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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카운터어택] 같은 개천의 물을 마신다는 건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2017년 4월 12일,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가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김연아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직후 은퇴했으니, 아사다는 그 뒤로도 3년 더 선수로 뛰었다. 회견장에서 “김연아는 어떤 존재였나”라는 질문을 받은 아사다는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았던 존재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북돋워 줬다”고 대답했다. 현역 시절 김연아도 아사다에 관해 물으면 비슷하게 대답했다.
 
기자는 이 에피소드를 회견 닷새 뒤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칼럼(‘하딩-케리건 말고 김연아-아사다처럼’)에서 소개했다. 당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때였다. 칼럼을 통해 “캐리건과 하딩처럼 말고, 김연아와 아사다처럼 경쟁하자”고 얘기했다. 미국 여자 피겨선수 토냐 하딩과 낸시 케리건은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던 전미 피겨선수권을 앞두고 벌어진 테러사건의 가해자 측(하딩)과 피해자(케리건)다.
 
이달 초 끝난 메이저 테니스 대회 호주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우승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소감으로 “페더러와 나달이 있어서 이 나이에도 계속 전진한다. 우리 셋은 서로 경쟁하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4강,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8강에 각각 올랐다. 대회 직후 발표된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에서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는 차례로 1~3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로저 페더러(왼쪽)와 라파엘 나달. [신화통신]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로저 페더러(왼쪽)와 라파엘 나달. [신화통신]

1987년생 조코비치는 올해 33살이다. 아주 많다 할 수는 없어도 테니스 선수로는 전성기를 서서히 벗어나는 나이다. 페더러는 1981년생으로 39살, 나달은 1986년생으로 34살. 둘 다 조코비치보다 많다. 세 선수는 페더러가 2003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17년째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삼분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조코비치의 말처럼, 또 “페더러를 보면 나도 더 오래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나달의 말처럼, 이들은 지금까지 서로 버티게 했고, 여기까지 오게 했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그랬고, 또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가 그랬듯, 승부에서는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진다. 모두가 포디움(시상대) 맨 위에 설 수는 없다. 그래도 이기고 지면서 서로에게 자극제가 됐고, 함께 성장했다. 라이벌이란 그런 것이고, 그게 바람직한 경쟁이다. ‘라이벌(rival)’은 ‘개천’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rivus)가 어원이다. 개천의 물은 그 양쪽 기슭 주민 모두에게 필요하다. 또 이동을 위해서는 개천을 따라가거나 건너야 한다. 자원과 통행을 놓고 양측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나인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라이벌이란 단어가 나왔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 총선)까지 꼭 두 달 남았다. 각 당은 공천 작업이 한창인데, 출마 자격이라는 ‘개천’을 놓고 벌이는 사전 경기다. 이 싸움이 끝나면 당선이라는 ‘개천’을 놓고 본 경기를 시작한다. 라이벌은 같은 개천의 물을 마시는 존재다. 싸움이 비루해질 것 같거든 ‘김연아와 아사다’를,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를 떠올리시라.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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