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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거짓도 사찰 DNA도 없다는 정부

최상연논설위원

최상연논설위원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3년간 250일 넘게 골프장을 찾았다. 골프 클럽과 리조트에 머문 날이 거의 1년에 가깝다. 지난해 말엔 미국의 이라크 공습 2시간 만에 골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유권자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PGA 선수보다 골프를 더 많이 친다. 나랏일을 팽개쳤다”고 퍼붓던 분이다. 그래도 이런 사실을 숨기거나 ‘국가 기밀’로 세탁하고 윽박지른 일은 없다.
 

대통령은 숨기지 말라고 지시하고
‘울산선거’는 검찰기획 불과하다며
청와대는 왜 속시원한 해명이 없나

미국 기자들의 투혼이 남달라서 도무지 나올 수 없는 숫자가 힘겹게 밝혀진 것도 아니다. ‘팩트베이스(Factba.se)’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언제, 어느 골프장에 갔는지 다 나와 있다. 골프만이 아니어서 대통령이 하루 종일 뭘 했고, 누구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공개돼 있다. 5분, 10분 단위로 시시콜콜 빼곡하다. 미국 대통령이라고 경호 문제가 없을 리 없겠지만 그렇다.
 
‘세월호 7시간’을 맹폭격한 지금 정권이 1호 공약으로 약속한 게 이런 투명한 정부였다.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서 상인들과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소통을 외쳤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흉내 낸 감성 홍보 몇 차례가 전부였다. 그나마 그런 행사조차 지금은 보기 어렵다. 얼마 전 재계 간담회 표정이 그랬다. 대통령은 지시사항 불러주듯 메모지를 읽었다. 기업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받아 적었다. 익숙한 장면이다.
 
전임 대통령의 문제 중 하나는 그가 청와대에서 뭘 하고 있는지 국민이 도통 모른다는 것이었다. 높은 담을 쌓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정부가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거다. 당장 대통령과 장관들은 약속했던 일정 공개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그래도 자화자찬만큼은 남다르다. 줄곧 ‘문재인 청와대는 거짓말을 안 한다’ ‘문재인 정부엔 사찰 DNA가 없다’고 자랑이다. 코로나 공포엔 ‘메르스 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한다’고 내세웠다.
 
그럼 듣는 국민은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대통령은 엊그제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여러 허위 정보를 막아내는 최상의 방법은 정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가 그렇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사태가 부른 생필품 사재기 혼란을 총리의 숨김없는 입이 막아냈다. 투명한 정보와 일관된 메시지가 공포를 삼켰다. 국민과의 대화든 기업인과의 대화든, 아니면 청와대 참모나 서울시장과의 대화든 이벤트로만 써먹어선 될 일이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 불거진 지 석 달이 지났고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이 기소됐다. 8개 비서관실이 움직였다는 건데, 공소장엔 대통령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선 청와대의 진지한 해명이 나와야 한다. 검찰 수사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문제인지, 대통령이 뭔가를 설명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거부한 채 검찰을 향해 눈을 부릅뜨는 청와대다.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선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고 흥분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도 말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정부 홍보 방식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특별히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취임사에선 “수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맞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때다. 가뜩이나 지금 청와대엔 범죄 혐의로 기소됐거나 기소를 목전에 둔 사람이 여럿 재직하고 있는 마당이다. ‘검찰이 목적을 갖고 수사를 기획했다’거나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고 싸잡아 공격만 할 게 아니다.
 
떳떳하면 숨길 게 없다. 그래야 ‘대통령의 침묵은 묵시적 혐의 인정’이란 야당 주장이 안 먹힌다. 그래야 거짓도, 사찰 DNA도 없는 정부란 말에 쑥스러움이 사라진다. 그런데 숨기지 말라면서 해명도 없다. 듣는 사람이 어리둥절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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