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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무죄, 드루킹 유죄…법원서 뒤집히는 정권의 ‘정의’

어제 법원에서 의미가 큰 판결 세 개가 나왔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판사 세 명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이 기소된 속칭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의 강요죄 적용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대선 때 댓글 공작을 벌인 ‘드루킹’(김동원씨)에 대해 징역 3년형을 확정했다.
 

무리한 ‘적폐청산’ 작업 사법부가 제동
현 정권 관련 선거범죄는 대법원도 인정
‘나는 정의, 너는 불의’라는 독선에 경고

지난달 말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이 1,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하급심 결정이 뒤집혔다. 대법원이 직권남용죄 적용이 법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일이었다. 이처럼 ‘적폐청산’의 광풍 속에서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나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판사들을 겨냥한 정권과 검찰의 단죄 작업이 법원에서 속속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며 첨단 장비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범죄를 인정했다.
 
이러한 판결들은 현 정부가 밀어붙인 적폐 수사의 상당 부분이 법에 어긋나거나 법을 초월한 것이었으며, 이른바 ‘촛불 정부’의 탄생 과정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전 정권은 악(惡)이고 현 정권은 절대 선(善)이라는 여권과 그 지지자들의 믿음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나는 정의고, 너는 불의다’는 이분법적 정의관과 독선의 민낯이 드러나는 참담한 현실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하급심 재판부는 “댓글 조작은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론 조작은 민주사회의 근간을 허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사건에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돼 있다. 그는 1심에서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의 항소로 다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은 사법부가 현 정권의 핵심 실세가 여론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선고를 연기한 데다 법원 인사로 담당 판사들이 바뀌어 2심 판결이 지연되고 있는데, 더는 법원이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을 사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드루킹 사건 판결을 통해 선거 부정의 위해성을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한 울산시장 선거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 권력기관이 직접 선거에 개입해 자신들이 당선을 바라는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인터넷 댓글 조작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며 드러난 진상을 감추려는 그릇된 노력을 멈춰야 한다. 현 정권이 부르짖어 온 정의가 실상은 상식에서 벗어난 불의였음이 ‘조국 사태’ 이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정치 쇼와 궤변으로 국민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가치 전도의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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