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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년만에 돌아온 이광재 "부모님 계신 원주로 이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전 강원도지사)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과제와 강원도의 미래에 관한 구상을 1시간 30분여 동안 쏟아냈다. 임현동 기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전 강원도지사)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과제와 강원도의 미래에 관한 구상을 1시간 30분여 동안 쏟아냈다. 임현동 기자

“21대 총선은 20대 국회를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에 반드시 협치와 연정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9년 만에 정치 무대로 돌아온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다”며 한 말이다. 26일 중앙일보는 이 전 지사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2010년 민주당 소속으로는 처음 강원지사에 당선됐지만, 이듬해 1월 대법원이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확정하자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피선거권도 10년간 박탈당했다가  지난해 12월 30일 사면ㆍ복권됐다. 
 
한 달 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에게 “강원도 선거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이 전 지사는 21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미래준비 선대위’라는 이름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당의 책임있는 사람에게 코로나19 관련 추가대책을 제안하고 오는 길”이라는 그에게 코로나19 대응부터 물었다.
 
무슨 제안을 했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보니 가장 어려운 게 대출이자와 임대료 문제다. 현재 4800만원으로 묶여 있는 간이과세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적극적인 조세 감면ㆍ유예 정책을 펴야 한다. 금융 이자를 유예하거나, 임대료ㆍ인건비 등에 필요한 자금을 3개월 정도 무이자로 공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구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군산에 준하는 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빠르게 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이다.
“마스크는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수단인데 품귀가 되니 공포가 커졌다. 정부가 생산단계에서 폭리를 차단했는데도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치솟았다. 조달청에 예비비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지 확인했고 정부가 직접 매입해 우체국 등 공공라인을 통한 유통방식을 제안해 반영됐다. 나만 그런 이야기를 했겠나.”  
 
긴급재정경제명령 이야기도 나온다.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강이다. 결국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믿지만, 그 사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국민이 고립감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방역을 위해 격리되거나 고립되더라도 어떤 부분에선 국가의 든든한 뒷받침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역할의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 전 지사는 총선 이후의 연정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갈라진 땅위에 집을 지을 순 없다" 고 했다. 임현동 기자.

이 전 지사는 총선 이후의 연정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갈라진 땅위에 집을 지을 순 없다" 고 했다. 임현동 기자.

 
그의 사면ㆍ복권 소식에 야권은 곧바로 “총선용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해선지 지난 1월 그는 언론의 관심을 뒤로하고 조윤제 전 주미 대사 등과 함께 3주간 미국ㆍ이스라엘ㆍ네덜란드ㆍ싱가포르의 혁신 클러스터와 기업들을 방문했다.
 
사면 뒤 총선 직행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9년간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와 동북아 여러 나라를 다녔다. 싱크탱크(여시재)에 5년 남짓 있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지금 전진이냐 후퇴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정치가 중요한데 이번 선거가 또 진영싸움이 되고 분열의 씨앗을 낳는 과정이 아니라 앞으로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역할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공동선대위원장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뭘 할 수 있나
“대결보다는 경제, 정쟁보다는 협치와 연정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적 제안을 가지고 변화를 꾀해보려 한다. 9년이나 쉬었는데도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는 강원도민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도 크다. 강원도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정책도 내놓을 생각이다. 사람들은 정책이 표가 되느냐고 하는데 나는 정책이 표가 된다고 믿는다.”
 
미래선대위란 이름은 왜.
“요즘 대한민국에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권역별 선대위는 '지역 할거' 느낌이 났다. 선대위원장마다 하나의 어젠다를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자고 제안했다. TK의 민주당 대표주자인 김부겸 의원이 ‘연정과 협치’의 방향을 제시하는 식이다. 나는 ‘정책직구’ 운동을 펴려 한다. 국민의 정책제안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국회에 입법을 강제하는 제도를 설계해 제시할 생각이다.”
 
야당에선 ‘언제적 이광재냐’라고 한다.  
"(강원도 선거 전체에)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권을 떠난 지 9년인데. 그럼에도 기대를 거는 (일부) 강원도민을 보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한다. 강원도민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
 
정세균 총리가 임명되기 전에 종로 출마를 권유했다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기서 당선됐으니 여기서 출마하면 좋은데’라고 하시더라. 대학 다닐 때 종로구 창신동에서 야학교사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의 총선 출마를 위해) 1995년부터 종로에 살았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볼 때 지금 종로에 출마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고사했다.”
 
지역구는 어디인가. 
“아직 그 문제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늦어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입장을 정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래서 고민이다.”
2010년 6월 강원도지사 당선 직후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은 뒤 이 전 지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기자들 앞에 섰다. [중앙포토]

2010년 6월 강원도지사 당선 직후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은 뒤 이 전 지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기자들 앞에 섰다. [중앙포토]

 
그는 특정 지역 언급을 피했다. 다만 “다음주에 부모님 댁(원주)으로 이사한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강원도 유일한 현역인 송기헌 의원의 지역구는 원주을이다. 자연히 이 전 지사는 원주갑 출마가 유력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갈라진 땅 위엔 집을 지을 수 없다”며 ‘협치와 연정’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썼다. “지금의 민주당이 협치와 연정을 실현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한민국이 청사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할 때 인터뷰 중 가장 목소리가 커졌다.
 
청사진과 협치가 무슨 관계인가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의도를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가 설계를 하느냐고 묻게 된다. 정당연구소는 선거연구소가 됐고 KDI(한국개발연구원)나 KIET(산업연구원)는 연구용역에 쫓기는 신세다. 민간의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압박을 받고 사내 연구소로 돌아갔다. 여야가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덜 싸울 텐데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 없으니 공동의 목표가 없다.”  
 
원내 1당 놓치면 연정이고 협치고 없지 않나. 비례 민주당에 대한 생각은
“선거법은 게임의 룰인데 그 룰을 벗어난 게임을 상대가 하고 있다. 가슴 아프다. 그래도 우리가 유사 정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밖에서 와서 철딱서니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
 
지난 9년간 그의 발목을 잡았던 ‘박연차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재판 내내 혐의 사실 전체를 부인했던 이 전 지사는 항소심 당시 박 전 회장과의 법정 대질을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그는 “출마보다 더 절치부심했던 게 재심이었다”며 “이번 생에 풀기는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1996년 3월 종로에 출마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비서 이광재.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전 지사는 종로구에 살고 있다. 출처=노무현사료관

1996년 3월 종로에 출마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비서 이광재.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전 지사는 종로구에 살고 있다. 출처=노무현사료관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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