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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짜증나’ 외치던 사춘기 딸의 달콤한 변화

기자
김현주 사진 김현주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33)

 
딸의 사춘기가 본격화하면서 ‘사춘기 대 갱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고 있다. 다른 사춘기 딸들은 어떤지 인터넷을 돌아보던 중 재미있는 글을 만났다. ‘사춘기 딸, 차라리 강아지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해요’란 상담 글이었는데, 거기서 언급한 사춘기 아이의 행동 특성이 내 아이와 똑 닮았다.
 
▷ 말이 없어진다. 무뚝뚝해지거나 거친 표현을 쓴다 (‘됐어’, ‘짜증나’)
▷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낭만닥터’ 안효섭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 대박!’)
▷ 평소 안 하던 외모 꾸미기를 한다 (‘머리 길이가 어정쩡해서 안 묶여! 짜증나’)
▷ 이유 없이 삐뚤어진다 (‘도대체 저 아저씨는 생각이 있는 거야? 짜증나’)
▷ 짜증이 잦다 (‘말 시키지 마. 짜증나’)
▷ 부모가 바라는 직업을 폄하한다 (‘디자이너? 나 그거 싫다니까. 짜증나’)
▷ 어른의 문화를 부정적으로 본다 (‘아빠는 왜 항상 그렇게 생각해. 짜증나’)
▷ 몸에 신경 쓴다 (‘요즘 좀 살찐 것 같지 않아? 짜증나’)
▷ 자기가 생각하는 고급문화를 동경한다(딩고뮤직에서 새로 올린 힙합 너무 멋져. 대박!’)
 

딸들의 컨디션에 따라 엄마들도 롤러코스터다. 어떨 때는 중학교 때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딸을 이대로 놓아두어도 될까 심각하게 걱정한다. [사진 unsplash]

 
괄호 안은 딸 아이가 자주 쓰는 말이다. ‘짜증나’와 ‘대박’ 사이에서 딸 아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딸의 컨디션에 따라 나 역시도 롤러코스터다. 어떨 때는 중학교 때 내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이런 상태를 계속 놓아두어도 될까 심각하게 걱정한다. 오십이 되어도 중학생 엄마는 처음이라 낯선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친구의 조언이 유효하다. 늦둥이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처지라 먼저 경험한 엄마의 사례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기도,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갑자기 학원 가기 싫다고 매일 노래를 해. 듣다 듣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학원도 가지 말고, 공부도 네가 알아서 해. 엄마는 강요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버렸지 뭐야.”
 
“아이랑 실랑이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아이가 좋아하는 일 찾아 줘야겠다 싶지? 나도 그때 그랬는데, 선배 엄마가 하는 말 듣고 느낀 게 있었어.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고 하더라고. 힘도 들고, 따라갈 자신도 없고, 막막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고. 그럴 때는 엄마의 ‘하지마’가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왔는지 칭찬하고, 지금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해 보라고. 그러다 보면 아이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내기도 한다고 말이야. 나도 해봤더니 정말 그러더라고.”
 
아차 싶었다. 짜증을 내면 처음 몇 번은 참아주고, 그다음 몇 번은 안 들은 척 무시하다가, 결국은 화와 짜증의 중간 정도에서 ‘네 인생이니 네가 판단해봐’라고 말하곤 하지 않았던가.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엄마는 사춘기를 경험했던 인생 선배이고, 아이가 의지하는 존재이다. 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 결국 엄마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사진 unsplash]

엄마는 사춘기를 경험했던 인생 선배이고, 아이가 의지하는 존재이다. 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 결국 엄마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사진 unsplash]

 
『아이가 달라지는 엄마의 말』의 저자 도미향 교수는 책에서 ‘칭찬’과 ‘인정’의 차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라고 전한다. 아이가 하는 노력과 변화의 과정, 갖추고 있는 강점, 역량 등 존재하는 것은 충분히 인정해야 하고, 거기서 발현된 행동이나 선택, 좋은 결과 등에 대해서는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만을 인정하고 칭찬하게 되면 아이는 그 결과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두려움이 생기고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긍정의 언어로 아이의 현재를 인정하는 것은 아이의 감정에 활력을 넣어주고 적극적인 행동 에너지를 일으켜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친구와 책의 조언을 마음에 담은 채 며칠 동안 그렇게 아이에게 답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정말 아이의 이야기 방향이 달라지는 게 아닌가. 침대에 누운 채 ‘엄마 옆에 와서 누워’라고 하질 않나, 누워 있으면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라고 묻질 않나, 자기 핸드폰 속 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하루의 일과를 들어보라며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친구가 던진 말을 전하며 파르르 떨기도 하고, 학원 선생님의 무심함에 속상해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주르륵 풀어낸다.
 
“사춘기는 간절히 어른이 되고는 싶은데 몸과 마음이 따르지 못해 좌절하는 시기다. 그래서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한편으로 부모의 품이 주는 안정감을 원한다. 사춘기 딸을 대할 때는 이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제목에 꽂혀 뒤적이게 된 책 『딸이 사춘기가 되면 엄마는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에 실린 글이다. 아무리 사춘기라도 해도 아이는 아이다. 나는 그런 사춘기를 경험했던 인생 선배이고, 게다가 아이가 의지해야 하는 엄마다. 그러니 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 결국 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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