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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1시간과 5분의 차이…고용정책의 성패 갈린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결국 또 바뀌었다. 나이가 18~34세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주던 제도(청년구직활동지원금)가 생긴 지 1년 만에 보수공사 대상이 됐다. 돈을 줘도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안 되어서다. 결국 무차별적 돈 살포 방식에서 구직활동, 직무교육 같은 고용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구직자 취업상담, 한국은 겉핥기
유럽은 프로파일링 등 정밀 상담
“상담 역량이 고용서비스 질 가름”
전문 상담사 양성 교육기관 시급

최근 한국의 고용 정책은 늘 이런 식이다. '돈을 펑펑 쓰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포퓰리즘 기미가 농후하다.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그제야 뜯어고친다. 취업준비생이나 실직자의 고민과 애절함은 돈 몇 푼으로 미장 공사가 되기 일쑤다.
 
그렇다면 취업 또는 재취업을 위한 고용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을까. “상담해도 별로였다. 내가 원하는 직군을 정확하게 어필했는데, 뜬금없이 사회복지사를 자꾸 권한다.” 경력단절 여성이 최근 고용센터를 방문하고 올린 후기다. 이런 글도 있다. “몸이 안 좋아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이라고 했더니 일할 의지가 없다는 식으로 (상담사가) 자존감을 깎는 말까지 한다.” “상담사도 실적 압박이 있어서 애초 (취업)될 사람에게만 물을 떠다 준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정부의 고용서비스가 형식적이라는 건 어제오늘 지적된 게 아니다.
 
독일 고용대학(HdBA)의 수업 장면. 이곳에서 배출된 졸업생은 전국 고용센터에 배치돼 상담사로 일한다. 김기찬 기자

독일 고용대학(HdBA)의 수업 장면. 이곳에서 배출된 졸업생은 전국 고용센터에 배치돼 상담사로 일한다. 김기찬 기자

최근 3차 실업인정을 받기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한 실직자는 “불과 1~2분 만에 처리됐다”고 말했다. 대기시간(5분)보다 짧았다. 상담은 “구직활동은 어디서 했냐”는 질문에 “워크넷에서 했다”는 문답이 고작이었다. “교육을 안 받아도 되느냐”고 하자 “오전에 끝나서 그냥 가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직자를 위한 업무가 행정처리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재취업을 위한 컨설팅을 기대하긴 애당초 힘들다.
 
독일이나 벨기에에선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 일자리를 얻는다고 보면 된다. 최소한 원하는 일자리로 갈 경로는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 물론 취업 때까지 지원도 따른다.
 
이런 차이에 대해 유경준 전 통계청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무엇보다 고용센터 직원의 역량에서 확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용정책이 성공하려면 고용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상담사의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전문 양성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안네 드 스메드 벨기에 고용센터(LE FOREM)장은 “실직자가 찾아오면 상담을 하는데 최소 1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매티아스 슐제 뵈잉 독일 오펜바흐 잡센터장도 “50분 이상 상담한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5분”(고용노동부 관계자)인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이 차이가 한국과 유럽의 고용서비스의 질을 가른다.
 
독일 고용대학(HdBA)의 전경.

독일 고용대학(HdBA)의 전경.

독일과 벨기에 고용센터에선 실업자나 청년, 취약계층이 오면 무조건 1차 대면상담을 한다. 그 이후는 상담원 재량으로 전화나 이메일을 활용해 수시로 체크하고, 상담을 이어간다. 프로파일링, 심리점검, 직업지도와 훈련 등 종합적이고 꼼꼼한 상담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최적의 직무와 일자리를 찾아낸다. 심지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진 구직자의 경우 치료까지 책임진다. 1시간 동안 상담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실적 때문에 구인·구직 매칭에 집중하는 한국과 확연한 차이다.
 
이런 상담이 가능한 건 역시 직원들의 역량이 높아서다. 독일과 벨기에에선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를 양성하는 과정부터 다르다.
 
독일은 연방 정부 산하에 고용서비스대학(HdBA)이 있다. 2006년 설립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내 다른 나라까지 비슷한 대학 설립을 검토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에선 매년 5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전국 고용센터에 배치된다. 이들은 입학 전부터 연방 또는 지역 고용센터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총 9학기(3년제) 동안 심리상담, 인사, 임금제도, 고용시장, 경영학, 노동법 등 고용서비스에 필요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배운다. 철학이나 윤리, 언어 같은 과목은 아예 없다. 특히 4학기는 현장 인턴실습으로 채워진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는 셈이다. 석사과정에도 100여 명이 공부 중이다. 쉬테판 회프트 심리학 교수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에도 6개월의 현장 실습형 심화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확 차이 나는 유럽과 한국의 고용서비스 질

확 차이 나는 유럽과 한국의 고용서비스 질

입학과정은 까다롭다.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에서 일정 수준의 점수를 취득한 뒤 적성검사, 능력시험, 심층면접을 거쳐야 한다. 입학 절차만 3개월이 걸린다. 그런데도 매년 500명 모집에 7000명이 몰릴 정도로 독일 내에서도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대학 진학률이 채 50%가 되지 않는 독일의 사정을 감안하면 높은 경쟁률이다. 안드레아스 얀코비치 행정처장은 “HdBA는 전문 상담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지급 안내와 같은 행정지원업무는 일반 행정직이 수행한다. 일반 행정직원이 전문상담사로 승격하려면 이 대학에서 향상교육을 받아야 한다.
 
벨기에는 르 포렘 아카데미를 20여 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안네 센터장은 “시장이 변하고, 그 변화에 따라 구직자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구직자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고용시장에서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담사의 역량을 향상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이브 마리 모세레이 세계공공고용서비스협회(WAPES) 사무총장은 “고용센터 상담사는 전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국가에서 이를 수행할 전문 교육기관은 필수”라고 말했다. 독일 만하임, 벨기에 브뤼셀에서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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