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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논, 제주 밭담, 인삼밭…우리가 몰랐던 농업 유산들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5)

우리 농촌에는 오래전부터 전래되어 온 농업유산이 있다. 농업유산이란 지역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되고 발달해 온 농업기술, 생물다양성, 농업문화, 공동체활동, 경관 등을 포함한 유·무형 자원을 말한다. 농업유산은 그동안 도시화와 농업의 후퇴로 등한시됐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농업유산은 국내 인증과 국제 인증이 있다. 2002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를 실행하면서, 한국도 2012년부터 국가중요농어업유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역 고유의 농업유산을 지정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신청하고, 정부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중에서 골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인증될 것을 국제식량농업기구에 신청하고 있다.
 
농업유산은 그동안 도시화와 농업의 후퇴로 등한시됐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 pixabay]

농업유산은 그동안 도시화와 농업의 후퇴로 등한시됐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 pixabay]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SSD)에서 전통적 농업시스템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GIAHS 이니셔티브’를 발족하면서 창설된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은 세계 각지의 전통적 농업활동과 경관, 생물다양성, 토지이용체계를 선정해 보전하고 차세대에 계승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환경과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진화된 독특한 토지이용체계와 생태가 무분별한 개발이나 정책적 실패, 빈곤, 무관심 때문에 손상되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농업유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 노력하고 있다. 농업과 함께 어업, 임업, 축산 등도 해당한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21개국 57개 지역이 등재돼 있고, 우리나라도 4개 지역이 등재돼 있다. 청산도의 구들장 논 전통관개 시스템, 제주도의 밭담 농업 시스템, 하동의 전통차 농업 시스템, 금산의 전통 인삼농업시스템 등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의 광역 유목시스템, 탄자니아 심부웨주 마을의 기함바라는 가정정원의 4개 식물층을 재배하는 순환시스템, 중국 칭텐의 2000년 된 벼와 물고기 공생농업 시스템, 중국 니헤고우마을의 세계 최초 대추 재배지,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따오기를 위한 전통농업, 페루 안데스 산맥의 2500~4000m 고도 지역의 농업시스템과 감자 원산지 지역, 이란 카산 지역의 지하터널식 관개 수로, 스페인 아냐나 지역의 소금계곡 등이 있다. 매우 전통적이면서 지역 주민을 먹여 살리고, 생태적인 농법과 전통이 지정을 받아 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 애를 써 왔던 흔적들이 현대에도 남아 너끈히 후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농업유산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다. 국내 각지의 전통적 농업활동과 경관,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체계 등을 선정해서 보전하고 계승하고자 한다. 지정 대상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자원 중 100년 이상의 전통성을 가진 농업유산으로, 보전하고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또는 특별한 생물 다양성 지역이다. 경작지, 염전, 산림 등 유형적인 유산과 농법, 농문화, 사회조직 등 무형적인 유산이 포함된다. 여기에 유·무형적인 유산이나 마을·산·경관 등이 복합된 것도 대상이 된다.
 
이러한 지정 기준에 따라 현재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금산 전통 인삼농업, 하동 전통 차농업,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부안 양잠농업, 울릉 화산섬 밭농업, 의성 전통 수리농업, 보성 전통 차농업, 장흥 발효차 청태전 농업, 완주 생강 전통 농업, 경남 고성 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 상주 전통 곶감 등 15개 지역의 전통농업이 지정돼 있다.
 
제주도는 바람이 거세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지천에 널린 현무암을 잘라 밭을 둘러 담을 쌓았다. 밭담이라 부른다. 천 년이 지나 지금 밭담은 흑룡만리라 불린다. [사진 pxhere]

제주도는 바람이 거세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지천에 널린 현무암을 잘라 밭을 둘러 담을 쌓았다. 밭담이라 부른다. 천 년이 지나 지금 밭담은 흑룡만리라 불린다. [사진 pxhere]

 
하나하나가 인간의 고된 땀과 숨결이 배어 있다. 고통스러운 환경이었으나 극복해낸 혁신의 현장이다. 완도 청산도는 제대로 된 평지의 흙이 없는 돌섬이다. 청산도 사람들은 논을 만들기 위해 경사진 땅에 자갈과 흙을 얹어 평평한 땅을 만들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통수로를 만들었다. 그 위에 구들장 방식의 넓적한 돌을 얹은 후 흙을 다졌고, 볍씨를 뿌려 쌀농사를 지었다.
 
제주도는 바람이 거세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지천에 널린 현무암을 잘라 밭을 둘러 담을 쌓았다. 밭담이라 부른다. 천 년이 지나 지금 밭담은 흑룡만리라 불린다. 전체 길이가 만리장성의 3배인 2만2000㎞에 이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군락지인 구례 산수유 마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삼 재배단지이자 유통단지인 금산 인삼단지, 1200년 한국 차 문화의 종가 하동, 금강송과 공생하는 산지 농업 시스템을 갖춘 울진 금강송림, 땅을 모으고 바다를 열어 개척한 울름 화산섬 밭 농업 등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거나 지혜를 모아 농업을 발달시킨 사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말했지만, 그 말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인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농업을 찾아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일도 괜찮아 보인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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