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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曰] 권력 잡고 나면 싫어지는 것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물가물한 말이 되었다. 3년밖에 안 지난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보·보수 함께 이룬 ‘양손잡이 민주주의’
독점 선호하는 권력…빛바랜 촛불의 기억

‘촛불 시위’라는 말은 다행히 잊히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간혹 촛불을 쳐다보기도 좀 민망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남들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계속 촛불을 홍보해주는 덕분인 듯하다. 일부 안면 근육이 훨씬 더 두꺼운 이들은 여전히 ‘촛불 혁명’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 용어는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연관된다.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을까? 탄핵 이후 권력을 독점한 이들만 특별히 훌륭해서 성공했던 것인가? 촛불과 탄핵을 설명하는 수많은 해석이 있는데, 양손잡이 민주주의도 그런 설명 가운데 하나였다. 필자가 가장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던 해석이었다.
 
간단히 말해 보수파의 합류로 탄핵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당시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그렇다. 보수파 의원들이 대거 탄핵 소추를 지지하지 않았을 경우, 그래서 탄핵 찬성표가 간신히 3분의 2를 넘어서는 정도였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언론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우지 않고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보수의 오른손과 진보의 왼손이 함께 어울려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보려 했던 것 아니었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렇게 노래한 가수 전인권의 목소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 들어도 날카롭게 마음을 파고든다. 아픈 기억들 모두 벗어 버리고 잘 살 수 있기를 바랐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 권력은 독점을 좋아하고 권력을 잡고 나면 양손잡이를 싫어하는 듯하다. 권력과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짓누르려고 하는 것은 진보파나 보수파나 한가지인 것 같다.
 
최근에는 희한한 일이 잇따라 벌어진다. 심지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대학교수와 언론사가 형사 고발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고발의 칼을 휘두른 집권당의 간판에는 ‘민주’라는 글씨가 새겨 있다. 고발을 그냥 한번 해본 것은 아니리라. 권력의 계획이 다 있을 것이다. 국민 계몽의 역설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블랙 코미디라 할 만하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가 성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데 설마 그걸 몰랐을 리는 없을 것 아닌가.
 
블랙 코미디는 계속된다. 지난해 9월께 ‘정의부(일명 법무부)’ 장관 역을 맡은 분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공연이 해를 넘기며 이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몰랐다. 그분 혼자 악역을 마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치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각종 악역 배우들이 속출하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 파란 기와를 배경으로 한 ‘13인의 군무’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주연 배우가 빠진 상태였는데도 대단했다고 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배우 설경구는 목젖이 다 드러나도록 절규했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누구를 탓할 것인가. 하얀 박하사탕처럼 그 누군가의 목젖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해준 적이 있었나. 아직 공연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영사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 박하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목이 환해지듯 마음의 빛을 밝혀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빚은 마음의 빛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지 않은 시간이 우리에겐 아직 남아 있다. 마음 한번 제대로 먹으면 지금 바로 달라질 수 있다. 그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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