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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장의 보수 통합 청사진

“총선은 1:1 구도로 갈 것…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는 닫아놓지 않아”
“황교안 종로 출마 잘한 결정,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은 보수의 자구책”

파워 인터뷰
“미래통합당은 文 정권 견제할 유일한 대안 세력”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이 헌법 정신을 존중하며 청년과 전문가들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이 헌법 정신을 존중하며 청년과 전문가들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림이 아니라 화가란 말이 있다. 아무리 멋진 그림이라도 화가가 무명인 것보다 대충 그린 것 같아도 유명한 화가의 작품에 사람들이 더 공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박형준(60)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위원장은 보수 진영에서 드물게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통한다. JTBC [썰전]을 통해 합리적 중도·보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같은 말이라도 박 위원장이 꺼내면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 흡인력이 있다. 보수 진영이 통합의 그랜드 디자인을 박 위원장에게 위탁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려대 사회학 박사 출신인 박 위원장은 제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을 지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정무수석비서관·사회특별보좌관을 거쳤다. 이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위원장 인터뷰는 수락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계속 미뤄졌다. 통합 작업이 그만큼 순탄치 않았다는 방증이다. 2월 13일에서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티를 안 내려 했지만, 박 위원장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었다. ‘보수신당’ 탄생의 전야(前夜)임에도 ‘이제 됐다’는 성취감은 찾기 어려웠다. 박 위원장의 말을 들을수록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대보다 통합이 쉽고 깔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2월 11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입당을 환영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2월 11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입당을 환영하고 있다.

통합 막판까지 진통이 있었다.
“이견이 조금 있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다. 당명은 미래통합신당으로 생각한다.(실제 미래통합당으로 결정됐다.) 당색은 밀레니얼 핑크로 정했다. 로고 작업도 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진통이 있다고 들었다.
“선대위보다 당내 의사결정기구, 최고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약간 조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박 위원장은 저서 [보수의 재구성]에서 자유·공화·민주·공정과 같은 헌법 가치에 충실하고, 미래정당(청년정당), 지식정당(전문가 정당)의 스펙트럼을 담으려는 보수의 지향성을 강조했다. 그 궁극적 목적은 젊은 층의 보수 정당에 대한 비호감을 제거하는 것일 텐데, 선거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신당이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리가 ‘청년정치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많은 청년단체에서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정당들이 고령화한 이유는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생태계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정당 예산을 일정 부분 할당해서 청년 정당을 당내에 만들자는 생각이다. 교육, 정책 개발, 지도자 양성 같은 기능을 청년들끼리 하는 것이다. 총선 끝나고 새 당헌·당규를 만들고, 전당대회에서 그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청년을 향한 미래통합당의 문은 얼마나 열려 있게 될까?
“당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든다는 건 결국 당의 주인들을 지속가능한 미래 세대에게 넘겨준다는 걸 의미한다. 통합신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아마 이번 공천에서 상당수의 청년 정치인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게 바로 혁신이다.”
 
 
예전과 같은 인맥 영입은 사라질까?
“과거에는 청년을 중시한다면서 줄 세우기식으로 소모품 사용하듯 했다. 그건 곤란하다.”
 
