물량내역을 산출한 후 공사대금을 정해 이씨에게 계약서 초안을 송부했다. 나대표는 본인이 도장을 찍으러 서울로 오겠다고 했다. 이씨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던 찰나, 계약서 말미에 00건설의 대표이사가 ‘하대표’라고 기재된 것을 발견했다.
 
이씨가 나대표에게 하대표가 누구인지 묻자 “제가 00건설의 회장입니다. 베테랑인 나상무가 현장소장으로 철저하게 시공관리를 할 겁니다. 제가 여러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건축 규모에 따라서 건설회사를 지정하는 것이라서 전혀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약속은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건물을 철거하기로 한 날로부터 약 1주 이후에 철거공사가 이뤄졌다. 그 이후부터 하나둘씩 공정이 미뤄졌고, 심지어 현장소장이라는 ‘나상무’는 며칠 동안 공사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준공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건물은 40%도 안 지어졌다.
 
나대표는 계속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자재와 인력을 투입해 완공하겠다고 했다. 이씨가 그 이후로 공사대금을 지급했지만 공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더 이상 속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씨는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렸다.
 
이씨는 남편, 아들과 함께 법무법인을 방문했습니다. 이씨와 가족들의 얼굴에는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가득했습니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이 공사에 온 가족이 수개월 동안 매달렸던 것입니다. 이씨가 제공한 모든 사실과 정황들은 00건설이 나대표에게 ‘건설면허(건설업 등록증 등)를 대여’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건물의 안전성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설계, 시공, 감리 등이 엄격하게 관리돼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등록자격 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을 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기술능력, 자본금, 시설장비 등을 갖춘 후, 업종별로 건설업을 등록하고 건설업 등록증, 건설업 등록수첩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아니한 자는 연면적이 200㎡를 초과하는 건축물, 연면적이 200㎡ 이하인 공동주택, 단독주택 중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등을 시공할 수 없습니다. 면허(등록) 없이 시공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건물의 안전성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설계, 시공, 감리 등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등록자격 요건을 정하고 있다[사진 pxhere]

건물의 안전성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설계, 시공, 감리 등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등록자격 요건을 정하고 있다[사진 pxhere]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 등록증 등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것, 이를 알선하는 것, 건축주가 이를 공모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엄하게 처벌합니다. 벌칙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고, 이는 시공사의 건설업 등록 말소사유에 해당합니다. 건설사업자는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습니다.
 
나대표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기술능력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입니다. 나대표는 00건설의 건설업 등록증, 즉 건설면허를 대여해 00건설의 상호로 이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했습니다. 나상무 역시 00건설의 임·직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씨는 결국 00건설과 공사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건설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후속 공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00건설이 시공한 부분에서 여러 심각한 하자를 발견했습니다. 이씨는 마침내 상가건물을 완공해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공사가 6개월 이상 지연됐고, 과도한 공사대금을 지급해 손해가 컸습니다. 이씨는 00건설을 상대로 지체상금, 공사대금 반환, 하자보수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이씨는 더 이상 본인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나대표, 00건설, 하대표를 고소했습니다.
 
계약 전 건설회사의 등기부를 확인해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권한이 있는 자가 계약을 체결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 [사진 pxhere]

계약 전 건설회사의 등기부를 확인해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권한이 있는 자가 계약을 체결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 [사진 pxhere]

 
건설회사, 즉 법인과 공사계약을 체결한다면 건설회사의 등기부를 확인해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권한이 있는 자가 계약을 체결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입니다. 또 건설업체의 시공능력, 공사실적, 재무상태는 대한건설협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사계약서는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표준도급계약서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유치권 배제특약을 추가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사기간, 공사금액,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 대금지급시기, 지체상금율, 계약이행증권, 산출내역서, 자재의 종류 등을 꼼꼼히 검토, 확인해 분쟁을 예방하길 바랍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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