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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승전인 수퍼볼(Super Bowl)은 국내에서만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전 세계 기업의 광고 대전이 펼쳐진다. 축하 무대인 하프타임 쇼는 팝스타에게는 꿈의 무대로 일컬어진다. 올해는 제니퍼 로페즈와 샤키라가 장식했다.
 
그런데 이 하프타임 공연을 TV로 시청하면 현장보다 5초 늦게 볼 수 있다. ‘지연 중계’ 때문이다. 사연이 있다. 2004년 재닛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공동 무대를 펼치던 중 잭슨의 오른쪽 가슴이 노출돼 전파를 탔다. ‘니플게이트(nipplegate)’로 불린 이 노출 사고 이후 수퍼볼 주관방송사는 해당 쇼를 생방송에서 5초 지연 중계로 바꿨다. 국내에서도 2005년 한 밴드가 음악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5분 지연방송을 했다.
 
지연 방송은 생방송을 보내지만 돌발상황에 대비해 시간을 늦추는 것이다. 저속하거나 음란한 장면이나 시청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 등을 미리 걸러내려는 것이다. 지연 중계를 다른 의도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의 실시간 생중계 동영상을 3분 지연해서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당국의 주장에도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검열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지연 중계를 떠올린 건 전대미문의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단순히 알 권리보다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가 있을 것 같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장 공개는 노무현 정부 때 사법개혁 조치의 하나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도입됐다.
 
“국회에 있을 때 공소장 공개 관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추 장관은 “제 기억으로는 유죄의 예단을 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공소장에 저속한 내용이 있을 리 만무한데, 추 장관의 답변이 사전 검열도 아닌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로 ‘공소장 지연 중계’를 들고나온 이유를 짐작할 단서인 셈일까.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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