 
당직은 의원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상적으로 들리는데?
“이상적인 게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보면 캠페인 역량이 굉장히 약해졌다. 전문가들이 캠페인을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갖는 수단으로 당직을 활용하다 보니까 당직이 계속 바뀌고 축적이 안 된다. 사무총장도 CEO화 해야 하고, 교육 등 정책도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전략, 즉 정치 마케팅을 짜는 것도 전문가들한테 맡겨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선거 때 뛰는 선수들이다. 국회의원은 원내, 의정, 지역구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보수 진영의 화두는 혁신과 통합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보수에 결여됐던 가치들이다.
“이번에 김형오 위원장을 필두로 꾸려진 공천관리위원회가 당과 분리된 상태로 독자적으로 이뤄진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거기서 혁신 공천을 제대로만 하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본선에 내보내게 된다면, 계파가 없어지고 실력으로 대결하는 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줄곧 강하게 통합론을 펼쳤다. 연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연대는 선거 승리를 위해 고려는 가능하지만, 자칫하면 야합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통합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일화 때 지분을 요구하면 혁신의 취지에 전혀 안 맞는다. 통합은 그런 지분 요구를 일절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통합당 밖의 안철수 신당(국민의당), 태극기 계열의 우리공화당 등과의 연대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인가?
“선거 전략상 연대를 나중에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하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대안으로서의 상징성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번 선거의 핵심은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먹히느냐다. 정권 심판을 해야 하는데 심판자 진영이 분열돼 있으면 곤란하다. 찍는 사람들도 이길 사람을 찍어준다. 이번 선거는 1:1 구도로 갈 텐데 그러면 표의 결집력이 누가 더 세냐 하는 싸움이 된다. 그래서 분산돼 있으면 안 된다. 새로운 통합신당이 유일하고 정통한 대안 세력임을 국민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면 표의 확장성이 자유한국당 때보다는 훨씬 강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중도 표심을 잠식할 것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철수 신당이 독자 신당으로서 가져가는 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서 반반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총선에서 큰 변수가 되긴 어렵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 쟁점 안 될 것”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맞을까?
“그건 역사에 맡겨야지 어떻게 하겠나. 지금 진행 중인 일이고 탄핵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흘러야 객관화될 것이다.”
 
 
이 질문을 꺼내는 건 보수를 흔들 목적으로 민주당 쪽에서 계속 이걸 들고 나올 수 있어서다.
“나는 그게 이번 선거의 큰 쟁점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당시 탄핵 사유는 권력남용, 권력의 사적 점유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금 그것보다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나. 울산 부정선거 같은 경우 굉장히 심각하다. 헌법이나 정치사를 아는 사람들은 권력이 이렇게 특정 선거에 광범위하게 개입해서 선거 결과를 뒤집었던 전례가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민주당이) 지금 박근혜 정권 탓할 자격이 있나?”
 
 
한국당 내 강성 친박들 분위기는 어떤가?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TK(대구·경북)를 중심의 강경 보수 세력은 여전히 탄핵 찬성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그러나 TK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통합에 대한 욕구가 높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4월 총선, 보수가 해볼 만하다고 보나?
“선거는 기본적으로 구도, 이슈, 인물이다. 구도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슈에 의한 바람이다. 지금까지 형성된 이슈 중 가장 큰 것은 ‘정권심판론’이다. 그걸 얼마나 불붙이고 강화할 수 있느냐, 그에 따르는 캠페인 전략을 짜는 게 핵심이다. 그 캠페인 역량을 보여줘야 할 곳이 선대위, 선대본부다. 거기에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달라붙어서 선거를 주도할 수 있느냐, 그게 핵심이다. 그리고 인물은 결국 공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이 3가지가 잘 맞아 떨어지면 총선이 해볼 만할 것이다.”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야당심판론이 계속 제기된다.
“야당심판론은 허구의 프레임이다. 총선에서 야당 심판을 했던 경우도 있다. 2004년 탄핵 때, 야당이 엄청난 실수를 했기 때문에 심판론이 불거졌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집권 3~4년 차는 정권심판론이냐, 정권안정론이냐의 싸움이다.”
 
 
통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통합 이후 박형준의 역할은 무엇이었으면 하는가?
“그건 그때 봐서 정해야 할 것 같다. 나로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도 느낀다. 대학 강의도 있고, 방송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하여튼 통합신당이 잘되도록 외곽에서 역할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교조적인 이념 집단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는 위협이 되고 있다.
“타협·절충·조정을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되고, 혁명을 해야 한다. 모든 전체주의는 혁명론적 사고에서 나온다. ‘내 생각이 옳고, 내 생각으로 세상을 지배해야 되겠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논리가 가장 위험하다.”
 
 
어떻게 해야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극복해가는 게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을 적절하게 분산하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오류투성이임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진리에 대해서도 훨씬 더 소박하고 겸손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불관용 세력을 관용할 순 없지 않겠나?
“대한민국 발전사를 통해 검증된 가치들이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인 자유, 민주, 공화, 공정의 가치들은 함부로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가야 한다. 또 이 가치들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광장에 나가 있는 이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낙인찍고 잘못된 것 취급하는 경우가 그렇다. 모든 이론, 사상의 발전은 상호침투,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비판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진다. 매번 기계적이고 원리적으로만 싸워서는 발전이 없다.”
 
