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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손학규 “노욕 대명사 됐지만 도로호남당은 막아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정치적 결별 과정과 호남 3당 통합 과정에서 대표직 퇴진 압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진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정치적 결별 과정과 호남 3당 통합 과정에서 대표직 퇴진 압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진우 기자

“손학규가 노욕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는데, 많이 아프고 쓸쓸하고 그렇습니다. ‘기·승·전·손학규 퇴진’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 어떻겠어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중인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에서 자신을 향해 퇴진 요구를 쏟아내는 것에 대해 ‘아프다’고 표현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황을 알면서도 차마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다.
 
손 대표는 그 이유를 묻자 “중도 통합을 바탕으로 한 정치 구조 개혁과 세대 교체가 절실하다. 그게 내가 정치 인생 마지막으로 신명을 바쳐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지금의 구조로는 3당 통합이 성사된다 해도 ‘도로 호남당’이 될 것이란 우려였다. 손 대표는 “3당이 통합해 호남당이 될 경우 이번 총선에서 의석 몇 석을 챙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게 한국 정치에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되겠냐”며 “중도층을 모으고 젊은 청년들을 앞세워 중도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총선에서 50~60석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통합개혁위원장(왼쪽),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오른쪽), 민주평화당 박주현 통합추진특별위원장이 11일 통합추진 1차 회의에 참석한 모습. 3개 정당은 이날 회의를 통해 17일까지 조건 없는 통합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통합개혁위원장(왼쪽),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오른쪽), 민주평화당 박주현 통합추진특별위원장이 11일 통합추진 1차 회의에 참석한 모습. 3개 정당은 이날 회의를 통해 17일까지 조건 없는 통합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손 대표는 미래 세대와의 연대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월 29일을 기점으로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전제 조건은 미래세대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 3당 통합이다. 실제 손 대표는 30~40대 청년이 주축이 된 정치 네트워크인 시대전환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손 대표는 “미래세대가 주축이 된 지도부가 구성되고 당 운영과 관련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나는 대표직에서 내려와 평 당원으로 돌아가 개별 정치인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인터뷰는 당초 예정된 1시간을 넘겨 오후 4시 25분께 마무리됐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유승민·하태경·이준석 의원과 싸울 때만 해도 주변에서 ‘어려울텐데 어떻게 얼굴이 그렇게 좋냐’고 물으면 “이제 더는 썩을 속도 없어요”하고 웃어 넘겼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많이 아픈게 사실이다.
 
원내대표와 비서실장 등 많은 측근들도 곁을 떠났다.
이찬열 의원과 함께 김관영 의원 상가집을 가는데 대뜸 “대표님, 저 탈당할 거예요"라고 하더라. 국회의원이 내 살 길 찾아 나가는 건 아무도 못 막는다. 씁쓸하다. 뭐라고 더 표현을 하겠나.(※손 대표의 오랜 측근이던 이 의원은 지난 4일 탈당 선언과 함께 자유한국당 행을 택했다)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박지원 평화당 의원 같은 경우 통합 후 총선 끝나면 민주당이랑 합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 마음이 정말 착잡하다. 사람들은 뭐 더 먹을 게 있어서 대표직 붙들고 온갖 수모를 겪고 있냐고 하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 바람을 안고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 것, 그건 포기할 수 없다.
 
3당 통합이 결국 ‘도로 호남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가
3개 정당이 합쳐 호남에서만이라도 1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안 된다. 호남 정당이 저렇게 돼서 과연 지지율이 올라갈까? 나는 아주 의문이 크다. 정치 구조를 바꾸는 데도 일조하지 못하고….
 

“오신환 사무총장 임명하면서 안철수와 틀어져”

손 대표는 “사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했다. 틈이 벌어진 건 손 대표가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현 새로운보수당)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게 발단이라고 한다. 손 대표는 “중도적으로 치우치지 않길래 당 통합 차원에서 임명했는데 곧바로 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자기한테 상의도 없이 임명했느냐고 물었다. 그 뒤로는 안 전 대표와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정치적 결별 과정과 호남 3당 통합 과정에서 대표직 퇴진 압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진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3일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정치적 결별 과정과 호남 3당 통합 과정에서 대표직 퇴진 압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진우 기자

지난달 27일 안철수 전 대표와의 회동에선 무슨 얘기를 나눴나.
안 전 대표에게 독일로 가라고 제안한 것도 나고, 해외 나가 있을 때도 언제든 만나자고 했다. 귀국 후 나를 찾아온 안 전 대표는 당 지도체제 개편과 함께 비상대책위 얘기를 했다. 그러면 비대위원장을 누구를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저한테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이 말씀 드리러 왔다”고 하고는 일어났다. 어이가 없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나.
당에 돌아와 선거를 지휘하면 우리 지지율도 올라가고 안철수도 살고, 그리고 그간 당을 지켜왔던 당직자들도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안철수는 “당을 완전히 장악하거나,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계획을 이미 다 세워둔 것 같았다.
 
사퇴 시한을 2월 말로 못박았다.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하려 하나.
이번 총선의 두 가지 과제는 첫째 다당제로 향하는 정치 구조 개혁이고 두 번째는 세대 교체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구태 정치, 옛날 정치인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한다. 미래 세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업만 마친 뒤 나는 다 내려놓을 예정이다.
 

퇴진 압박, 도미노 탈당까지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정의 혁신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정의 혁신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손 대표의 대표직 퇴진 불가 방침에 따라 3당 통합 논의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통해 “17일까지 통합에 나서겠다”는 결론을 냈지만, 대안신당·평화당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손학규 2선 후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통합개혁위원장은 “손 대표의 2월 말 퇴진을 놓고 각 당 의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17일까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당 내부에선 손 대표가 ‘2월 말 퇴진’ 입장을 번복할 수 없도록 당헌 부칙에 관련 내용을 못박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주선 대통합개혁위원장은 “(손 대표가) 그간 조건부로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손 대표의 2월말 퇴진을 당헌에 명문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인터뷰에서 “아무리 정당이 권력 투쟁이라고 하지만 그런 걸 당헌의 부칙으로 박는 이런 정치가 어디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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