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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기업 발목잡는 정치, 그런 국가에 미래 있을까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45)

 
당시 서양의 시대적인 관심사는 ‘누가 먼저 인도로 가는가’였다. 단순한 관심사를 뛰어넘어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였다. [사진 pxhere]

당시 서양의 시대적인 관심사는 ‘누가 먼저 인도로 가는가’였다. 단순한 관심사를 뛰어넘어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였다. [사진 pxhere]

 
500여 년 전 스페인, 그때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 남쪽을 약 8백 년간 지배했던 이슬람계 무어인들을 몰아내고 통일을 이룬다. 통일 직후 어느 날,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한 장면이 스페인 황실에서 펼쳐진다. 가슴에 불덩이를 품고 있는 빨강 머리 사내가 황제를 알현하려 온 것이다.
 
[왕] 어디서 무얼 하는 사람인가?
[사내] 네, 원래 이탈리아 제노바 사람이오나, 최근 10년간은 포르투갈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신세계를 개척하는 것이 꿈이어서 배를 타고 항해술, 나침반과 천문학에 대한 지식을 익혀 왔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망망대해 먼 바다를 여러 번 항해도 했습니다.


[왕] 그런데 왜 나를 찾아왔는가?
[사내] 네 폐하. 인도라는 나라 들어보셨는지요. 그곳은 황금과 보석, 향류가 넘쳐나는 땅입니다.


[왕] 나도 그 소문은 좀 들었다만, 많은 배와 선원이 필요하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모험 아닌가. 또 그 험난하고 긴 항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사내] 폐하, 저를 한번 믿어 보십시오. 제가 인도항로를 개척, 그 땅을 폐하께 통째로 안겨드리겠습니다.
 
황금의 땅, 인도로 알고 갔으나 사실은 신대륙 아메리카인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 왕은 스페인 통일을 위해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과 정략 결혼을 한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이었다. 그녀는 그라나다를 정벌하고 통일을 이룬 여걸이다.
 
사내는 콜럼버스였다. 어릴 때부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매료 당한 야심 넘치는 전략가였다. 당시 서양의 시대적인 관심사는 ‘누가 먼저 인도로 가는가’였다. 모두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걸고 매달렸다. 이사벨 여왕은 그의 집요하고 위험한 제안을 두 번이나 퇴짜를 놓았다. 그러나 결국,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미지의 세계 개척이라는 도박에 동의한다.
 
 
포르투갈이 1488년 희망봉을 이미 개척하여, 신세계 개척에 한 발 늦었다고 생각한 스페인은 동방 개척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다. 여왕의 베팅으로 1492년, 콜럼버스는 배 3척에 120명의 선원으로 신대륙 발견에 도전, 천신만고 끝에 성공한다.
 
그 무렵 지구 반대편 조선반도의 모습은 어떨까. 갓을 쓴 지배계층들이 패거리를 지어서, 수염을 휘날리면서 당파싸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고 목을 치고 유혈이 낭자한 사화가 줄을 이었다.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대윤 소윤 등등, 패거리 이름도 다양했다. 부끄러운 이조 500년 역사였다.
 
[왕] 공납과 부역을 늘리려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고?
[영의정] 전하, 식량과 재물은 나라의 근본입니다. 속히 시행하소서.
[왕] 이조판서와 호조판서 생각은 어떠한고?
[판서] 아니 되옵니다. 민초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전하, 통촉하소서..
 
만약 콜럼버스가 당시 조선 왕에게 신대륙 개척 제안을 했다면 어땠을까. 목숨을 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신대륙 발견 이후 100년 뒤 1592년, 조선반도는 왜구의 침략으로 산하가 초토화된다. 당파 싸움으로 허송세월한 대가였다. 그 이후에도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당쟁은 400년간 계속된다. 끝은 망국이었다. 힘 한번 못 써 보고, 일제 식민지가 된 것이다. 나라와 백성들에게 담대한 기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의 흑선에 놀라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눈을 먼저 뜬, 일본에 완패한 것이다.
 
국가의 부강은 그 나라의 방향성에 달려있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축구, 투우와 플라멩코의 열정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전 세계 은퇴한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다. 아름답고 풍성하며 문화와 역사까지 겸비하여 매력적이다.
 
이베리아반도는 왜 그리 풍요로울까. 목숨 걸고 신대륙을 찾아 나선 콜롬버스와 같은 모험가들 덕분이다. 선조가 경영한 드넓은 땅에서는 그 후손들이 넉넉히 살아가고 있다.
 
21세기 신대륙은 어디일까. ‘국부를 위해 세계로 경제지도를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생사가 걸린 전쟁을 벌이는 국제적인 기업들이다. [사진 pxhere]

21세기 신대륙은 어디일까. ‘국부를 위해 세계로 경제지도를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생사가 걸린 전쟁을 벌이는 국제적인 기업들이다. [사진 pxhere]

 
세상 밖으로 나간 자는 대륙을 차지했다.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500년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후손들은 지금도 반도에 갇혀 있다. 그리고 남미대륙의 억만 분의 일도 안되는, 작은 섬 독도를 두고 일본과 다투어야 한다.
 
오늘날은 달라졌을까. 지금도 눈만 뜨면 정쟁으로 소란스럽다. ‘나라의 파이’를 키우려는 고민은 없어 보인다. 이조시대 당파 싸움의 전통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소모적인 싸움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오래가면 나라가 무너진다. 그들 가슴 속에 국가의 미래가 있는가.
 
21세기 신대륙은 어디인가. ‘세계로 경제지도를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생사가 걸린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적인 기업들이다. 그들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전사이고 콜롬버스이다. 그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가. '국가의 부강'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모험하는데 달려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며 역주행하는 자들, 통렬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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