 
통합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의 진정성에 대해 호평했다.
“통합의 관건은 큰집인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는지였다. 내부적으로는 유승민 의원과 합친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심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황 대표는 통합에 대해 수용을 했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가 보였다. 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생환할 수 있을까?  
“종로 출마가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 여권이 걸어놓은 프레임인데, 여권은 지금 ‘친문(親文) vs 반문(反文)’ 전선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권의 미래 대선 후보인 이낙연을 내세워서 황교안과 붙는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 마치 2012년 대선 당시 MB정권 심판을 할 때, 박근혜라는 미래의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니까 보수 표가 결집했다. 지금 여권이 바라는 구도가 바로 이것이다. 그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황 대표가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진짜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뤘으면 리더십은 더 취약해졌을 것이다.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 결단을 해서 본인도 살고, 당에도 도움이 됐다. 국민은 회피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만약 불출마를 택했다면 어쩌면 도망가는 리더의 모습으로 규정됐을 수도 있었다. 용기를 보여주니까 리더십이 살아나고 통합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굉장히 잘한 결정이었다.”
 
 

“유승민, 불출마로 분열 프레임 피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왼쪽)과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오른쪽)는 2월 4일 김웅 전 부장검사의 입당식을 열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왼쪽)과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오른쪽)는 2월 4일 김웅 전 부장검사의 입당식을 열었다.

유승민 의원의 불출마는 어떻게 보는가?
“그것도 정치인으로서 상황을 적절하게 판단했다고 본다. 황교안이 종로 출마했는데 유승민이 계속 통합을 안 하고 있으면, 안 그래도 프레임이 보수에서 안 좋게 잡혀 있는데 분열 프레임까지 더해지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유승민이 그런 결단을 해줌으로써 물꼬를 틔워주니까 황과 유, 둘 다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좋은 정치적 선택이었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왜 안 만나나?
“그게 참…. 나도 그런 그림을 원하고 노력을 많이 했다. 스타일의 차이도 있고, 교감의 수준에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많았다. 그런 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것에 서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아마 선대위가 구성되고, 거기에 유승민도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지 않겠나.”
 
 
김근식 교수, 문병호 전 의원도 미래통합당에 참여한다. 안철수 대표의 영입도 염두에 둔 포석인가? 
“두 사람 다 안철수 쪽하고 가까우니까… 그러려고 한 건데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이 만들어지면서 여의치 않게 된 부분은 있다. 아직도 그쪽과 소통이 아예 끊기고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다만 푼다면 선거 연대를 통해 푸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건 또 쉽지 않은 문제다. 일단 통합은 이 정도 수준에서 하고, 그다음에 선대위가 꾸려지면 선거 전략 차원에서 대화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마지막에 또 통합할 수도 있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의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한다’와 ‘그냥 이대로 가면 한국당에 흡수 통합되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의견이 맞선다.
“지금 이게 아주 재밌는 현상 아닌가. 새보수당은 공관위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한국당은 손보자고 하고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지금 김형오 공관위가 계파나 보스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 아니겠나. 그래서 지금 김형오 공관위를 다 무시하고 재구성하는 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재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명 더 추가하자는 주장은 있다.
“그건 가능할 듯하다. 그 정도 수준에서 서로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게 너무 어렵다. 머리에 쥐가 난다(쓴웃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용태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의원 등 중진들의 험지 출마는 어떻게 보는가?
“바둑을 둘 때처럼 포석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표적 공천도 할 수 있고. 김병준, 홍준표, 김태호 등 지도자급 정치인들을 포석하는 건 필요하다. 태영호 전 공사 같은 경우도 포석의 일환이다. 때로는 여권의 공천을 보면서 맞상대를 했을 경우 이슈화할 수 있는, 그런 표적 공천을 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솔루션이 안 보여”

