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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어 독립 만세’ 외친 멩켄, 미국어 개방성 예찬

영어 이야기

1928년 37세 때의 헨리 루이스 멩켄. [사진 벤 핀초트]

1928년 37세 때의 헨리 루이스 멩켄. [사진 벤 핀초트]

말은 국력이다. 언어 독립은 주권만큼 중요하다. ‘미합중국 영어 독립 만세’를 외친 인물로는 『아메리칸 영어사전(An American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1828)의 저자인 노아 웹스터(1758~1843)와 더불어 평론가·칼럼니스트 헨리 루이스 멩켄(1880~1956)이 투톱이다.
 

“미국어가 영국어보다 영어다워”
모국어 사랑한 자유의 아이콘

멩켄은 『미국어(The American Language)』의 저자다. 영국 명품 매체 가디언이 2017년 ‘100대 논픽션’으로 선정한 책이다. 『미국어』는 미국식 영어의 역사,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차이, 미국어의 어법·발음·철자·속어·방언, 미국인이 잘 틀리는 문법 등을 다뤘다.
 
초판(1919)에서 ‘미국 영어는 영국 영어와 다르다.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한 멩켄은, 4판(1937)에서 ‘미래에는 미국 영어가 영국 영어를 앞선다’고 예언했다. 또 미국어가 영국 영어를 이끄는 가운데, 양대 영어의 차이도 사라지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어가 영국어보다 영어답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 ‘미국 영어 특유의 요소’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았던 시대다. 언어 순수주의(linguistic purism)에 따라 노아 웹스터가 제안한 미국식 철자법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들은 미국 문학을 무시하고 영국 문학을 가르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자가 된 멩켄은 30여권의 책과 10만 통의 편지를 포함해 1000만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 멩켄의 평론집 『편견』은 우리말로 번역됐지만 『미국어』가 번역되기는 힘들 것 같다. 21세기 한국 출판계에서는 실용성·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9세에 마크 트웨인(1835~1910)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5)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음식에 한이 맺힌 걸신(乞神)처럼 글을 탐했다. 어려서는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을 몽땅 읽었다. 1920년대 미국에서 멩켄은, 영국에서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유명한 만큼 유명한 명사가 됐다.
 
자유와 언어는 무슨 관계일까. “자유는 유일하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간의 발명품이다”라고 말한 멩켄은 20세기 상반기 미국에서 자유의 아이콘이었다. 국가주의나 정부의 간섭을 싫어했다. 정부의 도움 없이는 나오기 힘든 대작이지만, 『미국어』는 멩켄과 수많은 ‘제보자들’이 협업으로 태어났다. 멩켄은 ‘조직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 인류가 이룩한 성취의 근원’이라고 주장한 미국 소설가·철학자 아인 랜드(1905~1982)를 연상시킨다.
 
멩켄은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미국과 미국말도 ‘삐딱하게’ 사랑했다. 대의제 민주주의와 그리스도교 근본주의를 비꼬았다. “모든 정부는 악당이다” “청교도주의는 누군가 어디에선가 행복할지 몰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두려움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어라는 언어가 공유하는 것은 무엇일까. 실험정신·호기심·개방성이 아닐까. 멩켄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에 들어와 외국어 단어와 표현을 미국어만큼 기꺼이 받아들이는 언어는 없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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