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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와 같은 재판개입 혐의···임성근 판사 1심서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4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4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에 이어 3번째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의 재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혐의 구조나 내용이 비슷해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던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이른바 ‘세월호 7시간’ 기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에서는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수정·삭제하도록 하고,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선수 사건을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재판에 개입해 후배 판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법과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임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法 “반헌법적 행위 맞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 불가”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혐의를 반헌법적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해당 재판을 맡은 송인권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의 각 재판 관여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 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는 없단 뜻이다. 죄형법정주의란 사회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일지라도 법률에 따라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선배로서 조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배 판사들

직권남용죄 성립을 위해서는 해당 지시나 요구를 받은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행사가 방해된 결과’가 있어야 한다. 즉 재판개입을 당한 당사자들이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고 의무 없는 일을 행했다고 진술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그러나 임 부장판사의 후배들은 “독립적으로 재판했다”고 증언했다. 민변 체포치상 사건을 심리했던 A 전 부장판사는 증언대에 올라 “재판상 독립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가토 다쓰야 사건을 맡았던 B 부장판사도 “법적 판단을 바탕으로 합의를 거쳐 판결 이유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한 C 부장판사도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부당한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임 부장판사의 요청과 실제 재판업무 사이 인과 관계가 단절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합의부의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고, 재판장의 의사와 독립돼 있어 재판장이 혼자서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며 “(요청을 받은) 부장판사들은 요청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법적 판단 및 합의부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 ‘가늠자’ 될까

법조계는 임 부장판사 사건을 특히 주목해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나 검찰 수사정보 등 기밀을 법원행정처로 유출했다는 혐의의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달리 이 사건은 재판 개입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재판 개입으로 인한 직권남용 혐의를 다수 적용한 만큼 임 부장판사 재판의 결과가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가늠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게 얼마 안 됐다.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 처벌이 애매하다”며 “어디까지가 단순한 조언이었고 어디서부터가 직권남용이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의 지시나 요청에 따라 판결 이유를 고치고 결정을 번복했다는 재판장들의 진술로 충분히 인과관계가 입증되었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법원행정처나 선배란 이름으로 재판에 간섭하고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용인한 판결”이라며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심 판결이 내려진 전·현직 법관 5명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게 됐다. 한편 선고 이후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반헌법적이라고 판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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