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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사회위기와 저출산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국가가 난리다. 지역사회 전파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일상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이 난리 속에 어제 통계청으로부터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 통계가 발표됐다. 작년 출산 통계들이다. 워낙 저출산, 저출산 해 온지 오래기 때문에 별로 놀랄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제 발표된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현 주소는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처럼 ‘심각’ 그 자체다.
 

코로나로 시작된 사회적 위기
인구 현상에도 영향 미칠 것
정부, 오랜 ‘저출산’이란 말에
면역되지 말고 대책 찾아내야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한 명이 평생 0.92명의 자녀를 가질 것이라는 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한창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할 때 합계출산율은 1.0~1.2 수준이었는데, 그 때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고 말했었다.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같은 도시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더 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시 국가들을 포함해서 우리보다 낮은 출산율을 가진 나라는 없다. 명백한 세계 최저다.
 
그런데 합계 출산율은 말 그대로 ‘율(rate)’인 통계치인지라 이 숫자만으론 ‘심각’이라 할 수 없다. 정말로 사회에 영향을 줄만큼 중요한 수치는 다름 아닌 출생아 수다. 2019년 우리나라에는 30만31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저출산 현상이 처음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가 2002년이고 이 때 약 49만 명이 태어났다. 비록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었지만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매년 40만 명대로 유지되었다. 이전 시기인 1990년대(65~73만)에 비해선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15년 간 40만 명대의 안정적인 출생아 수가 유지됐었다. 하지만 2017년 약 35만 명으로 40만 명대가 붕괴된 후 3년 만에 딱 30만 명이 태어났다. 올해는 많아야 28만 명 정도가 태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상황은 좀 좋아질 수 있을까. 사실 내년부터의 출생아 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적지 않았다. 혼인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30~34세 연령대의 여성인구 수는 증가 할 예정이고, 출산 연령의 다원화로 35세 이후에도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늘던 추세라 ‘출산율’ 자체는 낮아도 태어날 아이의 수는 약30만 명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가능성의 문은 닫혀 버렸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로 촉발된 사회 위기 때문이다.
 
인구 현상은 사회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적응한다. 일상을 위협할만한 사회 위기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구 현상은 이주다. 여느 생명체가 그렇듯이 사람도 생존의 위기를 느끼면 현재의 거주지를 벗어나 좀 더 안전하거나 그렇게 느끼는 곳으로 이동하고자 한다. 이주가 여의치 않으면 임신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자녀를 낳아 기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위기에 인구현상이 반응(이주)하고 적응(출산기피)한 사례는 역사 속에 많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처음 사람들의 반응은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었다. 이주가 오히려 전염병을 확산시켜 안전한 곳이 없어지자 결혼, 임신, 출산의 빈도를 줄였다. 흑사병 자체에 의한 사망자의 수는 당연히 많았지만 재생산 빈도도 낮아지면서 당시 유럽의 인구는 3분의1이 줄었다. 1989년부터 시작된 동유럽 공산정권의 붕괴는 또 다른 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국가 주도로 2명의 자녀를 갖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공산정부가 붕괴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청년들은 출산을 기피했다. 동독지역 청년들은 통일이 되면서 서독으로 이주가 가능했지만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청년은 이주가 쉽지 않았다. 그 결과가 급속한 출산율의 하락으로 나타났는데, 예컨대 1990년 2.07이던 폴란드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 1.62, 2003년 1.22까지 추락했다. 우리나라도 1997~2002년 IMF 경제위기를 겪었는데, 당시 해외 이주가 쉽지 않았던 현실이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나타났었다. 그 결과가 바로 2002년부터 시작된 초저출산 현상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할 청년 인구는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해외 이주는 쉽지 않다. 분명 생존의 위기는 올해 혼인 건수와 내년 합계 출산율 및 출생아 수에 그대로 반영되어 돌아올 것이다.
 
여기에 경제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 된다. 출산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지는 다양해야 옳다. 하지만 그 선택지가 모두에게 ‘0’이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평균 1명의 자녀와 평균 0명의 자녀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지난 15년 간 거의 200조에 가까운 정부의 예산이 저출산 분야에 투입됐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아직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과 정책의 방향도 그대로다. 정부의 한 편에선 지금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제발 정부는 저출산으로부터는 면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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