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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추미애 장관의 무지, 분노하는 국민

전성철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전성철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추미애 법무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세 가지 검찰 개혁을 주장한다. 불행히도 그 개혁안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황당한 추 장관의 검찰개혁 주장
‘정의’ 아닌 ‘정권’ 수호 의심케 해

첫째, 추 장관은 ‘검찰동일체 원칙’을 파기하자고 한다. 동일체 원칙이란 무엇인가? 검찰 뿐 아니라 모든 프로페셔널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프로페셔널 조직이란, 한 마디로 고수와 초보 간에 하늘과 땅 같은 역량 차이가 있는 곳이다. 혹시 잘못됐을 때 시민에게 주는 피해가 치명적일 수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종합 병원이다.
 
생각해 보라. 한 사람의 숙달된 외과 전문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련이 필요한가? 전문의가 중요한 수술을 집도하기까지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어야 하는 수많은 지식과 경험의 집합체를 생각해 보라. 의대 졸업 후 수년에 걸친 인턴·레지던트 수련, 전문의가 된 후에도 1~20년간 다양한 임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수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의료 동일체’ 원칙이다. 수술실에서는 1~20명에 달하는 보조의사·간호사·전문가가 협업을 한다. 이 스태프들이 전문가의 말을 일사불란하게 따르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 윤리같은 중요 이슈엔 병원장까지 개입할 정도의 ‘의료 동일체’ 원칙이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리더에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구속 여부, 구형량을 결정하고 재판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 규명은 물론 증거법·헌법·형법·형사 소송법, 기타 관계 법을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리더에겐 난해한 수술을 하는 외과 전문의 못지않은 전문성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검찰 동일체’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왜 검찰에만 이 원칙이 필요한가? 다른 행정부처의 대민 업무와 달리 검찰의 활동은 시민에게 주는 피해가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 간다는 것은 가장 가혹한 고통 중 하나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 미국도 이 원칙은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전국적으로 93개에 달하는 연방 검찰청의 조직구조다. 각 지역 검찰청에서는 검사장과 차장 검사를 제외한 수 백명의 검사들에게 예외 없이 검사보 (Assistant US Attorney) 라는 단 한 개의 직책만 부여한다. 검찰 동일체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하려는 의지의 웅변적 표현이다.
 
추 장관은 얼마전 주니어 검사들에게 ‘상명하복’의 문화를 박차고 나가라고 했다. 한 마디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병원에 가서 주니어 의사들에게 수술실에서 집도하는 고수 전문의의 말이 마음에 안 들면 ‘깔아뭉개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대위에게 필요하면 연대장 대령의 명령을 깔아뭉개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으로 경악할 수밖에 없다.
 
둘째, 추 장관은 울산 선거개입 피의자들 관련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언필칭,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이것도 조리에 전혀 안 맞는다. 추 장관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세계에서 인권을 가장 잘 보호하는 나라인 미국이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무조건 공소장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을까? 답은 이것이다. 그래야 재판이 더 정의로운 결과를 낳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인에게 ‘정의’란 ‘인권’보다 더 우월한 가치다.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인권도 희생되기 때문이다. 정의의 최후의 보루는 재판이다. 미국은 수 백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정의로운 재판을 낳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총체적 진실’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총체적 진실의 노출을 방해하면 유언비어와 소문·억측이 끼어들고, 결국 그것이 정의와 진실을 해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때로 강간 피해자 신원까지 공개하면서 공소장을 공개한다. 도대체 추 장관은 어디에 근거해서, 무엇을 위해 이미 충분히 제도화돼 잘 굴러가고 있는 공소장 공개제도를 독단적으로 파기하는 것일까?
 
셋째, 추 장관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겠다고 한다. 이 역시 검찰 작동원리의 기본을 무시한 판단이다. 검사의 사명은 궁극적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담당 검사의 정의 의식은 기소와 구형량을 통해 형상화 된다. 정의 의식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둘러싼 총체적 사실들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의 인간성, 범죄 동기, 그가 살아온 환경 등에 대한 생생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검사는 자신이 느끼는 ‘정의의 모습’을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구형을 한다. 한 마디로, 검사에게 있어 수사 과정은 ‘체취가 살아있는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 수사 과정을 두 조각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의 실현 가능성을 반감시킨다. 수사 검사로부터 차가운 컴퓨터 파일을 넘겨받아 그것만으로 피고에 대한 정의를 도출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의 구현이라는 검사의 기본 사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체취가 살아있는 정의 구현을 포기해야 하나? 무엇이 인권 보장을 확대한다는 말인가?  수사와 기소를 경찰과 검찰로 분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전혀 다른 헌법적 고려, 즉 행정 구조의 문제다. 그러나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는 아무런 이점도 없는 괴물 제도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추 장관의 이 세 가지 주장은 참으로 황당하다. 너무 황당해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정의 수호’ 보다는 ‘정권 수호’라는 추잡한 동기가 깔려있지 않나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실제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의심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척이나 무식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성철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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