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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SW 삼키는 시대…실패 격려해 회복탄력성 키워줘야

[총장 열전]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무환 총장은 ’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오른쪽 조각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6년 개교 때 선물한 과학탐구상. 송봉근 기자

김무환 총장은 ’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오른쪽 조각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6년 개교 때 선물한 과학탐구상. 송봉근 기자

포스텍(포항공대)에는 ‘최초’가 많다. 1986년 국내 첫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범한 이래 줄곧 교육·연구·입시 등 각 분야 ‘1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석·박사 연계 진학제(96년), 교원 연봉제(2000년), 기숙형 대학(2008년), 학부생 전원 수시 선발(2010년), 영어 공용화(2010년), 무크(MOOC) 수강 학점인정제(2016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2016년), 무학과 선발(2018년), 블록체인 캠퍼스(2019년), 그리고 전교생 인공지능 교육(2020년).
 

또 다른 두뇌 AI, 전교생에 교육
미국 4분의 1만 투자해도 경쟁력
‘블록체인 졸업장’ 국내 첫 도입

구글의 ‘빨리 실패하라’ 인상적
방사광가속기로 코로나 백신 기대

김무환(62) 총장은 34년간 학생들과 호흡해 온 ‘포스텍 맨’이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와 홍콩과기대가 포스텍을 벤치마킹해 1991년 대학을 설립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신종 코로나바이스로 대학가에 비상이 걸린 요즘, 김 총장은 주저 없이 선제 조치를 했다.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졸업장’을 도입하고, 2월 중순에 하던 개강도 제일 먼저 3월로 미뤘다. 김 총장은 4일 “학생들이 졸업식은 꼭 하고 싶다고 해 7월로 연기하고 졸업장을 발급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2~4학년 인공지능 심화과정 9학점
 
캠퍼스를 둘러보니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AI & 빅데이터센터가 인상적이네요.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2016년 준공한 4세대 가속기는 햇빛보다 100경 배 밝은 ‘거대한 슈퍼현미경’입니다. 과학자들이 가속기를 이용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연구에도 공헌할 겁니다. 특히 4세대 가속기는 스탠퍼드대와 포스텍에만 있어요. 우리 대학이 분자생명학·생화학·유전학·약학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원천입니다. AI & 빅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는 변화 현장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을 다녀오셨지요.
“2016년부터 전자전기공학과의 글로벌 탐방 프로그램입니다. 3학년생 17명이 글로벌 기업을 탐방하고, 동문을 만나 멘토링 받으며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현장 학습이죠.”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요.
“구글의 비밀연구소로 불렸던 구글X도 방문했어요.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온 곳이죠. 그곳엔 ‘빨리 실패하라(Fail Fast)’는 독특한 철학이 있어요. 곳곳에 ‘Think Big. Fail Fast. Do it Now’ 포스터가 붙어 있어요. 실패를 인정하면 파티를 열어주고, 빨리 실패하면 상도 준다더군요. 실패를 경험의 일부로 생각하면 더 담대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생각입니다. 빨리 실패한 것은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 성과를 내려 노력한 것이니, 장려 차원에서 상을 준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 총장은 구글의 정신과 우리 교육의 현실을 비교했다. 수능 점수로 상징되는 우리 교육은 성공과 결과만 중시해 ‘성실 실패’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SKY 캐슬에 ‘오직 결과 만이 여러분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우리 교육의 폐부를 찔렀어요.” 그러면서 실패 경험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길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는 설명이었다.
 
AI로 상징되는 문명사적 전환기 고등교육에 시사점이 많네요.
“그렇죠. 지난해는 블록체인 캠퍼스 구축, 올해는 AI 교육 혁신입니다. 1학년은 기초 AI 2학점이 필수입니다. 매 학기 1주차를 집중 이수 기간으로 정해 다른 과목은 공부하지 않아요. 2~4학년 심화과정은 9학점입니다. 빅 데이터와 기계학습,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을 공부합니다. AI는 학문이 아닌 인간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두뇌입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AI와 소통하는 건 기본입니다.”
 
김 총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소개했다. 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앤드리센은 “소프트웨어(SW)가 세계를 집어삼킨다”고 했는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AI가 SW를 집어삼킬 것(AI is going to eat SW)”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전공 언어와 AI 언어를 넘나드는 커리큘럼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3번째로 건설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세계 3번째로 건설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그러려면 우수 교수 확보가 필수입니다.
“모든 대학의 고민이죠. 글로벌 기업과 인재 유치 경쟁을 하는 건 버거워요. 다행히 정부가 AI 관련학과 교원의 기업 겸직을 허용하겠다니 숨통은 트입니다. 연구환경 조성과 우수 연구집단 지원도 필요해요. 미국과의 AI 격차가 2년이라는데 우리 국민은 저력이 있어요. 두 배로 머리가 좋고, 성실하니 미국의 4분의 1만 투자해도 치고 나갈 수 있어요.”
 
