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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최전방 압박…‘헤비메탈 축구’로 이기는 리버풀

EPL 25경기 무패 행진 클롭 감독

리버풀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마누라 트리오’. 왼쪽부터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 [AP·AFP=연합뉴스]

리버풀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마누라 트리오’. 왼쪽부터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 [AP·AFP=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
 

‘이기면 선수 덕, 지면 내 탓’ 겸손
판정에 불만 있으면 거칠게 항의

압박 후 역습 ‘게겐 프레싱’ 구사
‘흙 속 진주’ 수비수 아놀드 발굴
독일 출신이지만 비틀즈 만큼 인기

영국 더선의 베테랑 축구기자 마크 어윈은 지난 7일 칼럼에서 올 시즌 리버풀을 이렇게 정의했다. 어윈은 “1998~99시즌 트레블(3관왕)을 이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003~04시즌 무패 우승한 아스널은 이제 잊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3관왕 맨유’와 ‘무패 아스널’은 잉글랜드 클럽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한 팀으로 꼽혀왔다. 맨유는 명장 알렉스 퍼거슨(79) 감독과 데이비드 베컴(45), 라이언 긱스(47), 폴 스콜스(46)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했다. 아스널은 티에리 앙리(43·프랑스), 데니스 베르캄프(51·네덜란드), 파트리크 비에이라(44·프랑스) 등이 힘을 모아 단 한 번도 지지 않고(26승12무) 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의 리버풀은 두 팀을 능가한다. 프리미어리그 25경기를 치른 현재 무패(24승1무·승점 73점)다. 2위 맨체스터시티(51점·맨시티)를 승점 22점 차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16연승을 포함해 개막 후 2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 더 이기면 지난 2017~18시즌 맨시티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연승(18경기)과 타이를 이룬다.
  
리버풀 30년 만에 EPL 우승 눈앞
 
리버풀이 올 시즌 아스널의 무패 우승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 2017~18시즌 맨시티가 세운 역대 최다 승점 우승(100점) 기록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리버풀이 남은 13경기 중 9승을 추가하면 승점 100점을 채운다. 펩 과르디올라(49·스페인) 맨시티 감독은 지난달 “리버풀은 이기는 방법을 안다. (승점 100점을) 충분히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로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리버풀 팬들은 벌써부터 30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제패를 기정사실화하하는 분위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리버풀은 1892년 창단해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구단이다.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만 18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춰보지 못했다. 마지막 우승은 30년 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버풀을 ‘이기는 팀’으로 바꾼 주인공으로는 위르겐 클롭(53·독일) 감독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2015년 10월 부임 직후 클롭 감독은 “나는 마법을 부릴 줄 모른다. 굳이 말하자면 ‘노멀 원(the normal one, 평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화려한 언변을 앞세우는 조세 모리뉴(57·포르투갈) 토트넘 감독의 별명 ‘스페셜 원(the special one, 특별한 자)’을 빗대 선수와 팬 앞에 겸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평소 인터뷰 땐 “이기면 선수 덕, 지면 내 탓”이라 강조한다.
 
클롭 감독은 다혈질 성격을 앞세워 선수단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신장 1m93㎝의 거구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그는 골이 터지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어린아이처럼 방방 뛴다. 골을 넣은 선수를 번쩍 들어올리거나 때로는 가볍게 뺨을 때리기도 한다. 기쁨의 표현이자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특유의 퍼포먼스다.
 
반대로 주심 판정에 불만이 있을 땐 목에 핏대를 세우고 거칠게 항의한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행동이다. 상황에 따라 뜨겁게 반응하는 클롭 감독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리버풀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그의 리더십을 ‘열정’으로 표현한다면, 전술은 ‘냉정’ 그 자체다. 클롭 감독이 고안한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이 전술의 뼈대를 이룬다.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해 볼을 빼앗은 뒤 신속하게 역습하는 방식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

위르겐 클롭 감독

리버풀은 클롭 감독의 지도 아래 냉정과 열정을 함께 체험하며  빠르게 경쟁력을 키웠다. 첫 시즌이던 2016~17시즌에 리그컵과 UEFA 유로파리그 결승행을 이끌었다.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고, 올 시즌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사실상 예약한 상태다.
 
