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거침없이 질주하다 코로나19 한방에 허점 드러냈다

양날의 칼로 드러난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중국은 자본주의를 수혈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 추세로는 늦어도 2040년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과 중국 전문가들은 ‘국가자본주의’를 주목하고 있다.
 

겉으론 시장경제 받아들이면서
철저한 국가 통제로 경제 개발
4차 산업혁명으로 위력 본격화
우한 사태로 철권 통제에 균열

먼저, 패권국과 신흥국은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으로 강대국의 흥망을 분석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이 흥미롭다. 그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서 “21세기에는 중국 같은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의 우위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앨리슨의 분석대로 지금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핵심 역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점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자유시장경제보다 국가 차원의 이익을 중시하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가자본주의는 ‘자유’보다 ‘국가’를 앞세운다. 과감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시장경제 국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철저한 계획경제로 시장을 통제한다. 화웨이와 알리바바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에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뻗친다. 뉴욕타임스(NYT)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의 창업자들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거나 경영자 역할을 줄인 것은 모두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는 부(富)의 세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풀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뒤로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정체할 때 중국 질주
 
시장을 통제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중국식 자본주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경제는 고속성장했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면서 국부(國富)를 일궈 지난해 1인당 GDP 1만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인 2000년에도 1000달러에 채 미치지 못했던 1인당 GDP가 불과 20년 만에 10배로 불어났다. 세계은행(WB)은 1인당 GDP가 1만2375달러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다. 인구가 14억 명에 달해 세계에서 가난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중국으로선 ‘장강(長江)의 기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다.
 
중국은 내친김에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예리한 시사 분석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최근 눈에 띄는 시각을 제시했다. 중국의 다음 목표는 미국을 넘어서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전략적 지렛대는 ‘미국의 정체’라고 분석했다. 레온하트는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10년 주기(decade)’를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동양의 속담 그대로인데, 중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지난 2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10년간 급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시기였다. 무엇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경제 발전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교육·과학·인프라 투자에 소홀했다. 이 기간 미국은 개인 소득·국부·기대수명에서 모두 정체 현상을 보였다.
  
4차 산업혁명 만나 날개 달아
 
중국은 마침 이때 4차 산업혁명과 만나면서 국가자본주의의 위력에 날개를 달았다. 한국과 달리 규제 기득권층의 방해가 없어 거침없이 기업을 일으키고 시장을 키워나갔다. 전자상거래와 빅데이터가 게임체인저가 되면서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덴스 등 기술 기업들은 눈 깜짝할 사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중국

미국은 뒤늦게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지만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역전쟁을 벌여 온 미·중 양국이 지난달 15일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관행과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같은 핵심 갈등은 손도 대지 못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것도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국 기업만 지원해 온 탓이다. 또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20%는 시장 진출 허용을 대가로 기술을 제공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런 행위는 엄연히 WTO 규정 위반”이라며 “미국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미국 기업조차 숨을 헐떡인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대변되는 미국 첨단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기업이 아무리 위력적이라고 해도 중국의 알리페이·위챗페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 거대 플랫폼에서는 금융·쇼핑·의료는 물론 관공서 행정 업무와 주택 거래까지 가능하다. 중국은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의 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데다 미국 달러화 패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런 변화는 모두 빅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오면서 위력을 발휘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분쟁 전문가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FT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질러도 무역과 금융시스템, 동맹을 통한 군사력에서는 미국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모든 면에서 미국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큰 시선을 끌지 못했다. 저물어가는 미국 패권에 대한 위로쯤으로 폄하됐다.
  
‘블랙스완’ 우한 사태에 흔들
 
하지만 이런 시각이 최근 블랙스완(예상하지 못한 돌출 사건)처럼 갑자기 등장한 사건을 통해 힘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우한(武漢)에서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국가 자본주의가 21세기 중국의 부국강병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숨겨진 한계를 만천하에 드러내면서다.
 
해외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 그간 잠복해 있던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허점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안정과 번영에 대한 대가로 개인의 권리를 양보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산당의 지도방침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NYT)는 얘기다. NYT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인용해 “우한 폐렴 사태는 정치적 무관심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중국인들의 분노를 소개했다. 이 웨이보 포스트는 중국 당국이 강제로 삭제하기 전에 공유 7000개와 좋아요 2만7000개를 기록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 그대로다. 황제를 능가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체제로 중국몽(中國夢)을 향해 달리던 중국으로선 국가자본주의에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민간 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은행 대출이 2013년에는 국영기업 35%, 민간기업 57%였으나 2016년에는 각각 83%와 11%로 바뀌었다. 이렇게 모든 자원을 국영기업에 집중하면서 민간기업의 부도와 도산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P)는 중국 구직 전문사이트 자오핀(招聘)닷컴이 사무직 8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상당한 부채를 졌다고 답한 비율이 34.6%로 전년보다 12.7%포인트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가과학원(PNAS)에 따르면 중국 지니계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의 소득 격차 본질은 PNAS 지적처럼 중국 정치체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자본주의가 중국 경제의 덩치를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에 따라 생산성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질주하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양날의 칼로 드러난 셈이다. 우한 사태를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동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