3월에 AI 대학원을 여는데요.
“합격률이 18.5%에 불과할 정도로 최정예 인재가 들어왔어요. 석·박사 통합과정은 경쟁률이 11 대 1이었고요. 비이공계 전공자와 AI 연구 희망자, 융합연구자(AI+X), AI 관련 창업자를 위한 맞춤 교육이 특징이죠. AI+X는 3차원 가상현실, 로보틱스, 가속기연구소,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와 협력해 신약과 에너지 등 다양한 연구를 합니다.”
  
학종 100%로 320명 소수정예 선발
 
그런 과정을 통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같은 인물을 키워야지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도전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융합형 인재가 핵심입니다.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교수는 일대일 멘토가 돼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실패로부터 배우고 실패가 격려받는 풍토가 중요합니다.”
 
대학들이 혁신, 혁신을 외쳐도 잘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일관된 목표 없이 매년 새 비전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봐요. 저는 ‘비전이 없다’고 했어요. 포스텍의 건학이념은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대학’입니다. 총장과 관계없이 그 비전을 시대에 맞게 더하거나 수정하면 충분해요.”
 
포스텍은 재학생이 3400여 명이다. 학부생은 1300여 명, 대학원생은 2000여 명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9명(비전임 포함), 학생 1인당 연간 교육투자비는 9318만원이다. 등록금보다 장학금이 더 많다.
 
세계적인 대학을 말씀하셨는데 후발 주자인 홍콩과기대와 난양이공대에 뒤집니다.
“비영어권의 한계 때문에 평판도가 떨어져서 그래요. 하지만 최근 5년간 산학협력 비율은 우리가 8.6%로 난양이공대 3.5%, 홍콩과기대 3.6%보다 월등해요. 상위 10% 저널 논문 게재율도 51.7%로 높고요. 영국 로이터가 뽑은 글로벌 100대 혁신대학에선 우리가 아시아 1위, 세계 12위를 했어요.”
 
입시가 논란입니다. 입학처장 시절 신입생 전원 100% 수시 선발을 디자인했지요.
“포스텍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실력이 비슷해요. 그러니 지원 동기와 도전정신, 윤리성, 자기주도력을 갖춘 320명 소수정예를 뽑으려면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장 적합해요. 교육부가 정시 30%를 강조해도 우리는 그대로 ‘학종’ 100%로 갑니다. (웃으며) 포스텍은 지방대라 적용 대상도 아니네요.”
 
2018년 도입한 무은재(無垠齋) 학부의 성과는 어떤가요.
“무은재는 초대 총장 김호길 박사의 호입니다. 경계가 없다는 뜻이지요. 학생들이 무(無)학과로 입학해 3학기를 마치고 전공을 선택합니다. 전공 정원이 없어지니 학과들이 스스로 혁신하며 경쟁해요. 전과도 언제든 가능합니다.”
 
김 총장은 원자력 전문가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에너지 정책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사회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특정 정책 때문에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되는 영역입니다.”
 
29세 교수 된 포스텍 산증인…조타수 리더십
중2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고향 부산에서 서울로 야반도주한 아픔을 잊지 못한다. 부산에선 1등을 했는데 서울의 중학교에서 치른 첫 시험에선 반 꼴찌를 했다. “3학년 1학기 과정을 선행 학습하더군요. 알 수가 없었어요.” 점심시간과 주말에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공부를 따라잡고 경기고에 합격했다. 마지막 시험(72회) 세대였다. 그때 만난 은사는 인생의 사표(師表)가 됐다. 빼어난 외교술을 펼쳤던 독일의 비스마르크 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지만, 1973년 대학 입학 직전 1차 오일쇼크를 경험하곤 ‘생산’이 중요한 시대라고 판단해 원자력 전문가가 됐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7년 29살에 포스텍 교수로 부임해 첫 신입생부터 가르쳤다. 학생처장·기획처장·입학처장 등을 지낸 포스텍의 ‘역사’로 지난해 9월 총장에 취임했다. 조정경기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타수(舵手)처럼 다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는 ‘타수 리더십’을 강조한다. 제10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으로 일했고, 올 1월에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성격이 털털하고 구성원을 잘 챙긴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3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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