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불이익 받을까 무서웠다"···장애인 선수 10명중 1명 성피해자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장애인 운동선수 5명 중 1명이 코치나 감독에게 신체적 폭행이나 협박ㆍ모욕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1명은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이번 조사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중ㆍ고등학생 및 성인 장애인 운동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실시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45명(22.2%)은 훈련 과정에서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143명(9.2%)에 달했다. 지난해 인권위 조사에서는 초중고 학생 선수 중 3.8%가, 대학생 선수 중에서는 9.6%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초중고 및 성인 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비교해 장애인 체육선수가 당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훈련 차원에서 대나무로 맞아“  

폭력ㆍ학대를 경험한 선수 대다수(84.6%)는 협박이나 욕설ㆍ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신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훈련을 강요받았다’(47%)와 ‘기합이나 얼차려를 받았다’(39.7%)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한 장애인 운동선수는 “어릴 적 감독ㆍ코치로부터 훈련 차원에서 대나무 막대기로 맞는 일들이 잦았다”면서 “다른 곳으로 나가기 전까지 이런 폭력이 계속됐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선수도 “(지적)장애로 다른 선수들보다 이해도가 떨어져 훈련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다 보니 감독에게 험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며 “동료 선수들에게도 몸(체형)에 대한 놀림을 많이 받아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만둘 수 없었다”고 전했다.
 
폭력ㆍ학대 가해자는 주로 감독ㆍ코치(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대부분(84.5%)은 주변이나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보복이 두려워서’ ‘선수생활에 불리할까봐’라는 이유가 주로 꼽혔다.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3명 중 2명은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신체 부위를 보여주는 등과 같은 시각적 성희롱과 강제추행이나 강간과 같은 육체적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유사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체장애인이라며 성폭력 피해 주장 무시"

언어적 성폭력의 경우 선배 선수에 의해, 강제추행 및 강간 등 육체적 성폭력은 감독이나 코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 피해 경험 응답자 중 35%는 피해를 당할 당시 ’기분이 나쁘지만 참고 모른 체하는 등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50.3%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내ㆍ외부 기관이나 감독, 동료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대다수(67.3%)가 오히려 따돌림이나 불이익과 같은 2차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했다.
 
한 선수는 ”코치가 선수들의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경우가 있었다. 선수들이 ‘기분 나쁘다’며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했다. 동료 선수가 너무 힘들어했지만 불이익을 받을까 겁이 나서 신고하지 않았다”도 말했다. 다른 선수도 “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성폭력 피해에도 적용되곤 한다. 성폭력 피해를 당해 도움을 청하더라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사실을 무시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어떤 도움도 받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연합뉴스]

장애인 이유로 체육관 이용 거부당하기도

한편 장애인 선수들은 학습권이나 체육시설 이용에서도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훈련이나 시합 준비를 이유로 수업을 빠진 적이 있었지만, 중고등학생 장애인 선수의 45.1%와 대학(원)생 선수의 60%는 빠진 수업을 혼자서 보충했다. 또 응답자의 24.9%와 21.4%가 공공체육시설과  민간체육시설에서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도 응답자 중 35.7%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장애인 운동기구, 장비 등이 부족하다’(33.5%)는 이유가 주로 꼽혔다.
 
장애 여성 선수들의 건강권도 위협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장애 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 출전이나 훈련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여성 선수의 18.9%는 경기나 중요한 시합을 위해 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룬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개선방안으로 ▶장애인 운동선수 감독 등의 인권 교육 의무화 ▶지역 장애인체육회 및 훈련원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장애영향평가 실시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