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에디터 프리즘] 누가 머리에 재를 뿌려야하나

강홍준 사회 에디터

강홍준 사회 에디터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지난 27일 국내외 신도·교육생 31만여 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신천지 과천 본부를 상대로 강제 역학조사를 실시해 과천에서 예배를 본 1만 명 명단을 받아낸 뒤였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31번 환자 등장 이후 신천지는 지난 열흘간 거대한 클러스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신천지의 실체 파악은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거쳐야 할 과제였다. 이 명단이 전부인지 아닌지가 여전히 논란이긴 하나 그래도 이재명·박원순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압박하고, 신천지는 명단을 찔끔찔끔 풀다 못해 결국은 당국에 협조하는 모양새로 지금 여기까지 흘러왔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신천지
방역에 협력하는 모습 안 보여

그렇다면 신천지 측이 손들고 투항한 것일까. 그건 아니고, 교세가 이 정도 된다는 걸 과시할 기회로 여기는 거 같다. 한국에서 지금껏 한 교파가 정통인지, 이단에 속하는지를 가르는 선은 교인의 숫자가 아니었나. 교세가 자신을 과시하는 힘이자 신흥에서 시작해 정통의 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이었다. 외국 선교사 등을 통해 물 건너온 교단을 빼고, 국내 자생 교파들은 이런 길을 걸었고, 지금도 걷고 있다.
 
게다가 신천지가 지난 23일 유튜브 등에서 “우리도 코로나19 피해자”라고 자처하고 “성도들을 대상으로 신상 유출로 인한 강제퇴직·차별·모욕·혐오 등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내고 있다. 대구교회 교인들이 대거 확진자로 드러나고 피해가 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명단을 제출했는데도 사회 곳곳에서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느냐는 게 신천지 측의 논리다. 우리 교세가 이 정도 되고, 21세기 대명천지에 종교탄압이 벌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비상 상황(검찰수사 등)이 벌어지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때마침 대검찰청은 전국신천지피해연대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상대로 제출한 고발장을 수원지검에 배당했다. 이 단체가 고발한 내용은 이 총회장에 대한 개인 비리와 신천지가 정부 방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천지 교인 개인이 의도적으로 감염경로를 밝히지 않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는 있었다. 검찰이 아무리 탈탈 털어도 교회 차원에서 감염 사실을 은폐하도록 공모한 걸 잡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시작은 ‘피해자 코스프레’인데 끝은 고소와 고발 등 결사 항전으로 갈 모양새다.
 
이 총회장은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청도 대남병원에서 있었던 친형 장례식장에 있었다. 그 때 신천지 고위급 인사들과 신자들이 참석했고, 이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했다. 여기까진 팩트이고, 팩트의 나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파에 있어서 대남병원 장례식장과 정신병동, 그리고 대구교회 사이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수퍼전파자인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신천지 교육생 6만여 명은 제외하더라도 신도 24만여 명이 열렬히 떠받들고 있는 이 총회장이 ‘총회장 특별 편지’ 같은 해명 글을 모바일로 보내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 당당히 나서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아 장례식장 참석자와 정신병동의 확진자, 31번 환자 사이엔 연관성이 없다는 걸 입증해주면 더욱 좋겠다.
 
성경엔 ‘머리에 재를 끼얹고 자루 옷을 입는다’는 구절이 자주 나온다. 회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지난 수요일(26일)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었다. 우리는 재채기 한 번으로도 주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머리에 재를 뿌리고 뉘우쳐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강홍준 사회 에디터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