주축 선수들도 클롭 감독의 열렬한 지지자다. 사디오 마네(28·세네갈), 호베르투 피르미누(29·브라질), 모하메드 살라(28·이집트) 등 팀 공격을 이끄는 이른바 ‘마누라 트리오’ 멤버 모두 게겐 프레싱을 앞세워 월드 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마네는 11골 6도움, 피르미누는 8골 7도움, 살라는 14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세 선수의 올 시즌 공격 포인트 총합은 54개(33골 19도움)에 이른다. 마네는 “유럽에는 훌륭한 감독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클롭의 말은 언제나 옳다. 그의 운영 방식은 틀린 적이 없다”면서 “그는 승자이자 세계 최고의 지도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팬들은 클롭의 축구를 록 음악인 ‘헤비메탈’에 비유한다. 승리를 향해 뜨겁게 도전하면서도 시종일관 냉정한 전술을 유지하는 모습에서 90분간 격정적인 헤비메탈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의미다.
 
클롭은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선수, 어린 선수를 발굴·육성해 활용한다. 국가대표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2부리그 출신 무명 선수로 현역 생활을 마친 그는 소위 ‘평범한 선수’의 마음을 잘 안다.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리버풀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22)는 클롭 감독이 발굴한 대표적인 ‘흙 속 진주’다. 클롭은 부임 초기 17세 유망주였던 아놀드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중용해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길러냈다. ‘그저 그런 유망주’로 평가 받던 그는 클롭 감독의 집중 관리를 받아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10어시스트로 도움 부문 2위에 오른 알렉산더-아놀드는 “클롭 감독의 열정적인 리더십이 우리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꿔놓았다”면서 “벤치에서 팀을 이끌때나 취재진 앞에 섰을 때 감독님이 얼마나 승리를 갈망하는 지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전했다.
 
유망주를 즉시 전력감으로 키워내는 클롭 감독 성과의 백미는 지난 5일 슈루즈버리타운(3부리그)이 맞붙은 FA컵 32강전(리버풀 1-0승)였다. 이날 리버풀은 출전 선수 전원을 23세 이하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선발 라인업 11명의 평균 나이는 19세 102일. 구단 역사를 통틀어 공식 경기 최연소였다.
  
“리버풀 강세 2~3년 계속될 것”
 
경기 후 리버풀 홈페이지는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 전원이 클롭이 만든 시스템 아래에서 성장했다”면서 “향후 우리 구단은 선수 영입에 필요한 비용 수천만 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유럽 축구의 라이벌이자 앙숙이다. 두 나라 사이의 선수와 지도자 교류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견줘 눈에 띄게 적다. 상대국에서 선수 또는 지도자로 실력을 인정받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클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실력 하나로 ‘독일 지도자는 잉글랜드와 맞지 않는다’는 편견을 깼다. 리버풀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즈 만큼이나 리버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 됐다.
 
LA타임스는 “클롭 감독은 비틀즈 이후 리버풀 최고의 자랑”이라고 평가했다. 리버풀은 지난해 12월 클롭 감독과 계약 기간을 오는 2024년까지 연장했다. 리버풀 구단은 계약 직후 홈페이지에 “클롭 감독은 유망주를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게겐 프레싱’은 ‘헤비메탈’을 연상시킨다”면서 “그는 스스로를 ‘노멀 원’이라 부르지만, 어느새 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클롭의 축구는 여러 차례 진화를 거쳐 지난 시즌에 완성됐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축구의 강호들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2~3년간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듯이, 리버풀도 당분한 비슷한 흐름을 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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