‘보수가 이긴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경제가 좋아지나, 오십보백보 아닌가’, 이런 목소리도 현실이다.
“보수가 그런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 정권이 지난 9년 반 집권 기간 동안 국민의 신뢰를 못 얻은 이유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특히 복합 전환기인 이 상황에서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전환기에 리더십을 잘못 만나면 나라가 어려워진다. 문재인 정권의 리더십은 전환기를 이끌 역량이 없다. 그래서 비판하고 심판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보수 진영에는 그런 역량을 가진 이가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탁월함의 리더십은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생각하는 힘, 제대로 된 통찰을 가져야 한다.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제일 중요한 덕목이 담대한 용기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변화를 주려면 리더십이 올바른 솔루션을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자기희생을 무릅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리더십의 구체적 사례를 든다면?
“독일의 슈뢰더는 사회민주당 총리이면서도 노동개혁에 나섰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는 노동당 총리이면서도 시장경제로의 대전환을 주도해 혁신 경제를 만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뛰어난 경제 관료들을 쓰고 그들이 수출주도형 발전을 지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이런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환기에 부족한 리더십은 우물쭈물하다 끝나버리거나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딱 그렇다. 이런 시기에 ‘어려운 사람들 좀 도와주면 되겠다’ 이런 건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다. 국정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은 항상 도와줘야지, 국정의 핵심이 돼선 안 된다.”
 
 
그럼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역대) 보수 정권이 욕을 먹으면서도 G20 국가까지 올려놓은 건 사실이다. 이걸 유지, 확대해야 한다. 국가 위상을 올려야 한다. 봉준호나 BTS가 올려야 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올려야 하는 것이다. 국가 위상을 높이는 국정을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형 통상 국가에서는 외교를 잘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거 지금 제대로 못 하지 않나? 내부적으로는 경제가 변곡점에 있으니 대전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삶의 질에 대한 투자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건 단순히 복지가 아니다.”
 
 
이번 총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지금 선거법은 누더기 중 누더기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평등선거, 비례선거 원칙에도 안 맞는다. 연동형을 하려면 비례를 충분히 주고 지역구를 조절하든 해야 하는데, 연동형을 아주 조금 주고 지역구를 하려 하니까 결국 꼼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례정당용인 미래한국당은 유권자들에게 통할까?
“야당 입장에서는 선거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구조적으로 야당이 승리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야당에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그 자체가 불공정이다. 그 선거법은 야당이 동의한 바도 없다. 일방적으로 게임 규칙을 정해놓고, 그 규칙 안에서 손해 안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까지 뭐라 할 수 있겠나? 결국 난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 것이라 본다.(쓴웃음)”
 
 

“선거는 공감 끌어낼 캠페인 싸움”

박 위원장은 일관되게 보수 진영의 캠페인 전략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번 총선도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얼마나 유권자에게 호소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선거 캠페인에 어떤 콘텐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총선 공약에서 ‘야당이 뭘 잘할 수 있다’ 이런 건 잘 없다. 정책에서 야당의 가치와 방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21대 국회의 10대 과제 같은 것을 내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혈세 기생충 방지법’ 이런 걸 이슈화하고, 야당이 이런 걸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 이런 가치를 담은 정책들을 내걸어야 한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보수가 말하면 거부반응이 생긴다고 한다.
“내가 캠페인 역량이라고 한 건, 결국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로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느냐, 그게 핵심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공감 능력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기존의 영남 정서, 고령층의 정서가 너무 많이 투영돼 있어서 청년, 수도권까지 포괄하는 정서를 못 갖고 있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캠페인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약하다.”
 
 
반면 민주당은 감성을 끌어내는 기술이 탁월한 듯하다.
“여당은 1980년대 운동권부터 정치만 한 사람들이다. 선수들이 많다. 거기다가 언론 환경도 여권 입김이 강하다. 이슈를 얼마든 주도할 수 있다. 가령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을 가져와서 황교안을 공격한다. 그런 게 무서운 것이다. 반기문이 한 달 만에 주저앉지 않았나.”
 
 
그럼 미래통합당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보수 진영에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계파 때문에 제대로 안 됐다. 그런 것들을 모두 없애고, 선대본부에 캠페인 전문가들을 집중시켜서 그들을 중심으로 전체 선거의 인력 배치, 이슈 개발이나 선거 캠페인, 이런 걸 끌고 가게 만들어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이슈 싸움에서 밀린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변수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지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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